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꼭 닮고 싶습니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 산딸기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산딸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1건 조회 1,534회 작성일 2005-04-09 09:32:00

본문

꼭 닮고 싶습니다

안녕 하세요.
저는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가진 주부입니다.
솔직히 말이 주부이지 살림은 우리 신랑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신랑도 소아마비 1급 장애자이지만 일반인 못지않게
1인 3역(전업주부, 간병인, 신문기자)을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2003년 10월 첫 만남에서부터 무엇에 이끌렸는지
만난지 한 달 만에 지금의 신랑에게 시집을 와서
장애인 시설 17년 생활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자유와 사랑을 한 번에 얻으니
정말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신랑을 따라온 후 1,2주 동안은 고민이 많았습니다.
시집 식구들은 다 어려운 분들인데, 과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며칠 후 어머님이 집에 오셨습니다.
아무 말씀 안하셨지만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까요.
내 아들 몸이 불편한 것도 속상한 일인데
아들 몸보다 더 장애가 심한 며느리가 들어 왔으니...

그리고 한달 반 후 어머니 생신 날!
모든 가족이 외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떨리는 마음으로 참석하니 어머님, 시누이, 아주버님까지도
저에게 모두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른 분들은 술자리를 하실 때,
어머니와 단 둘이 가까운 할인매장에 가서 생신 선물을 사 드렸습니다.
처음엔 마다하시던 어머니도 매장을 함께 구경하며
선물을 사 드리니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전 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그 뒤부터 전 뭐든지 생기면 어머니께 먼저 드리고 싶었고
어머니도 먹을 것이 생기시면 관절염으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서라도
저희 집을 찾아 항상 챙겨 주십니다.

우리 어머니는 아들이 셋이 있으시지만 손수 진지를 해 드십니다.
윗동서는 없고 아랫동서는 멀리 인천에 살기에 중간인 저는
가까이 살고 있어도 제 자신이 무용지물처럼 느껴지기만 합니다.

명절 때는 마음이 더 그렇습니다.
종교가 기독교라서 다행히 큰 제사는 없어
간소하게 음식은 차리지만 그것마저도 어머님이 손수
만드시고 차리셔야 하시고 또 치우셔야 합니다.

작년 추석 저와 신랑은 계량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인사를 갔었지만 어머니 집에 들어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전동 휠체어에 앉아 마당에서 인사만 드리고 왔습니다.

며칠 후 가슴 뭉클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명절이라고 왔는데 밥 한 끼 못 차려 먹인 것이 가슴 아프단다.
내가 힘만 있어도 너를 업고 들어 갔을 텐데..." 라고 하신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금년 설 명절에는 집 뒤편을 돌아 아주버님 방을
전동 휠체어로 지나쳐 어머니 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흙 묻은 바퀴 때문에 방에 들어가기가 죄송했지만
오히려 어머니는 이 못난 며느리를 반기셨습니다.

꾸부정한 허리로 주방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염치없는 마음과 감사함이 엇갈렸습니다.

자식들이 많아 속 썩으셔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시는
가슴이 넓으신 우리 어머니,
저는 이런 어머니를 꼭 닮고 싶습니다.

- 정 지 숙 -

----------------------------------------------------------

새벽편지 감동사연에 응모한 정지숙님

"만약 1등이 되면 남편분과 함께 중국
민족답사에 가실껀가요" 라는 물음에

"아니요"
"시어머니하고 친정어머니 두분을 꼭 보내드리고 싶어요"
"두분이 손 꼭 잡고 여행하면 너무 행복할것 같아서요"

"...."



댓글목록

profile_image

다인님의 댓글

다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따뜻한 글...따뜻한 사람들...다정한 사람들...전 요즘 가까운 이들의 다른 마음들 때문에 마음이 참 아프고 힘이 드는데 이런 글 을 읽으니 그래도 우리 주위에는 아직 이렇게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라고 생각 하면서 또 다시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Total 11건 1 페이지
  • RSS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