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이지선 스토리

페이지 정보

본문


한 아름다운 생명에게 일어난 이 엄청난 일을 봐 주십시오.

무슨 말이 필요 하겠습니까...






vjisun.jpg




[뉴스 광장]만취운전 6중 추돌사고 (2000.7.30)

⊙앵커: 어젯밤 11시 반쯤 서울 한강로 일가에서 서울 후암동 42살 김 모 씨가 만취 상태에서 갤로퍼를 몰다가 마티즈 승용차 등 6대와 충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마티즈 승용차에 불이 나서 차에 타고 있던 경기도 안양시 갈산동 23살 이 모씨가 온몸에 2도의 중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갤로퍼 승용차 운전자 김 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35%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



2000년 7월 30일..

아무렇지 않게.. 남의 이야기로만 들어오던

뉴스속 '이 모씨'가 되었습니다

그 엄청나고 무서운 불속에서 건지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또 자기 팔을 태우면서까지 동생을 구해낸

오빠의 용감함과 사랑에 감사하며....

이제 덤으로 사는 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합니다.



2000년 7월 30일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오빠와 나는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참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려고 앉았지만 오빠도 나도 무언지 모를 기분에 집중이 잘 되지 않努윱求. 그냥 집에 갈까말까, 저녁을 먹을까말까, 만나서 같이 먹을까말까...별것도 아닌 일에 우리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흘렀습니다. 밤 10시 10분에 학교 후문에서 오빠를 만났습니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날이면 늘 거기서, 그시간에 만나 오빠와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왔었습니다.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오빠를 만나 차에 탔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후로 아주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됩니다.

(저는 이 후로는 기억이 나질 않아 오빠에게 들은 이야기를 대신 씁니다.)

저는 내일 초등학교 동창도 만나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하고, 학원도 가야하고, 과외도 해야하는데 어떻게 약속을 정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용산쯤 와서 신호등이 바뀌어 차가 섰습니다. 오빠가 내 쪽을 보며 "그래서 누구를 만난다구?"라고 말했고 뒤에서 '끼-익-'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그때 오빠가 "어디서 사고나는가 보다"하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이미 그 사고는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오빠, 지금이 몇년도야?



신호대기하고 정지해 있던 우리차를 향해 술을 마시고 이미 작은 사고를 내고 도망치려던 갤로퍼가 돌진해와서 박았고, 우리차는 그 충격으로 앞차와 충돌하고, 또다시 중앙선 건너편에서 오던 차와 충돌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차가 두바퀴 돌게 되었고 다시 그 갤로퍼에 가서 박혔습니다. 오빠가 정신을 차린 것은 차가 빙글빙글 돌고있을 때였습니다. 며칠전 여행에서 오빠와 내가 탔던 '놀이기구를 탔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머리 뒷쪽이 후끈하여 일어나 옆을 보니 조수석에 앉아 있던 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안전벨트를 풀고 열려진 창문(오빠는 늘 창문을 열고 다녔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으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빠져나왔고, 조수석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혹시나 동생이 그 옆으로 떨어졌는가 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지선이는 거기 없었습니다. 차 뒤쪽을 보니 흰양말을 신은 제 다리가 보였다고 합니다. 갤로퍼와 우리차 사이에 다리가 걸쳐져 있었고 이미 상체는 불길이었습니다. 충돌과 함께 연료통이 터졌고, 차가 몇바퀴 돌면서 불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불위로 떨어졌고, 충돌로 인한 충격으로 저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오빠가 저를 꺼내려고 제 두다리를 잡고 끌어당겨 보았다고 합니다.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체를 위로 띄우듯 당겨 저를 꺼내었습니다. 오빠는 불길에 휩싸인 동생을 보고 급한 마음에 불을 끄려고 저를 안았습니다. 이때 오빠 팔에도 불이 붙었고 순식간에 피부가 타서 벗겨졌습니다. 그래서 오빠는 지혜롭게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불을 다 껐을때쯤 한 택시기사 아저씨가 수건을 들고 와 도와주었을 뿐, 큰 사고를 구경하느라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빨리 비켜요! 차 터져요!' 누군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오빠가 바삐 저를 안아 몇 발자국 옮겼을때 오빠와 제가 탔던 차가 폭발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1-2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모든일이, 이 엄청난 일이 '순간'에 일어나버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이 든 저는 오빠에게

'오빠,지금이 몇년도야? 2000년도야?'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꿈이라고 생각되었나 봅니다. 무의식의 지선이는 꿈이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아직도 오빠 가슴에서 잊혀지지 않는 말을 합니다.

