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가 절 근처에 많은 이유?
페이지 정보
관련링크
-
http://eZAE.com
242회 연결
본문
꽃잎 사이로 수술이 길게 나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모습이 붉은 빛 갈고리 같은 꽃이 있다. '지옥의 꽃' 또는 '죽은 이의 꽃'이라고 불리는 석산(石蒜)이다. 이같은 이름을 가진 것은 석산(Lycoris radiata)의 독특한 생태적특성 때문이다. 바로 꽃과 잎이 따로 피는 것이다. 9∼10월 경 꽃이 완전히 지고나면, 잎이 자라나 눈 속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5월 경 완전히 말라버린다. 더운 여름동안은 자취도 없이 지내다가 가을이 되면 매끈한 초록빛 꽃대가 쑥 자라나 다시 붉은 꽃을 피운다. 이러한 생태가 산 사람의 논리로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인 듯 싶다. 하지만 그 모습이 현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열반의 세계에 드는 것 같다 하여 '피안화(彼岸花)'라 불리기도 한다.
석산은 중국·일본 원산의 수선화과식물이다. 자생식물은 아니지만 귀화식물로 남부의 따뜻한 지방에서 겨울을 나는 꽃이다. 석산과 같은 속의 식물로 상사화(相思花)가 있다. 석산과는 꽃색만 틀릴 뿐 생태습성은 같다. 상사화는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데서 연유된 명칭으로 이별초(離別草)라고도 불린다. 이 상사화와 석산은 중꽃 혹은 중무릇이라고도 불리는데, 그것은 옛날부터 절에 많이 심어졌기 때문이다. 절에 많이 심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꽃피는 습성이 독신으로 생을 마치는 수도자와 같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좀 더 실용적 목적이 있었다. 바로 자원식물(資源植物)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5월경 잎이 지고 난 뒤 알뿌리를 캐내어 갈아 전분을 채취하여 종이를 서로 붙이거나 책을 엮는데 필요한 강력본드로 이용하였다. 리코닌성분의 살균력 때문에 이 풀로 붙인 한지는 수천년이 지나도록 좀이 슬지 않을 정도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인쇄문화는 불경출판이 그 효시였으니, 불경을 인쇄·제책하던 절에서 석산과 상사화를 많이 심었던 것은 당연하다. 지금도 이들이 많이 핀 곳은 영낙없이 옛 절터이거나 집터이며, 산길에서 이들이 보이면 가까운 곳에 인가가 있다 하였다.
그러나 이 알뿌리와 잎에는 맹독성이 있어 양파로 오인하여 잘못 먹으면 구토·복통·어지럼증 등을 일으키거나, 모르고 입에 넣고 씹으면 혀가 구부러진다. 하지만 리코닌 성분은 거담작용·해열에 뛰어난 효과가 있고, 최근 암치료제로 개발되기도 했으며, 알뿌리 삶은 물에 발을 담그면 무좀이 치료된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