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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그리고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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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오후 갑작스럽게 부산시청에 일이 있어 갔었습니다. 일이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간단히 뭐 하나 전달해주고 미리 약속된 분과 맛난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그쳤더군요. 시청 주차장 한켠에 매화나무가 빗방울 머금은 채 싱그럽게 피어있었답니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이리저리 바라 보았습니다. 손끝으로 겨울 이겨낸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충동을 애써 자제하니 백운산 산행을 알린 산정산악회가 기억났습니다. 토요일 오전 입담 좋은 친구가 전화를 했고 백운산과 매화마을로 이어지는 산행에 간다고 하니 같이 가겠노라 너스레를 늘어 놓았습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등산복과 장비를 챙기고, 시민회관 앞으로 가니 7시 30분. 매화에 이끌려 완전하지 못한 컨디션도 잊고 약속을 해버린 것에 대한 후회도 늦어버린 시점이었습니다. 산악회 버스 안에서 약간의 걱정, 염려, 위로, 동경, 자신감, 뿌듯함 등 일련의 감정선 끝에 웃음이 피어났었답니다. ‘그래...매화가 피었잖아!’ 겨울산행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었답니다. ‘이 겨울이 끝나 봄이 되면 파란 새싹이 돋아나고 꽃들은 망울을 터뜨릴까?’ 가장 먼저 답을 해준 이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매화였지요.

광양 백운산은 1200m 조금 높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정상에 다가설수록 눈가루가 흩날렸고 눈바람 속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다시 길을 잡았습니다. 아직 매화는 보이지 않았고 한겨울에 버금가는 추위와 눈보라가 얼어 미끄러운 흙과 돌과 함께 나의 마음을 어지럽혔습니다. 신경 쓰이는 수술부위, 떨리는 다리, 저려오는 오금.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산의 품에서 멀어지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미 일행에게서 멀리 뒤쳐져 한 굽이 길을 돌고 나니 눈앞에 펼쳐진 섬진강의 흐름과 주변 경관이 말문을 닫고 나를 잡아 앉혔습니다. ‘아!!!’ 달리 말을 할 수 없었답니다. 섬진강 그 역사의 강물이 도도히 내 눈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산행 날머리 마을로 접어들었습니다. 눈바람 뿌려대던 구름이 매화나무 가지마다 앉아 있었습니다. 단아한 매화구름이 바람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또다른 인생을 넘어 도착한 그곳에 한겨울 눈보라와 모진 바람을 온몸으로 이겨낸 지친 가지 위로 매화가 피었습니다. 말 없이 섬진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나의 맘속에도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두 강물이 만나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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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님의 댓글

포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조난대장님^^ 알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자연의 맛을 음이하시는군요^^ 시적인 표현까지^^ 멋지십니다^^ 부산싸나이님과 친구분과 함께 산행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또 즐거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구요^^ 건강하시구요^^ 즐산하십시요^^ 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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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omi님의 댓글

dasomi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처음봐도 그리 낯설지 않은 건 산이라는 매개때문인것 같습니다..  먼저 달아나서 죄송하구요^^  성격이 좀 급해서리~~  다음엔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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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잘못 진행 하시여 턴해서 돌아 오시듯 부산싸나이 님의 건강회복 또한  건강하게 굽이쳐 흐러는 섬진강 강물처럼 순환 하리라 예상합니다.함께한 백운산 즐거웠습니다,산에서 뵙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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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민님의 댓글

조승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부산싸나이님 홈피에서 몇번 봤는데 실제모습은 이번 산행에서 처음 뵜습니다.키도 크시고 듬직한 외모처럼 조난대장으로서 임무 확실하게 수행완수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산행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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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님의 댓글

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부산싸나이(?)... 백운산행...매화마을..우~와 정말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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