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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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따라 산악회에 가입해서 처음으로 산에 가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지리산으로 가는데, 다른 산악회에 비해서 정말
조용하고 말도 없길래 '아, 여기 산악회는 정말 악착같이 산만 다니는
산악회구나' 새삼 느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해서 다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슴〈 부산에는 잘 보지못하는 눈도 많고 헤서 내심 기뻤다.
엄마, 나, 대장님 셋이서 올라오다가 엄마는 점점 멀어져갔고
900m하고 조금 넘어섰을 때 엄마는 이미 사라졌다.
대장님이 올라오시길래 여쭤봣더니 엄마는 중간에 포기했단다.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단다.
"엄마, 포기했다면서?"
"어 아들, 엄마는 너무 힘들길래 중간에 포기했어"
"아지매 축하해요"
만담같은 모자의 전화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산악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산정 팀들이 여럿보이다가 대장님을 비롯해 나, 보경이 누나
셋이 남게 되었다.
지리산도 말이 쉬워서 지리산이지, 정말 가도가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중간에 쉬엄쉬엄 가다가도 대장님이 자꾸 가라 하시길래 힘든
다리를 붙잡고 땀범벅 콧물범벅 되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대피소에서 밥을 먹고 있으니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했다.
밥도 먹고 화엄사를 지나서 얼마 남지 않은 길을 다시 올랐다.
그나마 밥을 먹으니 힘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힘들긴 마찬가지...
스틱을 들고 몇번이고 미끄러지면서 드디어!!!! 정상!!!!... 인줄 알았지만 그래도 갈길은 남았단다. 계단을 올라가자 산악회원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고!!! 드디어 정상 천왕봉에 도착했다.
기념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데, 어느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 한 분이 카메라를 나한테 주면서 사진 좀 찍어달라하길래 찍어드렸더니 벌써 기념사진은 다 찍고 하산준비하고 있었다. ㅠㅠ
하산도 등산 만만찮았다. 처음에는 여럿이 줄 지어 가다가 다리가 아파서 쉬다보니 5명, 4명, 3명 이렇게 남게 되었다.
그러다가 또 뒤에 남은 팀이 있어서 같이 갔는데 여기도 우리보다
앞서갔고 또 3명 남게 되었다. 3명이 가고 있으니까 뒤에 대장님이
따라붙이셨길래 같이 가고 잇는데 보경이누나하고 아저씨는 먼저
내려가시고 대장님하고 나하고 둘만 남게 되었다. 해지기전에 빨리 가야한다길래 다리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열심히!!! 하산했다. 그런데도 백무동으로 넘어가는 길은 정말 난코스였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차라리 모노레일이라도 있으면은 타고 내려가고 싶은데 뭐 그럴 수 없으니 걸어갈수 밖에 없었다.
해는 어둑어둑 지기 시작하고, 대장님은 헤드렌턴을 꺼내서 차시고 하산했다. 그때는 이미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별이 총총 떴을 때다. 처음 올라갈때 그렇게 좋던 눈이 이제는 노랗게 보여서 징그럽게 보이기 시작하고 산악회를 내가 잘못 들었구나, 우리 엄마 이 아지매는 관광만 다니는 산악회에 가입 하지 이런 생각도 하면서 하산했다. 그런데도 대장님은 무슨 말씀이 그렇게 많으신지 쏭알쏭알쏭알쏭알.....
땀은 비오듯이 흘러서 머리는 칠렐레팔렐레 됐고 잠바는 고드름같이
얼어서 엉망이 되었다. 대장님이 저쪽을 가리키시면서 불빛이 보이냐
하시길래 보인다 했더니 저기로 가면 버스가 있다고 하셨다.
마구 걸어서 마지막 다리를 통과했더니 대장님이 무전기로다가
마지막 다리 통과했으니 인원체크 해라고 하셨다.
다리를 넘어서 드문드문 식당, 펜션, 민박집 등이 보였다.