'오빠, 나 이렇게 어떻게 살아. 나 죽여줘.'

착한 우리오빠는 제가 아파서 고통받을 때마다 아마 이말을 되뇌였을것입니다. 자신이 괜한 짓을 했던 것은 아닌가...생각할때도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내게 미안한 마음이 든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오빠의 슬픈 눈에서, 어쩔땐 눈물을 참기위해 웃는 그 슬픈 웃음 에서 그 마음을 읽어낼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오빠와 함께 TV를 보는데, 뮤직비디오에서 애인이 타고있던 차에 불이 나서 밖에 있던 여자가 어찌할 바를 몰라 울부짓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걸 보던 오빠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저렇게 밖에서 보고만 있어야 되는건데 괜히 꺼내가지구 이 고생을 시킨다. 그치? 니가 발을 내밀고 있어서 그래~ 으이구~'하고 제게 말했습니다.

저는 '요즘에 살맛나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백번잘꺼냈지!'라고 했지요. 오빠가 참 좋아했습니다.

처음엔 지선이를 구해낸 것이 실수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일이 실수가 아니었음을 우리 하나님께서 계속 보여주실 것입니다. 이미 지선이 안에 시작하신 일을 끝까지 나타내실 것으로 믿습니다. 지금은 2001년도 입니다. 저는 날마다 날마다 꿈처럼 행복합니다.



앰뷸런스가 오고, 지선이와 오빠는 가까운 용산중대부속병원 응급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오빠와 지선이가 용산 전쟁기념관옆 신호대기에 서게된 후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해있었습니다. 더 이상 평화로운 주일밤에 집으로 향하던 남매가 아니었습니다. 검게 탄 동생, 맨발에 반바지만 입은 검게 그을린 오빠, 그렇게 변해 있었습니다. 응급실로 들어갔습니다. 지선이에게 의사들이 달려들었지만 별 방도가 없었습니다. 잠시 기절했던 지선이는 갑자기 일어나 뜨겁다고 좀 치료해달라고 소리지르더니 다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의사들이 오빠의 팔을 치료하려고 하자 오빠는 자기는 괜찮다며 동생을 봐달라고 했지만 동생은 지금 화상이 문제가 아니라며 맥박조차 잡히지 않는다고 이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줄게 없으니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지선이에게 산소호흡기가 끼워지고 다시 앰뷸런스를 타고 남매는 한강성심병원으로 향하였습니다. 앰뷸런스 안에서 오빠는 끝도없이 주기도문만 외웠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오빠는 정말이지 한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지선이를 안고 뛰어내리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오빠는 주기도문을 끊임없이 중얼거리다 지선이에게 마지막....작별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선아 잘가. 지선아 너 너무나 좋은 딸이었고 동생이었어. 누구보다도 예쁘게 착하게 살았고 그렇게 평생 널 잊지 않을게. 먼저 하늘나라에 가서 조금만 기다려. 지선아 잘가" 오빠가 그렇게 인사를 했을 때 지선이는 그때까지 계속 너무나 괴롭게 내던 신음소리를 그쳤습니다.

한강성심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와서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호흡조차 잡히지 않았고 머리 뒤통수는 다 찢어져 너덜거렸으며, 이미 많은 양의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응급실안에 고기 탄 냄새가 진동하였고 얼굴은 새카맣게 타서 누군지 알아볼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의사가 오빠에게 치료하러 치료실에 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일지 모르니 동생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가라고 하였습니다. 오빠가 다시 인사를 하자 지선이는 부르르 떨던 다리를 멈추었습니다. 오빠의 인사를 받는 듯하였습니다. 잠시후 아빠와 엄마가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아빠가 '지선아, 아빠야. 아빠가 왔어. 괜찮을꺼야'라고 말했더니 의식이 없다던 지선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엄마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지선이를 보고 서 있을수도 없었고, 딸의 탄냄새를 맡고 있을수도 없었습니다. 그날 어찌할 바를 몰랐던, 정말 앉을수도 설수도 없는 상황, 엄마는 병원바닥에서 그냥 굴렀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우리 지선이 교통사고 났어. 지선이 죽는대"라고 가깝게 지내는 권사님께 전화한통을 했고, 곧 이모와 삼촌들, 목사님들, 전도사님, 그리고 권사님 집사님들이 병원으로 오셨습니다. 아빠는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고, 가망없어 보이는 지선이를 위해 애쓰셨습니다. 지선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아빠는 지선이가 의식이 있다며 의사를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지선이의 머리를 깎고 찢어진 뒷통수를 꼬매고, 응급치료를 하고, 온몸을 붕대로 감았습니다. 그렇게 겨우 CT촬영을 할수 있었고, 다행히 뇌는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새벽 4시, 폐에 가스가 찼기 때문에 그것을 빼내는 호스를 옆구리에 박고 지선이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의사는 아직 살았다고 할 수 없으며 아주 위험한 상태니 계속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지선이는 지옥같은 죽음과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죽음에서 삶으로



