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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TV. K팝스타시즌4...(어느 시청자의 수준높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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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정승환’ 을 호출했는가?

김 * 금 (sarehyna) 2015. 3. 7.

지금은 가고 있는 겨울의 초잎새. 그다지 주목하고 있지 않던 방송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안경을 낀 웬 아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
노래 제목만 보면 그저 흔하디 흔한 사랑 노래려니 싶었는데 이게 웬일?
소년인데, 소리가 소년이 아니다. 순간 아주 짧은 몇 분이 지났고 가슴 속에 이 친구의 소리가 맴돌라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격정이 소용돌이쳤다.
도대체 이 아이가 누구길래 그 소리에 사랑을 넘어 인생까지를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이제 고작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9살의 아이가 무엇으로 인생을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놀랍고 놀라운 일이었다.

음악을 좋아하기는 했으나 오디션 프로를 꼬박꼬박 챙겨 보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순간 놀랍기도 하고,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하고, 실로 어떤 언어로도 형용할 수 없는
감동과 충격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내내 그의 노래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얻은 하나의 결론.
그는 놀랍게도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온통 가짜들만 판치는 세상에서 그는 사랑도 슬픔도 그 무엇 하나 흉내가 아닌 진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어설프게 아니, 스스로 제 설움에 겨워 우는 슬픔이 아니라
회한, 후회, 허무 등이 그 슬픔에 묘하게 어울려 있었다는 것이다.

세상에나!
열아홉의 아이가 어찌 인생의 그 쓰고도 서글픈 맛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는 정말로 그렇게 삶의 어느 한적한 외길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가을의 쓸쓸함과 허무를 정말로 노래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밀려드는 어른들의 그 회한의 자락,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이 무엇인지를 아이가, 소년이, 이제 겨우 청년의 길에 들어선 친구가 자기의 소리 하나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놀라운 일이다.

그를 두고 김광석의 재림과 김현식의 고독을, 유재하의 편안한 ‘말-노래’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시대를 고민했던 김광석. 하루에도 수십번 자기의 작음과 ‘보잘 것 없음’을 고백하며 괴로워했던 윤동주의 그것처럼, 김광석은 절망과 회한의 하루 속에서도 툭툭 털고 일어나며 자기의 ‘괴로움’을 용감히 고백했던 실로 빼어난 시대의 가객이었다.
그리고 주목되는 김현식. 김현식의 소리는 말 그대로 ‘숫컷의 소리’ 였다.
날 것 그대로의 남성을, 남자를 노래했던 김현식은 삶의 구비진 고갯길에서 마음껏 호흡하고 싶던 어느 날이면 여지없이 파고들던 진짜 ‘남자의 소리’였다.
이제 어느 여인의 남편이 된 사람들, 이제 아버지가 되어 아이의 주머니에 별사탕을 채워줘야 할 그 아버지들의 굽은 등 뒤로 울리던 묵직하고도 서러웠던 ‘남자의 소리’.
그게 김현식이었다.
그리고 유재하. 오로지 단 한 명의 여인을 위해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는 그는 특유의 무심한 언어로, 편안히 ‘일상의 말’ 로 풀어내는 노래들로 자기의 소리를 만들었다.
호흡도, 가락도, 아무치않은 듯 길게 끌어내는 음과 음들의 연속으로 그는 마치 옆에 누군가 앉아있는 듯 그렇게 노래했다.

그런데, 그들이 오늘 단 한 명의 소년 아니, 청년 안에서 제 각자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절망의 끝을 경험했을 것 같은 그 김광석과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슬프면 어때, 그냥 울어야지 뭐” 그렇게 말하는 김현식.
그리고, 때로는 속삭이고 또 때로는 머뭇거리면서도 사랑을 노래했던 유재하.
그들이 오늘 ‘정승환’ 의 소리속에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일까. 왜 사람들은 다시 김광석과 김현식을 그리고 유재하를 ‘나오라~’ 소리치고 있을까.
왜 사람들은 ‘정승환’ 을 호출하고 있을까?

