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산행전기] 보길도.....보길도......

페이지 정보

본문

산행정보란에 '보길도 무박 트레킹 일정'이 잡혀 있길래
일단 예약부터 하였다.

보길도....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곳이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가 보아야 할 섬....

그래서 다녀오기도 전에 산행기? (여행기라고 해야하나...)
미리 써 본다.

벌써 30년이 지났다.
내가 '보길도'란 섬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05. 6. 3.
**************************************


보길도에서 보내온 편지


개교 기념 축제기간 중 남녀 기숙사를 개방하는 날이었을 것이다.
여자 기숙사 앞을 얼쩡거리다가 나는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발산하는 강력한 유혹에 이끌려
특정한 방으로 인도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그녀의 방이었고
나를 유혹한 여학생들 역시 같은 방에 있는 그녀의 추종자들이었다.

-언니가 있어야 하는데 오데 갔노? 하필 이런 때 언니가 안보이네?

문제의 언니는
남자 기숙생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여학생으로서
아침저녁으로 식당에 나타날 때에는
항상 일단의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녀가 구사하는 걸걸한 전라도 사투리에
식당 안은 한바탕 웃음꽃이 흐드러지곤 하였다.

요즘에 와서는 너 나 없이 아무나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카리스마'이지만 내가 대학에 다녔던 당시에는
스탈린이나 카스트로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갖출 수 있는
어떤 절대적 권위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여자 기숙생들에게 둘러싸여
추앙을 받고 있는 느낌이 확연했던 그녀를 볼 적마다
나는 이미 묘한 카리스마를 느끼곤 하였다.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그녀를 따라 다니는 추종녀들이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는 것으로 봐서
대단한 유모어를 구사하는 일종의 카리스마를 느끼곤 하였다.

그런 언니를 나와 맺어주려는 징후가 눈앞에 펼쳐진다 싶으니
나는 나대로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왜냐하면
당시 나는 한 여학생에게 완전히 일신이 얽매여 있었던 처지로서
그런 분위기를 수용할 만한 배짱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여학생에게 한 눈을 판다는 미세한 기미라도 포착되는 날에는
또 다시 지긋지긋한 자살소동을 온몸으로 겪어야하기 때문에
나는 극도로 조신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의 어정쩡한 행태의 본질을
얼마 후에 나타난 그녀는 꿰뚫고 있었다.

-너거들 생사람 잡을 일 있냐? 이 사람 빨리 풀어줘라이.

내가 다녔던 지방대학은 전교생의 얼굴을 다 알아볼 정도로
그 규모가 단출한데다가 유별난 캠퍼스 커플의 주인공이기도 한 까닭에
어쩌면 그녀의 나에 대한 배려는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해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내려간 고향에서
그녀가 보내온 한 통의 두툼한 편지를 받年.

발신지가 보길도인,
양면괘지 10장 가량의 장문의 편지였는데
대부분 고산 윤선도의 흔적을 남다른 애정을 갖고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그녀의 성이 윤(尹)씨인 점으로 보아 아마도 고산의 후손일 것이었다.

편지 끄트머리에는
보길도의 달빛과 파도가
어째서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우며
소나무 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유난히도 허전하게 들리는 까닭을
모르겠노라고 적혀 있었다.

그 서러움과 허전한 까닭을 모르지 않았던 나는
그러나 개학 직후 기숙사 식당에서 마주친 그녀에게
지극히 무미건조한 한 마디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편지, 잘 읽었습니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30년이 지난 지금 생각이 잘 안 나지만
아마도 이렇게 나를 꾸짖었을 것이다.

-잘 읽었으면, 답장도 못해? 사내자식이........

댓글목록

profile_image

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아름다운 보길도 풍경과 고산 윤선도 의 자취와 더불어 30년전의 추억을 회상하는 아름다운 보길도 산행 기대합니다,윤선도의 후손 다운 보길도의  달빛과 파도가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우며.....이문구를 접하며 작년 가이드때 예송리해수욕장에서 곡차마신 분위기가 아련합니다.신종봉 회원님 즐거운 산행 기대합니다,토요일 밤에 뵙겠습니다,

Total 927건 39 페이지
  • RSS
산행후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57
도솔봉... 댓글4
지수화풍 이름으로 검색 2504 2005-06-19
356 산정인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789 2005-06-15
355
초행.. 댓글4
지수화풍 이름으로 검색 1958 2005-06-14
354
아~~~~ 댓글2
감자대장 이름으로 검색 1917 2005-06-13
353 김승준 이름으로 검색 2592 2005-06-09
352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3318 2005-06-07
열람 신종봉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4 2005-06-03
350 튼튼 이름으로 검색 1572 2005-06-01
349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2271 2005-05-30
348 다인 이름으로 검색 1473 2005-05-30
347 최지석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912 2005-05-30
346 차대용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365 2005-05-30
345 김형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386 2005-05-30
344 永漢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4081 2005-05-24
343 돌쇠엄마 이름으로 검색 1299 2005-05-1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