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를 넘는 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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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님과 옥시(친구신애)몇 일 전부터 이러저런 통화를 했었다^^
산을 계속 탈것인지 어쩔 것인지.....
무작정 장비를 사라고 말을 못하겠다
버찌님은 다소미님의 방한 장비를 빌렸고
옥시는 일이 잘못되어 방한 장비를 빌리지 못했다...
일단 내가 아이젠이 두 개니 하나 빌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일단 랜턴과 모자, 방한용장갑을 여벌로 준비하라고 하고
옷도 단디 챙기라고 했다...
안되면 내 장비를 줄 생각으로...
그러나 산에서는 "안되면"이라는 가정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인데...
선자령을 시작으로 대관령을 타는 무박야간산행을
한 경험이 있지만 그때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그때도 영하 20도의 강추위였는데....
그때를 생각하고 준비를 했어야했는데...
추워 얼어죽을 꺼라는 걸 알면서도 왜
이 모양으로 준비했는지.....
출발 당일에 엄광산을 다녀왔다^^
같이 간 산동무들이 설악산에 간다하니 다들 말린다^^
눈도 많이 왔고 날씨도 많이 춥다는데 가지 말란다^^
"얼어 죽는다"^^
포포 : 진짜 조난당하면 얼어죽을꺼야^^
부산 구모여인과 일행 설악산에서 조난당하다^^
아침 신문에 실리고 그러는거 아니가^^
산동무 : 옥시^^ 어찌 올라갈라고^^
포포 : 천천히 후미로 올라가야지^^
웃으면서 서로 얘기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될 줄이야.....
버찌님은 산행 경험이 옥시보다는 많고 잘 타는 편이고
옥시는 산에 오른지 얼마 되진 않지만 조금 다닌 편인데...
하지만 설악산에 간다하니 아는 이들은 옥시를 걱정한다^^;;
2월 19일 오후 9시 반...
나와 버찌님, 친구 옥시 이렇게 셋이서 설악산에
가고자 산정버스에 오른다^^
산정버스는 10시가 조금 안되어 출발한다^^
가다가 중간에 튼튼님이 오르시고
본격적인 고속도로 위로 들어선다^^
총무님께서 준비해주신 떡^^
우리의 비상식량^^
밤에 가를 길이라 주무시는 분들을 위해
휴게소에서도 방송은 안 한다는 대장님^^
한철규님의 방송신청으로 우리 산정이
전파를 탔고 그 방송에 산정님들께서 귀를 기울이신다^^
철규님 이벤트를 준비하셨다^^
출발하고 몇 잔의 술이 돌고는 차의 불도 꺼진다^^
버스가 출발하고도 장비 때문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남포동에 나갔을 때 샀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뒤늦게 든다...
혹시 휴게소에 팔려나 싶은데
아무데도 팔지 않는다....
가다보니 랜턴이 없는 옥시와 후레쉬를 가지고 온 버찌님과
내가 어떤 순으로 올라가나 생각했다..
버찌님이 손랜턴이라 앞에 서기로 하고
옥시가 중간, 내가 뒤에서 옥시 앞을 비춰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일단 내 스패치를 신기고 나는 그냥 가보기로 했다...
넓직한 공@ 가지고 있는 버스는 밤길을 달리고 달려
새벽 3시를 넘기고 오색매표소에 도착했다^^
배가 고픈데 아침을 먹고 출발하겠지 싶었는데
오 마이 갓^^ 그냥 출발하는 것이다^^
아침은 대피소에서 먹는단다^^
아이고 내는 밥심으로 사는데.... 이를 우야노^^
나는 바라클라바를 쓰고 모자를 덮어쓰고 랜턴을 착용한다
바라클라바도 쓰까마까하다가 쓰고 올라간다...
인원점검 후 4시를 전후로 출발한다
시작길부터 양옆으로 눈이 많이 쌓였다^^
다행히 러셀이 되어 있다
어두컴컴한 설악의 밤^^
하늘엔 별들이 수없이 뿌려져있고
하얀 눈이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어둠에 묻혀 있지만
밟는 소리에서 눈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밟는데 러쎌이 되어 있는 눈길이
다시 얼었는지 눈을 밟을 때마다
그 뿌드득 하는 눈의 입체감이 다리를 타고
허리까지 느껴진다^^
과연 적설량이 엄청나다고 하드니
오르는 길 양 옆을 둘러보니 내 눈높이 보다 높이 쌓였다^^
포포 : 옥시^^ 이런 눈 처음 밟아보지??
