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겨울을 준비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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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겨울을 준비하겠습니까?
양봉을 하는 사람이 우연히 필리핀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은 여름이 길고 겨울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겨울이라 해도 한국에서 초여름 기온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양봉업자가 생각해보니 필리핀에서 양봉을 하면
한국에서보다 최소한 세 배의 꿀을 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벌들을 가지고 필리핀으로 갔습니다.
과연 예상대로 꽃이 피는 기간이 길고 갖가지 꽃의 종류도 많은 필리핀에서
첫 해에는 한국에서보다 몇 배의 꿀을 땄습니다.
많은 이익을 본 그 사람은 돈을 더 투자하여 한국에서 벌을 더 들여왔습니다.
그러나 다음 해에 쫄딱 망하고 말았습니다.
벌들이 일년을 지내면서 필리핀에는 겨울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입니다.
벌이 꿀을 모으는 것은 꽃이 없는 겨울을 대비함인데,
겨울이 없이 사시사철 꽃이 있으니 꿀을 모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지요.
겨울이 닥칠 걱정이 없는데 누가 겨울 준비를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