사고후 며칠간 저는 의식이 있었다가 없어지고...를 계속 반복했습니다. 타버린 몸이 부어오르기 시작하여 붕대로 싼 얼굴에 구멍이라고는 눈, 코, 입밖에 없는데 그곳으로까지 부어올라 저는 정말 쳐다보기 어려울만큼 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면회시간에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는 온몸이 부어올라 볼수도 말할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움직이지 못하게 손발을 묶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엄마가 발을 묶은 끈을 풀어주어 발로 글씨를 썼습니다. "여기 어디?" "병원이야. 중환자실이야. 지선이가 다쳤어...." "언제 만나?" 엄마와의 첫 대화는 그러했습니다. 얼마전 친척분이 중환자실에 계셨던 적이 있어서 면회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엄마는 하루에 세 번, 삼십분씩 만날 수 있었습니다. 면회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고, 정작 엄마를 만날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아서 그것이 중환자실에서 있는 동안 화상치료만큼이나 힘들었습니다. 저에겐 생명만큼이나 중요한 문제가 한가지 더 있었습니다. 저는 사고당시 눈에 콘텍트렌즈를 끼고 있었습니다. 얼굴이 까맣게 타버렸는데 눈안에서 렌즈가 녹아버린 것은 아닐까... 정말 그렇다면 이젠 지선이가 살아도 앞을 볼 수 없게되는 것은 아닐까... 온가족들은 걱정하였습니다. 몸이 퉁퉁 부어있었기 때문에 렌즈가 녹았는지 조차 확인할 수 없는 며칠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사고난지 4일째 되던날, 붓기가 조금 가라앉으면서 전혀 녹지않은 렌즈를 꺼낼수 있었고 그것을 간호사님께서 엄마에게 알려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생명만큼이나 중요한 저의 눈을 지켜주셨음을 감사했습니다. 심한 화상의 경우 대개 일주일이 생사의 갈림길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당시 병원에서는 저를 살 가망이 없는 환자로 분류하여 간호스테이션에서 가장 가까운 침대에 두었습니다.

제가 2층 중환자실에 있던 40일간, 그 침대에 있었던 환자중에 살아난 사람은 저 하나였습니다. 일주일이 생사의 고비라는 그동안... 폐에 차있던 가스를 제거하는 관도 빼어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의사선생님이 내 가슴을 두드리며 "이제 숨 쉴수 있지? 혼자서 숨 쉴수 있지?"라고 물으셨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떡이자 목 깊숙히 박혀있던 산소튜브를 뽑아내었습니다. 그때의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엄마와 말도 합니다. 저는 다 나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살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싸움의 작은 시작에 불과한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이지선님 홈페이지로 가기





댓글목록

profile_image

박사님의 댓글

박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오호!통재라.....제겐 오늘 '눈물의 베틀'에다 '눈물의 비단'을 넘 많이 짰습니다.~님이시여!! 우리 까마득히 지난 일은,모르면서...모르고 살아요,네...아!..어즈버 태평 년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profile_image

김영한님의 댓글

김영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요즘 2TV 인간극장-지선아 사랑해의 주인공입니다.메신저로 오차장에게서 받은 글입니다.

profile_image

걸어서 하늘까지님의 댓글

걸어서 하늘까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음주운전을 하지마시요^^ 남에게 피해를 주어요^^

profile_image

저니님의 댓글

저니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누구에게 언제... 일어날줄 모르는 사고. 우리는 정말 너무도 많은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아침출근해서 퇴근해서 집에 들어갈때까지.. 마치 아슬하게 곡예를 타는것처럼...미처 보질못했는데 인터넷을 한번 봐야할것 같습니다..

profile_image

김영한님의 댓글

김영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슬한잔 먹으면 왕이됩니다.그런데 왕이 운전을 한다면 비참하지 않나요?

Total 41건 1 페이지
  • RSS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1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328 2011-09-19
40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799 2011-04-15
39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538 2007-07-25
38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7 2003-04-04
열람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297 2003-04-03
36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992 2003-04-02
35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5 2003-04-01
34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643 2003-04-01
33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 2003-03-27
32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471 2003-03-24
31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948 2003-03-24
30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297 2003-03-22
29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909 2003-03-21
28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854 2003-03-19
27 김영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466 2003-03-1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