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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山 칼럼] 지율 스님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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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2,267회 작성일 2005-04-02 0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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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山 칼럼] 지율 스님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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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국 차장

지율 스님의 고속철 천성산터널 반대 단식투쟁으로 나라의 큰 사업인 경부고속철 공사가 다시 중단됐다. 스님의 단식이 100일이 가까워지며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자 온 국민이 주목하자 정부가 손을 들었고, 결국 엄청난 국가 예산이 낭비되게 생겼다.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대구~부산) 공사는 여러 번 중단되며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은 2010년 말에야 끝날 것이고,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이 2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지율 스님에 대해서는 ‘구도가 아니라 투쟁에 스님이 극한적으로 목숨까지 거는 모습은 지나치다’거나, ‘사회적 갈등이 합법적 절차, 대화와 타협보다는 개인의 극한투쟁으로 해결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미물이나마 생명을 중히 여기고 자연을 가능한 한 원상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스님의 깊은 뜻에야 무슨 이의를 달 것인가. 스님은 “저는 모든 생명과 우리가 둘이 아니라는 데서 천성산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제 지율 스님의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태산 같은 무게와 힘을 지니게 됐다. 기쁜 일이다. 생명에 크나큰 애정을 가졌으며 사사로운 이(利)로부터 거리가 먼 성직자가 이렇듯 큰 힘을 가지게 됐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 얼마나 다행인가. 비록 천성산 터널공사 지연으로 인해 많은 예산을 허비하게 됐을 망정 우리는 그만한 댓가를 얻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큰 생명의 힘을 지니게 된 스님은 그러므로 여러 곳에서 다시 행동해야 할 의무도 생겼다. 우선은 스님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불교계가 자가당착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도 애를 써주면 좋겠다. 스님은 여린 생명들의 피난처인 늪지들을 보존하기 위해 투쟁했다. 그러나 그간 부처의 이름을 빌어 과도한 불사(佛事)가 반복되며 얼마나 많은 생명체와 그 피난처가 사라졌는가. 암자 자리는 대개 산속 깊은 곳이라 자연자원으로서 소중하기가 비산비야의 대찰들이 선 자리보다 한결 더하다. 오솔길에 자그마한 암자 하나 선 것으로 딱 알맞은 이런 곳까지 무도하게 산릉과 계곡을 허물며 찻길을 내고 터무니없이 큰 당우들을 계곡 가득 세운 예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를 막으려는 공단 관리소장을 떼거리로 폭행까지 한 예도 있다. 지율 스님은 불사의 이름을 빈 이런 탐욕스런 사찰 확장에 대해서도 비판해야 마땅하다.

어느 인터넷 네티즌은 “자기들이 훼손하면 최소한의 편리 추구이고 고속철 터널 뚫으면 자연 훼손이란다”며 “천성산 그 높은 절까지 자가용이 올라가도록 찻길을 낸 것은 자연 훼손 아닌가? 그것도 부족하여 사설 케이블카까지 설치해 놓았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문화재 관람을 원치 않는 이들에게도 관람료를 강제 징수하는 제도인 국립공원 입장료·문화재 관람료 통합 징수제에 대해서도 옳지 않다는 한 말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수많은 대중이 불합리하다며 시정을 요구해왔건만, 여러 사회 부조리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마다 않던 불가의 여러 고명한 스님들이 이 불합리한 제도엔 한결같이 침묵해왔다. 역시 ‘내 집’ 일이기 때문인가. 이러고서야 중생제도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지율 스님은 저기 북한의 폭압적 정권 아래에서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동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물이나마 도롱뇽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였듯, 지율 스님은 자신과 똑같이 말하고 생각하며 고통도 느낄 줄 아는 생명인 북녘 동포들에게도 깊은 애정을 보여주기 바란다. 몇 마리 천성산 도롱뇽의 목숨과 수백만 북한 주민의 목숨을 같은 저울대에 놓고 어느 쪽이 더 무거우냐고 묻는 것은 지나치게 산술적이지만, 그러나 천성산 도롱뇽의 목숨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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