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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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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종주기(8월14일~15일)

아찔한 떨림같은 소망이 내겐 오랬동안 있었다.
지리종주이다.

아련한 꿈길 같은 첫 종주 산행은 학창시절에 무식하게 경험했었다.
그 땐 젊음 하나만 믿고 혼자서 떠났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거쳐 노고단을 지나
화엄사로 내려가지 않고
울퉁불퉁한 비포장 군사 작전도로를
한없이 걷고 또 걸어 천은사로 내려갔었지.

이번 여름휴가 중에 두 가지를 꼭 해보고 싶은 데 그 중 하나가 지리종주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산악회 2박3일 (금요일 밤 10시 출발해서 토, 일 산행)을
신청했는데 금요일 오후 2시에 우천관계로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고 실망했다.
너무나 가고 싶었기에 다시 검색하니 산정산악회는 1박2일로(토, 일) 출발한다고 했다.


토요일 (8월 14일)

07:00 시민회관 출발

10:20~10:30 성삼재 도착, 출발

11:17~11:22 노고단 정상아래 도착, 출발
온다는 비는 어디로 도망가고
하늘엔 해맑은 뭉게구름들만이 파란 하늘에 떠 있다.
가까이에 보이는 반야봉과 저 멀리 천왕봉을
마음 속 오랜 친구처럼 다정스런 눈길로 바라본다.
그토록 다시 찾고 싶었던 산들을 한 눈에 꼬옥 담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1:20~2:05 삼도봉 도착, 출발
돼지평전, 임걸령, 노루목, 반야봉 올라가는 갈림길을 거쳐 삼도봉에 이렀다.
임걸령 도착 직전에 피아골 대피소로 내려가는 갈림 길이 있고
임걸령 샘터에서는 식수를 얻을 수 있다.
반야봉은 이번에도 포기했다. 전망이 탁월한 곳이기에 언젠간 꼭 오르리다.
삼도봉은 삼도(전북, 전남, 경남)가 합쳐지는 봉우리이다.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먹이로는
햇반(집에서 삶아 감), 일회용 고추장, 참기름, 김치, 야채 참치캔, 귤, 건포도, 사탕 등이다.
여기서 동천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그의 아버지는 반야봉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아들이 있으면 자랑스럽게 데리고 오련만.
집에 두고 온 딸기들이 갑자기 보고 싶다.

4:15~4:30 연하천 대피소 도착, 출발
화개재, 토끼봉을 거쳐 도착.
화개재에서 뱀사골 내려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사각형 휴식터에서 잠시 쉬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황폐화 된 생태계를 복원하느라 많은 작업이 이루어져있다.
한 번 망가지면 원상 복구가 힘들므로 항시 자연을 잘 가꾸어야 한다.
대피소엔 휴식을 취하는 많은 등산객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 식수는 이빨이 시릴 정도로 차가왔다.
앉은 자세에서 출발할려고 스틱을 세우니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손잡이 끝에 앉는다.
움직임이 아주 느리다.
손으로 잡아 어릴 때처럼 조금 만져보다가 놓아주니
미끌어지 듯 하늘로 날아간다.
이 높은 곳에 사는 잠자리는 지리산을 닮아 여유롭다.
파아란 하늘엔 어느 듯 짙은 구름이 꽉 깔렸다.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다.

6:00~6:25 벽소령 대피소 도착, 출발
형제봉을 지나 대피소 가까이에 이르니,
자리 배정한다는 확성기 소리가 들려온다.
깔끔한 전원주택 같은 대피소에 도착했다.
시원한 배설을 하니 배가 좋아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약 7시간 30분이 지나서 다리가 좀 아프다.
여기서 1박하면 참 좋으려만 산행 일정상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식수를 보충하고(50M 내려 가야함) 오늘의 숙박지 세석으로 서둘렀다.

9:30 세석 대피소 도착
선비샘에 이르러 잠시 쉬면서 헤드 랜턴을 꺼내 머리에 씌웠다.
곧 날이 어두워 질 것 같다.
아주 가느다란 비가 연하천 산장을 지나면서부터는 오락가락 한다.
어둠 속을 뚫고 칠선봉과 영신봉을 지났다.
영신봉은 동신어산에서 시작 된 낙남정맥이 마침표를 찍는 곳이라 한다.
어둠 속이라 발길을 조심, 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야간 산행은 힘들지만 해 볼만 했다. 한 번쯤 흠뻑 젖는 우중 산행처럼.
날씨만 맑으면 머리 위엔 주먹만한 별들이
총총 빛나며 내려와 지리산의 아름다운 전설을 전해 주련만.
드디어 세석에 이르니 산행을 시작한지 11시간이 흘렀다.
정말 힘들었다. 난생 최고 산행 시간이다.
같이 간 팀에 피해를 주지 않을려고
가끔씩 만나는 평평한 흙길에선 뛰기도 했다.
선두 팀은 7:30에 도착했고, 마루는 9:30에
그리고 후미 조는 죽을 고생 끝에 11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다음 날 들을 수 있었다.
산장은 초만원이었다. 산장의 실내는 소등하고 취침 중이었다.
만사가 힘들어 그냥 자려고 하는데
1층 비만 가릴 수 있는 곳에서
산행 중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끔씩 말을 나눈 분이 먹고 자자며 라면을 삶는다.
햇반 위에 라면과 국물을 부어 먹었다.
다음 날 일어나 생각해 보니 참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산마루는 비박 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산행 가이드님이 따라 오라는 곳으로 가니
계단과 계단 사이에 있는 층계참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5명이 그곳에서 같이 잤다.
괜찮은 잠자리였으나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는 쿵쿵거리는 발자국 소리에
쉬 잠을 이룰 수 없었다.
11시간의 대장정을 돌이켜 생각하다 보니 어느 듯 꼬박 거의 밤을 새웠다.


