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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까치 설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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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문득 어릴 적 부르던 동요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하얀 무명천을 깔아 놓은 들판을 지나 저쪽 산자락에 곱게 싸인 촌락은 적막함이 감돌고 덕유산으로 향하는 차창 밖에 비친 하얀 세상은 동심의 세계로 돌려놓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호지 문을 열면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지요. 장독대에 쌓인 눈을 양 손 가득 퍼서 둥근 공을 만들다가 신발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달려나가면 강아지는 덩달아 더 신이 났지요. 동구 밖까지 발자국을 남기고 동무들과 눈싸움에 지쳐 논바닥을 뒹굴며 즐거워했고요.

오늘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내일이면 마눌, 시원, 시내를 태우고 나의 동심의 세계.. 그곳 고향으로 갑니다. 나야 동심을 쫓아 어머님 곁으로 가지만 아이들은 세배 돈 때문에 즐거워하겠죠.

올해 시원이는 군대 가고 시내는 유학해야 하는 처지라 당분간은 한 가족이 같이 하는 자리가 없을 것 같네요. 징징거리며 보채던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 제 갈 길을 가는걸 보며 빠른 세월을 실감 합니다. 당분간 아니 영원히 내 품을 떠날 아이들과 함께 이번 설에는 부모님께 큰절 올려야 겠습니다.

첫 아들 탄생 기쁨과 작명에 고심타가 마눌이 “아이를 놓고 나니 너무 시원하더라”는 말에 시원시원하게 자라 달라는 뜻으로 “시원”이라 했고, 맑은 시냇물처럼 밝고 맑게 자라 달라는 뜻으로 “시내”라는 한글 이름을 지었지요.

“시원”이 이름 때문에 소주공장 사장으로부터 시원소주 한 박스를 로얄티로 받아 온 동네 잔치할 때 좋았는데, 강의 시간 빼 먹고 학교 뒤 개구멍을 통해 금정산 자락 할매집에서 동동주를 마시곤 한다는 비보를 접할 땐 잘못된 작명 때문 아닐까 원망도 해 보지요.

졸졸거리며 쉼 없이 흐르는 시냇물 같이 유치원 시절부터 그림을 그려 왔던 “시내”는 원했던 홍익대 미대 수월하게 합격한 걸 보아 작명의 효험을 톡톡히 보지 않았나 생각하며 위안으로 삼습니다.

내 눈엔 아직 어린애인데 품을 떠나 제 길로 간다니 섭섭도 하지만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네요. 이번 설은 고향을 찾아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설을 쉬고 나면 아이들과 이별의 자리가 될 수 있기에..

주말께는 지리산을 찾아 백색 추억이나 만들어 줄까 하는데 아이들이 동의할지...

산정님들 귀향길 조심하시고 즐거운 설날 되십시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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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님의 댓글

저니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수있는 정감있는 글입니다... 반달님.. 시원이와 시내.. 자녀두분을 참~ 곱게 잘 키우셨네요..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두 자식을 떠나보내는 느낌.. 반달님글처럼.. 섭섭한 마음과 대견한 마음이 공존하는 태산같은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수있는 아름다운 글입니다..고향에서 설날 잘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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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님의 댓글

반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저니님도 건강하고  즐거운 설날 되십시요. 정겨운 답글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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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님의 댓글

걸어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고향길 잘 다녀오시고 가족과  더불어 즐겁게 지내시고 부모님늘 만수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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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南辰님의 댓글

孔南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반달님의 따스한 가족 분위기를 느낄 수있... 추억 많은 고향 잘 다녀오시고 행복한 설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도 오후에 진주의 고향집으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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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나는 그자리에 그데로 있는듯 한데 주위를 돌아 보면 세월은 빠르게 가고 있다는걸 절감 하는데,자제의 입영과 유학 반달님 에게 많은 변화가 있는 새해 이네요,이모던 변화가 아름다운 발전으로 기약될것이라 사료합니다,지리산 에서 아름다움 많이 안고 돌아 오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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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의 댓글

박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오랜만에 왔더니...허허 반달님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 아주 좋은 글 코끝이 찡하게 읽었습니다.부럽사옵니다.자제분들을 이렇게 곱게 키운 비법 담에 전수 받아야겠슴돠.갑신년 새해 복 마니 받으시이소.꾸벅~새배돈 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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