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얕보다 혼쭐난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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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얕보다 혼쭐난 산행
**언제:2004년8월13~14일/무박산행
**어디로: 지리산 종주
**누구랑: 부산산정산악회랑
**하늘은: 아침엔 아주 맑다가 오후엔 구름 조금
**지나온 길: 성삼재-노고단-반야봉-삼도봉-토끼봉-벽소령-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
거림매표소
**두발차 주행시간: 14시간 30분(식사,휴식 포함)
**구간별 시각 및 특징
13일23시-부산시민회관 출발
14일02시20분경-성삼재 도착
03:35-성삼재 출발
03:59-코재 도착
04:23-노고단대피소 도착/코재 지나 지름길을 버리고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으시시함
04:30-노고단 도착
05:34-임걸령
05:39~49-등로 오른쪽 전망대/근심풀고
06:16~18-노루목
06:58~07:20-반야봉
07:42-삼도봉
07:53-화개재
08:23-토끼봉
09:22~33-연하천대피소
09:35-50(?)- 후미 만나 휴식/이후 덕평봉 못 미친 지점까지 후미와 느리게 진행
10:45-형제봉
11:26~32-벽소령대피소
12:24-선비샘/덕평봉 못 미친 지점에서부터는 빠르게 진행
13:08-칠선봉/ 칠선봉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무릎 통증 시작/느리게 느리게
14:17-영신봉
14:32~52-영신봉 아래 헬기장/중식 및 휴식/후미 만남
15:00~20-세�淪퓬
15:39~16:00- 계곡에서 휴식
18:05-거림매표소
21:30(?)-거림 출발
**산행 내용
헬스도 안하지!
산행도 띄엄띄엄!
작년과는 달리 마음가짐,몸가짐의 흐트러짐이 심하다
편도선이 붓고 연이어 치과치료에 거기다 치료중에 술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산 종주를 신청하게 된다.
낙오하는 건 아닌지 하는 좋지 않은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자리를 잡지만
설마 하는 생각이 이를 억누른다.
우이씨!
차가 만원이다.
여름산행의 백미! 지리종주!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차는 생초에서 나와 마천으로 가는 지방도를 따라 임천강을 끼고 돌고 돌아 뱀사골을 지나고,
달궁계곡을 따라 힘든 오름 짓을 한 후에야 성삼재에 도착한다.
인기척에 실눈을 뜨고 시간을 보니 국립공원 산행 허용시간에는 아직 이르다.
애써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지만 잠은 들지 않고 청각이 계속 반응을 한다.
눈을 뜨고 차 밖으로 나와 올려다 본 하늘에서는 죄 많이 지은 놈아 하고 별들이 나에게
와락 쏟아 부을 것 같다.
이제 준비를 한 후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는데 산행하는 사람들이 하늘의 별들 만큼이나 많다.
등로 곳곳에서 지정체 현상이 생길 것이 틀림 없으리라.
시멘트 길에 돌이 박힌 넓디 넓은 길을 따라 이마에 땀이 맺힐 때쯤 코재에 도착하는데
시원한 바람과 화엄사 지구의 불빛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노고단 대피소를 오르는 지름길을 버리고 아무도 가지 않는 넓은 길을 따라 가는데
어둠 덕분에 별들은 더욱 반짝이고 사위는 으시시한 기분을 들게 한다.
대피소하고는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쯤 길은 오른쪽으로 크게 꺽여
나를 안심하게 만든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눈에 익은 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임도로 오르는 길이 10여분 더 소요되는 모양이다.
좀 빠르게 움직여 도착한 노고단 고개엔 이제야 눈에 익은 사람들이 보인다.
