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페이지 정보
본문
산 1 내내 구름 만 보며 새소리만 들으며 물소리에 풀벌레 울음 소리에 옷깃이 젖었습네다. 그대 눈 속을 지키다 내가 먼저 글썽 두 눈에 눈물 고였습니다. 2 나는 그대 마음 알지 못해 망설이다 바람이 되고 그대 내 마음 짐작 못해 산골짝 숨어 흐르는 물소리 되다. 어느덧 눈을 들면 면전에 임자없이 익어버린 감나무 산감나무 가지 휘도록 바알간 서릿감! 산의 허리에 감긴 가느다란 가느다란 아침 실안개여... 그대 비단 살허리띠여... 3 가을비 속에 비를 맞으며 사내들은 묵묵부답 고개 숙여 기다렸나니, 서른 살 내외의 우리 나이보담은 더 많이 살았지만 그대의 어깨는 건장했나니, 우리 이담에 죽어 산에 와 나무 되어 살아요, 네? 그대 나를 보며 하던 말, 땅 속으로 바위 틈서리로 마주 잡는 손, 손, 우리의 악수는 견고했나니..... 4 그 온갖의 이얘기와 그 온갖의 슬픔과 그 온갖의 어지러운 머리칼과 그 온갖의 노여움과 비린내, 오로지 물소리로 새소리로 풀벌레 울음 소리로 맑혀가지고, 나무 아래 화안히 촛불 밝혀 산은 그렇게 조용히 물러앉은 사람. 그러면서 오히려 안으로 뜨거운 사람. 눈 비비며 아침 산책길에 나서고 보면, 잠 안 오던 지난 밤 별들의 울음 소리 더러는 이슬 되어 풀섶에 떨어져 있고, 풀잎만 적셔 우리의 발길을 기다려 있고, 이제 남의 아낙도 제 아낙쯤으로 생각케 되어진 우쭐우쭐 스스럼 없는 암수의 연봉들, 화안히 속살 내비치는 잠옷 한 겹 바람에 비단 안개로 부끄러운 곳만 가리운 채, 흐드러지게 모두 나와 웃고 있네. 수런수런 아침상 받을 채비로 세수들을 하고 있네. 시...나 태 주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