일요일 (8월 15일)

4:00 세석 출발

7:25~8:40 천왕봉 도착, 출발
촛대봉, 연하봉, 장터목 대피소, 제석봉을 지나 천왕봉에 이르렀다.
장터목 산장엔 5시 50분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었다.
햇반에 고추장과 야채 참치와 김치와 어제 그 분의 라면으로 해결했다.
제법 날씨가 으스스했다.
제석봉을 오르는 루트 주위에는 고사목이 즐비하다.
이 고사목을 보면
한(恨)으로 가득 찬 사람이 죽을 때 눈을 감지 못하고 죽은 이 같다.
실은 수 십년 전에 나무 도벌꾼들이 흔적을 없앨려고
불어 질러 제석봉 일대는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되었다면서
인간의 탐욕과 무지를 질타하는 안내 표지문을 읽을 수 있었다.
자연 파괴 행위는 고사목으로 남아 길이길이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통천문을 지나면서 빗줄기가 강해져 일회용 비옷을 걸치고 배낭포도 씌웠다.

드디어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어제 후미조였던 분들 중에는 세석에서 바로 하산한 분도 있고
유평 대원사 코스를 포기하고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간 분도 있다.
지리종주는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이 그 바탕이라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잿빛 짙은 구름으로 뒤덮혀 있다.
주위 산들도 보이지 않는다.
오호 통재라 정상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해야하는가?
이 때였다.
중산리 쪽을 바라보며 아쉬워하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터진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산 정수리 위로 구름이 그치기 시작 하더니
이내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너무나 뚜렷한 지리의 산들이 눈 속으로 빨려 든다.
아마도 노고단, 만복대, 세걸산 바래봉 쪽인 것 같다.
이들은 하이얀 구름 속에 떠있는 섬처럼 보였다.
가까이 있는 산들 사이엔 평화로운 부락도 보인다.
참으로 장관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에 눈물이 핑 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지리의 신이시어!
평생 잃지 못할 풍경을 눈에, 가슴에, 뇌리에 담는다.

1:00~2:40 유평도착, 출발
중봉, 써래봉, 치밭목 대피소, 무재치폭포, 세재를 거쳐 유평에 이르다.
중봉과 써래봉을 지나면서는 뒤에 두고 온 천왕봉을 올려다보고 또 올려다본다.
치밭목산장을 10시 경에 도착 경에 도착해서 잠시 숨을 돌렸다.
그런데 유평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고도 멀다.
마치 한라산을 오르는 성판악 코스처럼,
8월의 푸른 숲 속을 혼자서 걷고 또 걸었다.
산은 마루가 무슨 말을 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 준다.
그러다가 산과 말 없은 이야기를 두런두런 주고받는다.
산이 주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이기대 뒷산엔 징그러운 청설모가 사납게 날 뛰는데
이곳엔 조그마한 귀여운 다람쥐들이
가는 곳 마다 앞에 나와 놀다가 스틱 소리를 듣고는 느리게 숨는다.
지리산에 사는 동물과 곤충들은 여유 있게 움직인다.
드디어 유평에 도착하니 1시이다.
총 산행 시간은 약 20시간에 이른다.
이미 먼저와 있는 분들과 하산주를 마시며 산행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대원사까지는 식당에서 불러주는 대당 1만 5천원자리 택시를 탔다.

김홍수 산행 대장님 후미에서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산행 전반을 사고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첫 날 선두에 서 주신 가이드님
그리고 중간을 봐주신 가이드님 고생 많았습니다.

역시 꿈길 같았던 지리산 산행기를 여기서 접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다시 산에서 뵙고 싶습니다.

캄솨합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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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지리종주 비를 예보 하는 가운데 출발이 였는데,성삼재에 도착 하니 흰구름 사이로 햇빛이 간간이 비춰주고 있었고,노고단 고개에 올라서니 시원한 가을 날씨였습니다,성삼재-대원사 [40km]구간을 종주 하는 동안, 맑음 비 안개 운해 역동적인 지리를 우리는 느끼고 돌아 왔습니다.기상의 도움과 선두 중간의 헌신적인 봉사로 전체회원 모두가 안전하게 산행 종료 할수있었습니다.성공적인 지리종주에 참여하신 모던 분들에게 감사와 축하 드림니다.김병석회원님 함께한 지리종주 즐거웠습니다,건강 하십시요, 또다른 산에서 뵙기를 희망하며,캄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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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흠님의 댓글

엄정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지리종주 함께한 산행 즐거 웠습니다.산행을 할때는 숨이 턱을 막을 때도 있었건만, 종주를 마친 지금에는 뇌리에 주마등같은 지리의 그림들이 스쳐 지나가내요.아름다운 산,야생화,다람쥐,목이 탈때면 단물을 제공한 지리의 샘물,지리의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고마움을 한것 만킥한 그런 산행 이였습니다.기회가 된다면 다음 산행때 뵙겠습니다.건강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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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南辰님의 댓글

孔南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지리종주에 함께한 산ㅄ鍍 더운 날씨에 수고 많았습니다. 백소령에서 세석까지 함께한 산마루님과 7명 궂은 날씨와 불편했던 진행부분은 양해 바랍니다. 다음 기회는 더좋은 산행 되도록 하겠습니다. 선두의 돌쇠 부부님 후미의 대장님 봉사하신 튼튼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반야봉 다녀오신 6명 수고하셨습니다. 지리종주 오랫만에 산정님들과 함께한 뜻깊은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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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엄마님의 댓글

돌쇠엄마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걷고 있어도 걷고 싶은산.. 갈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산...산마루님 산행기와 함께 그 감동에 다시 젖어 봅니다. 함께한 산행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산행기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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