걸음을 재촉하여 가지만 이내 어둠속의 너덜길에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인 렌턴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걸음이 더디기만 하다.
지리산 구간 중 노고단 고개에서 돼지평전에 이르기까지 북사면을 따라 이어진 등로에
야생화가 가장 많은 구간이라고 개인적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밝을 때 걷는다면 눈 또한 즐거워지는 구간이다.
이 일을 어쩐다나!
속에서 부글부글한다.
눈은 바삐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끝이 없이 이어지는 행렬 때문에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른쪽으로 흐릿한 길을 따라 본능적으로 찾아 들어 찰나의 차이로 위기를 모면하고,
그리고 찾아 온 평화에 눈을 돌리니 남쪽으로 탁 터진 조망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노고단에서 이어진 능선따라 질등,문바우등,왕시리봉해서 구름바다를 건너 광양 백운산의
스카이라인이 여명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걸 두고 좀 무식한 용어로 고진감래라고 하나?
빼앗긴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차나 산행이나 정속주행이 최고인데,점점 이상하게 돌아간다.
고물차는 숨을 몰아쉬고 나면 꼭 서던데!
이러다 나도 서버리는 것이 아닌지?
노루목이다.
멀리까지 볼 수 있게 해주는 가시거리가 너무 좋은지라 늦게 온 주제에 반야봉으로 오른다.
언제나 반야봉 오름 길은 나에게 힘을 부치게 한다.
빠른 사람들은 왕복 40분이면 된다는데 나는 꼬박 한 시간이 걸린다.
오름 길 중간에 나오는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쪽 풍경에 나의 고향도 보이니
감개가 무량하다.
하동 금오산,남해 망운산,사천 와룡산 그 너머 사량도 지리산이 가물가물한다.
이는 심봉사가 딸 덕에 눈을 뜬 격이라 그 동안 잘 볼 수 없었던 먼 곳을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른 아침에만 볼 수 있는 특권이다.
이후엔 기온이 올라가면서 가시거리가 줄어들게 되니 말이다.
반야봉 정상 아래엔 둥근이질풀,마타리,며느리밥풀꽃,구절초 등 갖가지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반야봉 정상이다.
아침햇살 아래 이어진 지리 주능선이 천왕봉을 지나 하봉까지 선명한 실루엣을 준다.
정상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음악소리와 함께 괴이한 춤을 추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들로 보인다.
정상 돌탑 아래서 아침을 먹는데 밥맛이 없어 반쯤 먹다 집어 넣고 배낭을 맨다.
연하천에서 후미를 만나리라 예상을 하고 속도를 내어 삼도봉,기나긴 계단, 지리주능선의
해발고도 최저점 화개를 지나고 토끼봉으로 기나긴 오름을 부지런히 걷는다.
명선봉을 돌아 주목군락지를 지나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한다.
대장님,매래치님이 보인다. ㅎㅎ
과일 후르츠 먹고,물 보충하는 사이에 가고 없다.
또 부지런히 걸어야지!
웬걸 대피소에서 얼마 가지 않아 후미 팀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덩달아 나도 앉아 쉰다.
후미팀들의 컨디션 난조와 함께 느리지만 분위기 좋은 산행이 벽소령을 지나
덕평봉 이르기 전까지 함께 한다.
지리주능선 구간 중 A급 길이라 할 수 있는 벽소령에서 음정 갈림길까지 길엔
바위의 낙석들이 떨어져 위험해 보이고, 그늘은 별로 없어 무척 덥게 느껴진다.
어!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 진다.
배 아픈 총무.그리고 컨디션이 안 좋은 후미 일부가 천왕봉은 안가고
장터목에서 하산하려고 하는 조짐이 보인다.
안 되지!!!
희희낙낙 하던 시간을 만회하고자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서둘러서 가는데, 앞서 가는