옥시 : 응 좋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산정의 불빛이 줄을 지어 움직인다^^
일단 출발은 좋은 것 같다^^ 옥시
점점 오르막이 이어진다
헛발을 디디기도 하고 미끌리기도 하고
잘 따라가다가 내가 러쎌이 되지 않은
옆길로 빠지는 바람에
일행과 조금 떨어진다^^
여기서 아이젠을 차고
오르려니 뒤에 사람이 몇 안된다^^
갑자기 무서움에 "어 같이 가요^^"
하는데 김은숙님께서 올라오신다^^
어 오늘은 뒤에 계시네^^
앞에 거의 다 올라가고 뒤에는 나와 김은숙님
한철규님, 그리고 산정님 몇 분만 계시는 것 같다^^
그 중에서 김은숙님과 나는 앞 뒤로 차이가 제법 나서
둘만 걸어가고 있었다^^
근데 김은숙님께서 랜턴을 안 가지고 오셨나보다
뒤에서 비쳐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같이 오른다^^
친구들은 앞서 간 산정님들 사이에서 잘 오르고 있을려나??
걱정이다^^
가다보니 김은숙님께서 방한장갑을 찾으시는데 가방안에
없으신가보다(나중에 보니 차에 두고 내리셨단다)
그래서 일단 내 방한장갑을 덧 끼워드린다
같이 열심히 따라가는데....
오늘은 선두팀 쉬지도 않으시는지....
가다보니 요령이 생겼다
뒤에서 랜턴을 비쳐줄 때 바로 붙어서 가는 것 보다
몇 발자국 뒤에서 비쳐주니 앞사람의 랜턴시야가 더 넓은 것이다^^
ㅋㅋㅋ 배웠다며 좋탄다^^
그래도 앞이 잘 보이도록 비쳐드리고 싶으나
나도 밑을 보고 걸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보니
맘처럼 잘 해드리지 못했다
앞에 몇 개의 불빛이 보이는데 우리 일행인가 싶어
이름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도대체 어디쯤에 가고 있는지??
가다보니 내림길도 있는데 야 잘못해서 헛발 디디면
소리도 없이 옆으로 미끄러져 내려갈 것 같다^^
발이 푹푹 빠지니 앞에서 조심하라고 일러주신다^^
진짜 길이 좁은 곳도 나오고 하니
영 위험하네^^
뒤에서
한철규님 : 앞에 누굽니까^^ 포포??
포포 : 예, 철규님^^
한철규님 : 야 포포 오늘은 같이 가네^^
근데 친구는 어디 가고 뒤에 있나요??
포포 : 아이젠을 차니라 늦어졌어요^^
앞에 두 분이 계시는데 대장님과 조승민님이다
한철규님 : 어 대장님이 어떻게 뒤에 계십니까??
대장님 : 아!! 옷을 갈아입는다고 서 있습니다^^
조승민님 : 어 포포님이 뒤에 계시네요^^ 처음 봅니다 뒤에 계시는거^^
계속 걸어가는데 앞에 여러 명이 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마침 거기에 일행이 같이 있다^^
옥시 뒤에는 프리윌드님 같은데....
신동수님 목소리도 들리고^^
일행을 불러세운다^^
옥시한테 내 랜턴을 씌워준다^^
차라리 얘가 쓰고 가는 편이 더 낫겠다 싶었다^^
버찌님 랜턴은 이미 밧데리가 나간 상태다^^
여유분도 안가져왔단다ㅜ.ㅜ
내가 가지고 있는 여유분은 그 랜턴에 맞지 않고....
아이고 이를 어찌하누.....
잘 좀 챙지기 하는 왠지 원망스런 감정이 맘속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이 원망을 조금 후에 나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다시 일행 3명이 같이 오른다...
버찌님이 앞에 서 있고 옥시가 중간에서 랜턴, 내가 뒤에.....
하나의 불빛에 의지 해 가지만
버찌님 그래도 잘 올라간다^^ 산처녀^^
점점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되는데
옥시 처지기 시작한다....
얼른 해가 뜨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럴 기미는 안보이고....
앞으로 다 지나쳐가는 산정님....
후미대장님 한철규님이 바로 뒤에 계신다^^
우리가 끝이다^^
후미대장님과 버찌님이 앞서 가고 따라간다^^
몇 발자국 차이를 내면서 오르니
후미대장님께서 힘내자고 파이팅도 해주시고 힘을 실어주신다^^
한철규님 : 신애씨 컥鉗^^ 옥시 파이팅^^
쉬는 간격이 점점 많아지는 옥시....
