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 나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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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에 두고 잤던 휴대폰 시계를 본다.
4시가 막 지났다.
살그머니 일어난다.
어둑한 속에서 옷을 입고
배낭을 챙긴다.
아침 냄새를 맡으러 일찍 일어나 산으로 간다.
처음 새벽에 산에 갈 때는 무서웠다.
그러나 이제는 단지
밝음과 어둠의 차이뿐임을 안다.
낮에는 밝고
밤에는 어둡고...
낮에 그나무
밤에도 그나무 그자리에...
낮에 보았던 바위
밤에도 그 바위 그자리에...
단지 밝고 어둠의 차이일뿐
무서움과 두려움은
내 마음속에 있었다.
산길을 걸으면
역활로서의 내가 아닌
순수한 나를 만난다
나만의 나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아무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안개에 쌓인 숲은 고요하고 신비롭다.
바람냄새
숲의냄새가 정신을 깨운다
잠시 머물러 그들을 호흡한다.
나뭇잎과 풀잎들이 안개와 이슬에 젖어서
세수하고 닦지 않은 모습이다.
내 마음도 숲에서 말갛게 씻긴다.
이슬에 옷자락이 다 젖어도 행복하다.
아무도 없는 산길
발자욱 옮길때마다
꽃이 피어나고
사랑이 피어나고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언젠가 꿈꾸었다.
탁발승이 되어서
한정없이 산길을 걷고 싶었다.
이제는 그 소망 사라졌다
이렇게 산길을 걷고 있으니....
어느순간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들
여름에도 풀벌레들이 우는구나
가을에만 우는 줄 알았는데....
뻐꾸기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뻐꾸기 소리에 마음에 허기가 진다.
새벽 산길은
그리움을 찾아 나서는 길이다.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찾아 나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