젊은 여대생쯤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나보다 훨씬 큰 배낭을 메고 가는 걸음걸이가
어찌나 가벼워 보이던지!
한 참이나 따라가니 아가씨도 의식이 되었던지 길을 비켜서 준다.
그리고 내 뒤를 헥헥거리면서 뒤따르던 남자랑 이야기를 하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그들 틈에 끼여서 방해를 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후미팀에서 벽소령 지나서부터 보이지 않던 매래치님을 지나고 그 후 오이를 먹고 있는
승민님을 만나 오이를 먹으면서 숨 좀 돌리고 같이 출발한다.
덕평봉에서 영신봉까지 등로 상태도 좋지 않아 힘든 구간이다.
칠선봉을 지나고 오른쪽 무릎 바깥쪽이 통증이 오는데 점점 심해지는데 이젠 천왕봉이
아니라 집에 갈 수 있을지 그것이 걱정이다.
무리한 운행으로 인해 기어코 고물차가 고장이 나버렸다.
한번도 고장난 적이 없는 부위다. 그래서 어떻게 고쳐야 할 지도 모르겠다.
난감하다 못해 두렵다.
고장난 상태를 점검해보자.
오르고 내릴 때 구부리면 통증이 오고,펴면 통증이 없다.
가만히 있어도 통증은 없다.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다.
영신봉 오름 나무계단 중간의 휴식 의자에서 압박붕대를 무릎에 두르고
통증이 없길 바라면서 발을 떼보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쉬면 통증이 덜 하니 쉬는 간격은 좁아지고 시간은 길어진다.
세석이나 장터목에서 하산하거나 그고 안되면 자고 가기로 마음을 먹고
영신봉 아래 헬기장에서 내키진 않지만 식사를 하는데 주변엔 산오이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후미 팀들이 내려오는데 다들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험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세석에서 거림으로 하산한다고 하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에어파스와 젤을 바르고 휴식을 취한 탓인지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도 잠시 다시 통증은 엄습해 오는데,가지 못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길고 긴 뾰족뽀족 돌길을 내려서는게 장난이 아니다.
과부 마음은 홀애비가 안다고 배 아픈 총무님이 스틱도 빌려주고
기꺼이 같이 동행해 주신단다.
경사가 조금씩 완만해지면서 통증도 조금씩 줄어든다.
스틱을 하나만 가지고 있다 하나 더 보태니 한결 수월하다.
나 때문에 늦어지는 것이 미안해 아프면 쉬어가자고 하나 괜찮다고 하면서
용을 쓰고 내려오니 땀이 비 오듯 한다.
스틱에 의지한 채 걷다 보니 익숙해져 제법 속도가 붙는다.
다리 다친 환자가 목발을 자꾸 쓰면 익숙해 지듯이..
이젠 길고 긴 하산도 끝이다.
매래치님도 도착한지 얼마 안되었는지 시원한 맥주를 한 잔 주시는데,
이를 단숨에 마시는데 언제 아팠는지 싶다.
주차장 거의 다 내려와서 모자가 놓아 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가지러 올라 가려니 죽을 맛이다.
동동주인지 막걸린지 한 잔 마시고 앉으라는 권유를 뒤로 하고 땀에 젖은
몸뚱일 씻으러 계곡으로 찾아간다.
으슥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
새신랑 같다고 한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늦은 밤에 출발한다.
함께 산행하신 모든 분들
산행하시느라 기다리시느라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
지금 나는 치료 받으러 다닌다.
차를 타고 가는데 오랜만에 들어 보는 김현정의 멍 이란 노래가 와닿는다.
<넌 나를 쉽게 봤어 그렇지 않니 너는 몰라 너무 몰라 사랑을...
안돼! 니맘대로 나를 떠날수 없어.. 끝낸다면 내가 끝네 기억해
잘못이었어 너를 만난건
너는 사랑 따윈 관심도 없던거야~ 다만 넌 니 뜻대로 모두 ...>
**사진
<<사진에 나오는 지명과 야생화 이름은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반야봉에서 본 지리 주능선