이유는 하나
우리가 김광석의 절망의 시대를 다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가 빛인지, 어디가 출구인지 알 수 없는, 미로처럼 꼬여버린 시간과 공간들, 그리고 역사. 그 속에서 사라져버린 남자들, 남성들, 아버지들.
정승환의 ‘사랑에 빠지고 싶다’를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바로 이 ‘남성’ 그리고 우리들의 아버지들이었다.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초년의 직장인이든, 혼자도 괜찮아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어느 외로운 이든 아니면, 오늘도 밤늦은 시간 쉴새없이 깜박이는 도시의 불빛 속 전철 안의 어느 아버지든 그 모든 ‘남자’들이 떠올랐다.


왜 이렇게 힘든지, 왜 이렇게 끝간데 없이 마음이 허한지 알 수 없는 그들이 한잔 술을 걸치고 토로하는 소리들. 그것이 노래의 “헌데 왜~” 라는 격정적 토로로 나타나는 느낌.
그래 이것은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가 아니라 너무도 서럽고 힘든, 너무도 외로운 말
그대로의 ‘격정 토로’였다.
생각해보니 지금 우리들 주변의 ‘남자’들이 바로 그랬다. 바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꾹꾹 누르고 참으며 한껏 노래라도 핑계 삼아 울고 싶은 그 ‘남자’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어찌 안아줘야 하나...고민했을 ‘여자’들.
그 모든 이들이 ‘정승환’ 을 호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으나, 생각해보면 모든 역사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 속에서 만들어졌다.

이것은 단순히 이 소년의 노래가 좋다, 소리가 좋다의 차원이 아니다.
그냥 우리들의 시대가 그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배부른 시대를 살며 넉넉히 과거를 추억하는 그런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일본의 문화가 90년대 퇴폐의 극단에서 가장 순수했던 '러브레터'를 소환했던 것처럼 우리들의 시대와 역사, 문화가 변화를 바라는 문화의 어느 극점에서 누군가를 호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놀랍게도 그 누구도 아닌 열아홉의 ‘정승환’ 이 담지해 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거론하고 싶은 것은 그의 소리에서 찾아지는 ‘가시리’의 정서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잡사와 두어리마난 션하면 아니올세라 설운님 보내압노니 가시난닷 도쇼오쇼셔>

가장 전형적인 한국인의 정서, 한민족의 정서가 바로 이 ‘정한(情恨)의 정서다.
그 어느 외국어로도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우리들의 이 ’정한‘의 정서는 보내지만 아주 보내지 못하는, 잡고 싶지만 그래도 그가 서러워할까 차마 잡지도 못하는 바로 그것, 가슴 속에 물이 가득 차 올라와도 차마 펑펑 울지도 못하는 바로 그것이다.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을 부르는 정승환의 소리에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이 정한의 정서가 느껴졌다.
이 또한 오늘 우리가 정승환을 호출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리라 싶다.

감히 단언컨대, 우리 시대의 노래마당은 김광석과 유재하가 그랬듯 정승환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작을 이룰 것이라 믿는다.
‘정승환’ 이전과 이후
물론 문화의 전 장에서 드디어 저 외로운 아니 ‘가여운’ ‘숫컷’ 들의 반란이 시작될지
그것도 또한 눈여겨 볼 일이다.

'정승환' 군의 건투를 빈다.


(참고로 생전 처음 이런 공간에 이런 류의 글을 기명으로 싣는다. 열심히 애쓰는 어린 친구를 응원하고픈 마음도 있었으나 그보다는 조금씩 읽히는 시대의 소리를 나누고픈 마음이 생겨서다.
지금 우리는 무언가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와 있음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참가자들도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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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님의 댓글

박진석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인터넷에서, 유튜브 입력 - 유튜브. 바로가기 클릭 -  (맨위 "유튜브" 오른쪽에, 정승환. 입력 후 검색
- 김*숙씨가 편집해서 올리신 " 정승환 예선--생방송 진출까지) 동영상에서, 이 소년의 공연과
심사평을 누구든지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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