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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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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aru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maru 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2,605회 작성일 2008-01-18 21: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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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한라산
▶산행일 : 2008년 1월 13일 (일)
▶산행코스 : 성판악 휴게소~한라산 동릉정상~ 관음사
▶산행시간 : 8시간 30분 (7:30~4:00)
▶누구랑 : 산정산악회따라 [ www.mysanj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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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민규랑 제주도 한라산에 올랐다.
민규는 지독한 입시 지옥 속에서 초중고를 잘 마쳤다.
별로 운동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도 상당히 산을 잘 탄다.
수시에 합격해서 요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어제 저녁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해서 ‘뉴제주’ 호텔에서 일박을 한다.
우리 방엔 5명이 자야한다.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아침엔 씻기가 불편할 것 같아서 5시 20분에 일어나 인근 ‘유자’사우나에 다녀왔다.
조식은 6시 30분경인데 돌아오니 이미 식사가 시작되었다.
식사를 조금하고 준비해간 보온 도시락에 호텔에서 제공하는 밥과 국, 반찬을 담았다.
산행들머리로 이동하여 7시 30분경에 산행이 시작되었다.

물기를 머금은 산행로의 작은 돌들의 표면은 얼은 듯 매우 미끄럽다.
산행로 옆의 나무들은 오후에 내린 비로, 젖어서 힘없이 축 처져 보인다.
산 속의 공기는 배신 때린 연인처럼 냉냉하다.

산행이 시작되고 한참동안 고도 없이 오르는 길이 다소 지루하다.
마침내 오르막이 좀 있는가 했더니 어느 듯 새로 곱게 단장한 진달래밭 대피소이다.
산에선 늘 배설이 걱정이 된다.
해서 산행을 앞두곤 저녁부터 아침까지 조금씩 먹는다.
갑자기 허기를 느낀다.
민규랑 대피소에 들어가 컵라면 하나씩 해치웠다.
뜨거운 국물로 내장이 따뜻해진다.
앞 쪽에 앉아서 식사하는 두 분 옆엔 캔 맥주와 소주 한 병이 놓여 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니 식사는 거의 끝난 것 같고, 소주는 병에 조금 남이 있는 것 같다.
기회포착! 작은 컵을 들고 가서 한 잔 얻어먹었다.
왜 그럴까? 산행 중에 땀을 뻘뻘 흘리고 나서 소주를 마시면 맛이 달다.

다시 정상을 향해 걷는다.
예전에 아내랑 여름철 산행 왔을 때,
산길 바로 옆 숲 속으로 큰 노루들이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지금 그 놈들은 어디로 갔을까?
다른 산짐승들과 산새들은 다들 어디로 가서 겨울을 날고 있을까?

고지대로 접어드니 나무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정상 바로 밑 나무계단까지 이르렀다.
돌아보니 해안선과 바다와 낮은 지대를 덮고 있는 구름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런데 난생 처음으로 산행 중에 왼쪽 사타구니 쪽으로 통증이 느껴진다.
제법 나를 힘들게 한다.
이제 내 몸의 기계도 연식이 좀 들어가나 보다.

드디어 한라산 정상이다.
사방은 바다요, 하늘과 맞닿아 있다.
백록담과 백록담을 둘러싼 경사면은 언제보아도 감격스럽다.
그 비탈에 자리한 바윗돌과 백설의 조화가 희한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이 추운 겨울에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엄마’의 자궁처럼 편안하고 찬란하다.
그리고 ‘백두에서 한라까지’
백두산에 섰을 때나 한라산에 설 때면 이 말이 언제나 뇌리를 스친다.
왠지 힘이 차오르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번 산행중엔 풍성한 설화와 눈덮인 겨울산을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산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말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높은 지대의 산엔 분명 눈이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 눈으로 덮여 있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길 위엔 눈이 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숲엔 눈이 없었으나 나무엔 눈이 있었다.

인간사에서도 그렇까?
겉으로 보고 편견과 통념으로 사람을 대하고 평가하고 오해한다.
자세히 들렸다보면 다른 모습을 찾을 수 있는데도 ......

동릉정상 표지판 옆에서 민규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찮게 길다.
어느 작은 산허리를 돌 때였다.
뒤돌아 올려다 보니 왕관릉이 하늘금을 그리며 더없이 멋져보였다.
삼각봉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한다.
날머리 도착 시간을 어림잡으니 오후 4시는 될 것 같다.
3시까지 하산하라는 대장님의 명령이 귀에 쟁쟁하여 줄곧 하산을 서두른다.
그런데 배가 고프지 않아서 준비해간 점심을 먹지 않았는데 이제사 허기가 좀 느껴진다.
좀 쉬었다 가야할 것 같기도 해서 배낭을 풀어 민규랑 조금씩 먹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4시경에 하산 완료했다.
미끄러운 얼음길과 눈길 그리고 사타구니 통증으로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하지만 한 번도 엉덩방아를 찧지 않고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제주시내 동문시장 앞으로 가서 멎는다.
민규랑 인근 사우나에 가서 땀을 씻었다.
민규가 삽겹살이 먹고 싶다고 한다.
시원한 맥주와 오겹삼겹살과 된장으로 배를 채우고 제주 공항으로 향했다.
1박 2일 동안 나에겐 아들 같은 조카 민규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같이 좋은 기회를 주신 산정산악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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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솨합니다 ^^

maru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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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대장님의 댓글

감자대장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마루님 오랫만이네요 좋은글 캄솨 합니다 자주 산행기 올려주세요^^
좋은하루되시구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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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대학 진학을 앞둔 민규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좋은 삼촌 이 시내요,

우리 사회의 편견과 통념 획일화 정형화 고정화 되어 있는
珝ː 사고 변화 해야 하겠죠,

다양성과 유연성 속에 창의력이 솟아날 것인데...........

미국을 끓는 용광로에 비유하는 문구에 깊은 생각에
빠져본 지난날이 회상 되내요........

maru 님 함께한 한라산 즐거웠습니다,
캄솨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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