어수리?

노고단에서 남으로 뻗은 왕시리봉

불무장등 너머로 여명이

좌-황장산/중앙-백운산/우-왕시리봉

불무장등 능선 너머 남부능선 그 너머
좌부터 와룡산,사량도지리산,하동 금오산, 바다 너머 남해 망운산

구름이 있는 곳이 섬진강

노고단 너머 구름 바다 가운데 곡성 동악산으로 추정

반야봉 오름 길에 바라 본 지리 주능선

주능선

토끼봉과 멀리 남부 능선의 삼신봉 그리고 화개천이 흘러 섬진강으로

원추리 씨방?

동자꽃

둥근이질풀

모싯대와 오른쪽의 며느리밥풀꽃

마타리

마타리 너머 불무장등과 멀리 백운산

쑥부쟁이

참취꽃

?

반야봉 정상 직전 목책

구절초

야생화 군락 너머 노고단

흰여로 씨방

반야봉 정상석 뒤로 지리 주능선

지리 주능선

남쪽 풍경

아래 목통골 지나 구름뒤에 쌍계사가 있음

각시원추리

흰모싯대

단풍취

어수리? 뚝갈?

꽃이 진 지리산터리풀

형제봉 못 가서 전망 좋은 곳

형제봉 그 뒤로 안부의 벽소령대피소

바위채송화

칠선봉 못 미쳐 전망대

잔대

영신봉 아래 헬기장 옆의 산오이풀 군賤

**언제:2004년8월13~14일/무박산행
**어디로: 지리산 종주
**누구랑: 부산산정산악회랑
**하늘은: 아침엔 아주 맑다가 오후엔 구름 조금
**지나온 길: 성삼재-노고단-반야봉-삼도봉-토끼봉-벽소령-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
거림매표소
**두발차 주행시간: 14시간 30분(식사,휴식 포함)
**구간별 시각 및 특징
13일23시-부산시민회관 출발
14일02시20분경-성삼재 도착
03:35-성삼재 출발
03:59-코재 도착
04:23-노고단대피소 도착/코재 지나 지름길을 버리고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으시시함
04:30-노고단 도착
05:34-임걸령
05:39~49-등로 오른쪽 전망대/근심풀고
06:16~18-노루목
06:58~07:20-반야봉
07:42-삼도봉
07:53-화개재
08:23-토끼봉
09:22~33-연하천대피소
09:35-50(?)- 후미 만나 휴식/이후 덕평봉 못 미친 지점까지 후미와 느리게 진행
10:45-형제봉
11:26~32-벽소령대피소
12:24-선비샘/덕평봉 못 미친 지점에서부터는 빠르게 진행
13:08-칠선봉/ 칠선봉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무릎 통증 시작/느리게 느리게
14:17-영신봉
14:32~52-영신봉 아래 헬기장/중식 및 휴식/후미 만남
15:00~20-세�淪퓬
15:39~16:00- 계곡에서 휴식
18:05-거림매표소
21:30(?)-거림 출발
**산행 내용
헬스도 안하지!
산행도 띄엄띄엄!
작년과는 달리 마음가짐,몸가짐의 흐트러짐이 심하다
편도선이 붓고 연이어 치과치료에 거기다 치료중에 술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산 종주를 신청하게 된다.
낙오하는 건 아닌지 하는 좋지 않은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자리를 잡지만
설마 하는 생각이 이를 억누른다.
우이씨!
차가 만원이다.
여름산행의 백미! 지리종주!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차는 생초에서 나와 마천으로 가는 지방도를 따라 임천강을 끼고 돌고 돌아 뱀사골을 지나고,
달궁계곡을 따라 힘든 오름 짓을 한 후에야 성삼재에 도착한다.
인기척에 실눈을 뜨고 시간을 보니 국립공원 산행 허용시간에는 아직 이르다.
애써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지만 잠은 들지 않고 청각이 계속 반응을 한다.
눈을 뜨고 차 밖으로 나와 올려다 본 하늘에서는 죄 많이 지은 놈아 하고 별들이 나에게
와락 쏟아 부을 것 같다.
이제 준비를 한 후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는데 산행하는 사람들이 하늘의 별들 만큼이나 많다.
등로 곳곳에서 지정체 현상이 생길 것이 틀림 없으리라.
시멘트 길에 돌이 박힌 넓디 넓은 길을 따라 이마에 땀이 맺힐 때쯤 코재에 도착하는데
시원한 바람과 화엄사 지구의 불빛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노고단 대피소를 오르는 지름길을 버리고 아무도 가지 않는 넓은 길을 따라 가는데
어둠 덕분에 별들은 더욱 반짝이고 사위는 으시시한 기분을 들게 한다.
대피소하고는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쯤 길은 오른쪽으로 크게 꺽여
나를 안심하게 만든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눈에 익은 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임도로 오르는 길이 10여분 더 소요되는 모양이다.
좀 빠르게 움직여 도착한 노고단 고개엔 이제야 눈에 익은 사람들이 보인다.