"아이구 난 이제 살았구나"
그런데도 민박집에 파는 각종 음료수와 탁주가 먹고싶어서 죽을 거
같은데도 악착같이 대장님과 달려서 저기~ 버스가 보였다.
엄마가 저기 주차장에서 내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흔드는게 보였다.
대장님이 먼저 차에 오르시고 내가 뒤에 타자 우리 쪽에 앉아있는
아저씨들이 수고했다고 박수를 쳐주셨다.
마지막에 대장님이 나한테박수부탁한다고 말씀하셔서 많은 회원 분들이 박수 쳐주시는데, 8시간의 노고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
산에서 고글하고 기능성 마스크를 잃어버렸는데, 평소 같으면 쌍욕하고 난리법석 하였을 우리엄마가 왠일로 그날은 조용했다.
산정산악회 대장님! 회원분들! 보경이 누나! 아저씨!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지리산에서 고글과 기능성 마스크 습득하신 분은 연락주세요
댓글목록
maru님의 댓글
maru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씩씩한 현준이가 정상 도전에 성공했지.
다시 한번 더 축하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도 중딩이 오르기엔 힘든 천왕봉을 말이다.
더구나 산행 전날 밤, TV 화면 하단엔 자막으로 지리산 입산 통제라고까지 알렸는데 말이지...
내가 보기엔 현준이는 우리나라 어느 산이라도 오를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을 겸비한 것 같다.
산에 대한 약간의 겸손함은 꼭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새해 1월 1일, 우리는 산정산악회 대장님 덕분으로 청왕봉에 오르는 행복을 만끽했다.
전국 도처에서 대부분의 산악회는 천왕봉 산행을 포기했는데, 우린 해냈다.
이는 오로지 대장님의 산행 경험과 감각과 식견이 돋보이는 산행이었다.
새해 첫날을 지리산에서 그것도 천왕봉에서 보내게 되어 즐겁고 행복했다.
물론 두 다리와 심장과 두 손이 많이 힘들었지만...
언제나 한결같은 우리 산정산악회가 고맙다.
초보자를 배려하는 산악회라서 더욱 고맙다.
인연이 닿으면 나는 산정산악회 산행에 접속한다.
현준이 파이팅!!!
넌, 산정산악회의 미래다...
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현준이가 새해 첫날 보여준 의지와 집념은 한국산 어디던 오를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 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교과도 중요하지만,산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우러짐은 더넓은 새상을 볼수 있을것이며,
청소년 시절 산에 접목해 심신을 단련하고 호연지기를 키우며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람이 사는 방식을 터득하며.........옳은것 과 그런것,순리와 모순,정의와 비리....등을 구분 할 수 있는
밝은 시력을 키워 간다면,미래의 소중한 경쟁력이 될것입니다,
지리산 혹독한 신고 식으로 다음 태백산은 산보 와도 같을 것입니다,
배현준 화이팅~
보경님의 댓글
보경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저는 산정이 초보자을 배려한다는 느낌이 생소하네요, 5-6년전 처음이나 지금이나..
순수한 마음에 힘들어하는 7시간여의 현준이와의 동행에서 느낀건 내 마음 같지 않구나..
어른,아이.. 본인 힘든것만이 다 구나..
2년전 아픈다리 질질 끌면서 넘어왔던 지리산의 또 한번의 기억은 씁쓸합니다.
초보자를 배려하기전에 이번 지리산코스 같은경우 초보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거의 윽박질러가며 발란서 맞추려는 분위기에 주눅들어 안그래도 아픈다리가 더 아푸지 않겠습니까!
또 영한님 같은분은 다음에 또 뒤돌아 가실경우 터미널 이용하셔서 부산 가시는게 더 빠르고 비용이 절약 된다고들 합니다.
이번 지리산의 멋진 풍광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아쉬움만 커집니다! 다음 산행에선 좀 더 씩씩한 모습의 현준이와 어머니를 만나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