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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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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는 여름의 꽃이며
중국이 원산인 덩굴 식물로 낙엽교목이다
나팔모양의 주황,홍황색의 꽃이 늦여름에 피어
개화기간이 길고 꿀이 많아
양봉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나무이다

뜨거운 염천 위로 붉디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이 꽃은 지난 여름에도 여러 문인들의 펜끝을 거쳐갔다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백'만큼이나 유명해진 듯도 싶다
여름의 땡볕,이글거리는 태양의 온도가 능소화 붉은 꽃잎에
그대로 전도된 듯 빛깔은 가히 뇌쇄적이다
색정과 욕망의 요염한 정서도 듬뿍 깃들어 있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양반집 정원에만 심을 수 있었고
일반 상민이 이 꽃을 심으면 잡아다가 곤장을 때리고
다시는 심지 못하게 했다고 하여 '양반꽃'이라고도 했다
또한 주로 남도지방의 산사에서 능소화가 자주 눈에 띄는 것은
관상용 이상의 의미도 있다고 전해진다
수행의 처음이자 끝이라할 자기 극복 즉 극기의 대상으로
능소화를 도처에 심어놓았다는 설도 있지만 사대부나 선비들의
낭낭한 글읽는 공부방 뒤뜨락에 그들의 귀족성을 상징하려고
능소화를 심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 꽃의 특징은 덩굴의 길이가 10m에 달하고 줄기 마디마디에
흡착근이 생겨 벽을 타거나 다른 사물에 잘 달라 붙는다
여름 담장 높이 올라가 크고 탐스런 꽃들을 주렁주렁 많이 피우는데
바람이 불면 마치 여인의 치마자락처럼 너울너울 흔들거린다
병충해 피해도 별로 없고 중부 이남지역에서 잘 자라며
토질에 관계없이 왕성한 생육을 자랑한다

한동안 능소화가 보기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도시 주택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이 꽃을 구중궁궐의 꽃이라 칭하는 이유가 있는데 아주 옛날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 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한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다
빈이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건만 아마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 보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한 둘이었겠는가?
그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밀리고 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
까지 기거 하게 된 빈은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렸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며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너머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과
영양 실조가 겹쳐 세상을 뜨게 되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은채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라고 한 그녀의 유언을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때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라는
아름다운 꽃이었다

아무튼 능소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이 담장을 휘어감고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 꽃잎의 모습이 정말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 하다
한이 많은 탓일까, 아니면 한 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는 속설이 있다
장미는 그 가시가 있어 더욱 아름답듯이 능소화는 독이 있어
기를 쓰고 만지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나 어쩌랴 한여름 오랫동안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나무인것을

이러한 전설의 배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능소화를 노래한 문학이
드물지않게 눈에 뜨인다
"그러다 염천을 딱!만난 것인데 이글거리는 밀랍 같은,
끓는 용암 같은,염천을 능멸하며 붉은 웃음 퍼올려 몸 풀고
꽃술 달고 쟁쟁한 열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능소야 능소야”(김선우 시인의 '능소화' 중)
시인은 능소화를 바라보며 "하늘을 태울라 찌챙찌챙 담그고 두드려
울음을 잡는 장치처럼이야 쇠의 호흡 따라 뭉친 소리 풀어주고
성근 소리 묶어준다"며 붉디붉은 징소리를 떠올린다

김한수의 소설 <교미하는 사마귀의 숲>에도 능소화라는 ID를 가진
여인이 등장한다
능소화와의 하룻밤 섹스가 몰래 카메라에 찍혀 동영상 화면으로
유포되면서 굴절된 386세대의 주인공이 파멸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소설에서 능소화는 주인공이 욕망을 발산하는 채팅의 대상이다

전 HOT멤버로 한때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DJ를 맡은 가수 문희준의
천리안 팬모임도 '능소화'다

조용호의 단편 '능소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두 여자도 한결같이
닉네임이 '능소화'로 불린다
그녀들은 애인이 죽거나 남편과 이혼한 여자들이다
'결혼'이라는 사회의 틀 가운데에 자리잡지 못한 언저리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의 상처를 두 남녀의 사랑행위는 핥아준다

시인 김명인도 작년에 '저 능소화'를 발표했다
"주황 물든 꽃길이 봉오리째 하늘을 가르킨다/줄기로 담벼락을 치받아
오르면 거기/몇 송이로 펼쳐보는 생이 이미 다다른 절벽이 있는지/
더 뻗을 수 없어 허공 속으로/모가지가 뚝뚝 듣도록 저 능소화/
여름을 익힐 대로 익혔다/누가 화염으로 타오르는가,능소화/
나는 목숨을 한순간에 몽우리짓는/저 불꽃의 넋이 좋다”

그래 맞다 나도 목숨을 한순간에 몽우리 짓는 저 불꽃의 넋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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