걸음을 재촉하여 가지만 이내 어둠속의 너덜길에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인 렌턴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걸음이 더디기만 하다.
지리산 구간 중 노고단 고개에서 돼지평전에 이르기까지 북사면을 따라 이어진 등로에
야생화가 가장 많은 구간이라고 개인적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밝을 때 걷는다면 눈 또한 즐거워지는 구간이다.
이 일을 어쩐다나!
속에서 부글부글한다.
눈은 바삐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끝이 없이 이어지는 행렬 때문에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른쪽으로 흐릿한 길을 따라 본능적으로 찾아 들어 찰나의 차이로 위기를 모면하고,
그리고 찾아 온 평화에 눈을 돌리니 남쪽으로 탁 터진 조망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노고단에서 이어진 능선따라 질등,문바우등,왕시리봉해서 구름바다를 건너 광양 백운산의
스카이라인이 여명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걸 두고 좀 무식한 용어로 고진감래라고 하나?
빼앗긴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차나 산행이나 정속주행이 최고인데,점점 이상하게 돌아간다.
고물차는 숨을 몰아쉬고 나면 꼭 서던데!
이러다 나도 서버리는 것이 아닌지?
노루목이다.
멀리까지 볼 수 있게 해주는 가시거리가 너무 좋은지라 늦게 온 주제에 반야봉으로 오른다.
언제나 반야봉 오름 길은 나에게 힘을 부치게 한다.
빠른 사람들은 왕복 40분이면 된다는데 나는 꼬박 한 시간이 걸린다.
오름 길 중간에 나오는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쪽 풍경에 나의 고향도 보이니
감개가 무량하다.
하동 금오산,남해 망운산,사천 와룡산 그 너머 사량도 지리산이 가물가물한다.
이는 심봉사가 딸 덕에 눈을 뜬 격이라 그 동안 잘 볼 수 없었던 먼 곳을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른 아침에만 볼 수 있는 특권이다.
이후엔 기온이 올라가면서 가시거리가 줄어들게 되니 말이다.
반야봉 정상 아래엔 둥근이질풀,마타리,며느리밥풀꽃,구절초 등 갖가지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반야봉 정상이다.
아침햇살 아래 이어진 지리 주능선이 천왕봉을 지나 하봉까지 선명한 실루엣을 준다.
정상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음악소리와 함께 괴이한 춤을 추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들로 보인다.
정상 돌탑 아래서 아침을 먹는데 밥맛이 없어 반쯤 먹다 집어 넣고 배낭을 맨다.
연하천에서 후미를 만나리라 예상을 하고 속도를 내어 삼도봉,기나긴 계단, 지리주능선의
해발고도 최저점 화개를 지나고 토끼봉으로 기나긴 오름을 부지런히 걷는다.
명선봉을 돌아 주목군락지를 지나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한다.
대장님,매래치님이 보인다. ㅎㅎ
과일 후르츠 먹고,물 보충하는 사이에 가고 없다.
또 부지런히 걸어야지!
웬걸 대피소에서 얼마 가지 않아 후미 팀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덩달아 나도 앉아 쉰다.
후미팀들의 컨디션 난조와 함께 느리지만 분위기 좋은 산행이 벽소령을 지나
덕평봉 이르기 전까지 함께 한다.
지리주능선 구간 중 A급 길이라 할 수 있는 벽소령에서 음정 갈림길까지 길엔
바위의 낙석들이 떨어져 위험해 보이고, 그늘은 별로 없어 무척 덥게 느껴진다.
어!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 진다.
배 아픈 총무.그리고 컨디션이 안 좋은 후미 일부가 천왕봉은 안가고
장터목에서 하산하려고 하는 조짐이 보인다.
안 되지!!!
희희낙낙 하던 시간을 만회하고자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서둘러서 가는데, 앞서 가는
젊은 여대생쯤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나보다 훨씬 큰 배낭을 메고 가는 걸음걸이가
어찌나 가벼워 보이던지!
한 참이나 따라가니 아가씨도 의식이 되었던지 길을 비켜서 준다.
그리고 내 뒤를 헥헥거리면서 뒤따르던 남자랑 이야기를 하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그들 틈에 끼여서 방해를 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후미팀에서 벽소령 지나서부터 보이지 않던 매래치님을 지나고 그 후 오이를 먹고 있는
승민님을 만나 오이를 먹으면서 숨 좀 돌리고 같이 출발한다.
덕평봉에서 영신봉까지 등로 상태도 좋지 않아 힘든 구간이다.
칠선봉을 지나고 오른쪽 무릎 바깥쪽이 통증이 오는데 점점 심해지는데 이젠 천왕봉이
아니라 집에 갈 수 있을지 그것이 걱정이다.
무리한 운행으로 인해 기어코 고물차가 고장이 나버렸다.
한번도 고장난 적이 없는 부위다. 그래서 어떻게 고쳐야 할 지도 모르겠다.
난감하다 못해 두렵다.
고장난 상태를 점검해보자.
오르고 내릴 때 구부리면 통증이 오고,펴면 통증이 없다.
가만히 있어도 통증은 없다.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다.
영신봉 오름 나무계단 중간의 휴식 의자에서 압박붕대를 무릎에 두르고
통증이 없길 바라면서 발을 떼보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쉬면 통증이 덜 하니 쉬는 간격은 좁아지고 시간은 길어진다.
세석이나 장터목에서 하산하거나 그고 안되면 자고 가기로 마음을 먹고
영신봉 아래 헬기장에서 내키진 않지만 식사를 하는데 주변엔 산오이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후미 팀들이 내려오는데 다들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험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세석에서 거림으로 하산한다고 하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에어파스와 젤을 바르고 휴식을 취한 탓인지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도 잠시 다시 통증은 엄습해 오는데,가지 못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길고 긴 뾰족뽀족 돌길을 내려서는게 장난이 아니다.
과부 마음은 홀애비가 안다고 배 아픈 총무님이 스틱도 빌려주고
기꺼이 같이 동행해 주신단다.
경사가 조금씩 완만해지면서 통증도 조금씩 줄어든다.
스틱을 하나만 가지고 있다 하나 더 보태니 한결 수월하다.
나 때문에 늦어지는 것이 미안해 아프면 쉬어가자고 하나 괜찮다고 하면서
용을 쓰고 내려오니 땀이 비 오듯 한다.
스틱에 의지한 채 걷다 보니 익숙해져 제법 속도가 붙는다.
다리 다친 환자가 목발을 자꾸 쓰면 익숙해 지듯이..
이젠 길고 긴 하산도 끝이다.
매래치님도 도착한지 얼마 안되었는지 시원한 맥주를 한 잔 주시는데,
이를 단숨에 마시는데 언제 아팠는지 싶다.
주차장 거의 다 내려와서 모자가 놓아 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가지러 올라 가려니 죽을 맛이다.
동동주인지 막걸린지 한 잔 마시고 앉으라는 권유를 뒤로 하고 땀에 젖은
몸뚱일 씻으러 계곡으로 찾아간다.
으슥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
새신랑 같다고 한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늦은 밤에 출발한다.
함께 산행하신 모든 분들
산행하시느라 기다리시느라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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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치료 받으러 다닌다.
차를 타고 가는데 오랜만에 들어 보는 김현정의 멍 이란 노래가 와닿는다.
<넌 나를 쉽게 봤어 그렇지 않니 너는 몰라 너무 몰라 사랑을...
안돼! 니맘대로 나를 떠날수 없어.. 끝낸다면 내가 끝네 기억해
잘못이었어 너를 만난건
너는 사랑 따윈 관심도 없던거야~ 다만 넌 니 뜻대로 모두 ...>
**사진
<<사진에 나오는 지명과 야생화 이름은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반야봉에서 본 지리 주능선
어수리?
노고단에서 남으로 뻗은 왕시리봉
불무장등 너머로 여명이
좌-황장산/중앙-백운산/우-왕시리봉
불무장등 능선 너머 남부능선 그 너머
좌부터 와룡산,사량도지리산,하동 금오산, 바다 너머 남해 망운산
구름이 있는 곳이 섬진강
노고단 너머 구름 바다 가운데 곡성 동악산으로 추정
반야봉 오름 길에 바라 본 지리 주능선
주능선
토끼봉과 멀리 남부 능선의 삼신봉 그리고 화개천이 흘러 섬진강으로
원추리 씨방?
동자꽃
둥근이질풀
모싯대와 오른쪽의 며느리밥풀꽃
마타리
마타리 너머 불무장등과 멀리 백운산
쑥부쟁이
참취꽃
?
반야봉 정상 직전 목책
구절초
야생화 군락 너머 노고단
흰여로 씨방
반야봉 정상석 뒤로 지리 주능선
지리 주능선
남쪽 풍경
아래 목통골 지나 구름뒤에 쌍계사가 있음
각시원추리
흰모싯대
단풍취
어수리? 뚝갈?
꽃이 진 지리산터리풀
형제봉 못 가서 전망 좋은 곳
형제봉 그 뒤로 안부의 벽소령대피소
바위채송화
칠선봉 못 미쳐 전망대
잔대
영신봉 아래 헬기장 옆의 산오이풀 군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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