포포 : 언니야 먼저 올라가라... 뒤따라 가께
버찌님 : 같이 가자...
포포 : 아냐 먼저 올라가요...
일단 컴컴한 어둠은 사라지고 앞이 보일 정도는 되어
버찌님을 먼저 올려보내고 둘이 남는다
한사람이라도 가고 있어야 맘이 편할 것 같았다
한철규님께서 계속 앞서서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계신다^^
포포 : 신애야 힘내자^^ 올라가면 정말 멋질꺼야^^
니 설악에 반하면 안된다이^^
그러나 별 반응이 없는 옥시....
어스름 한 새벽에 희미하게나마 설악의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선두팀은 일출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발이 푹푹 빠져 오르기 힘들어하는데
힘내자고 파이팅 해보지만
눕고 싶다는 옥시....
포포 : 신애야 해가 올라올라고 한다^^ 주위를 함 둘러봐봐....
한철규님 : 신애씨 조금만 더가면 눈 덮힌 설악의 멋진 모습이 보일 겁니다^^
자 힘내요^^
중간중간 물도 마시고 파이팅해주시는 한철규님^^
너무 감사하다^^
계속 오르다 평평한 자리에서 쉬고 있으니
옆으로 해가 올라온다^^
설악의 일출^^ 오늘도 덕을 많이 쌓으신 분들이 오셨나보다^^
정상에서 봤다면 깨끗한 일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작년 10월에 설악의 일출을 봤는데.... 그때 얼마나 추웠는지....
왜 그때의 기억을 못했는지.....
쉬엄쉬엄 올라가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포포 : 철규님 먼저 올라가세요^^
오늘은 철규님도 산정과 같이 움직일수 있는데
괜히 저희 때문에 늦으시는 것 같아요^^
그냥 먼저 올라가세요^^
한철규님 : 같이 가야지...무신 말씀을... 빨리 가면 뭐합니까^^
즐기면서 천천히 가면 되지^^
후미 하시느라 항상 늦게 오르시는데....
오늘은 우리만 아니라면 벌써 선두와 같이 올랐을텐데....
죄송스럽다...
포포 : 그냥 무전기 저 주시고 올라가세요^^
한철규님 : 같이 올라갑시다^^ 내가 후미대장인데 무전기를 주면 되나^^
참으로 마음씨도 좋으시다^^
미끌리면서 눈을 짚으니 장갑이 젖어 얼었다^^
손이 시려 손가락을 빼고 손바닥부분에서 주먹을 쥐었다^^
옥시도 장갑이 다 졌었는데.....
여분의 장갑을 안가져 왔단다.... 이 무신 소리고.....
교체할 장갑이 없다니..... 내 장갑은 빌려주고 없는데.....
손을 나처럼 하라고 가르쳐주고 계속 주물럭거리라고 한다^^
철규님 : 그냥 두지 말고 움직여요^^
발가락이 얼어 감각이 없어지려고 한다^^
해는 올랐지만 눈 속에 계속 발이 묻혀있으니.....
신애도 많이 추울텐데
포포 : 신애야 많이 춥제^^
옥시 : 아니 춥지는 않다... 미야 눕고 싶어....
포포 : 조금만 더가면 된다^^ 지리산도 갔다왔잖아.... 갈 수 있다^^
힘내자^^ 천천히 가면 된다^^
위에서는 한철규님이 간격을 맞추시면서 오르신다^^
갈수록 눈바람이 장난아니다^^
눈바람이 불 때마다 몸들 돌려 막아본다^^
무전기에서 대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능선에 올라서면 바람이 굉장합니다^^ 준비 잘해서 올라오십시오^^"
도저히 안되어 장갑을 벗었다...
손을 소매자락 안에 넣고는 오른다....
되도록 눈에 손을 담그지 않으려고 힘을 쓰지만
미끄러지거나 중심을 잃으면 어쩔 수 없이 손에 눈이 묻힌다^^
손이 깨질 것 같다.... 발가락도 굳어서 통증이 오고....
양말을 두껍게 신었는데.....
신애는 많이 힘들어하고....
가다가 신애가 잠시 쉬자고 앉는다...
옥시 : 미야 뭐 좀 먹고 가면 안 되. 힘이 없다....
마침 주머니에 김종학님께서 주신 초코렛이 있어
바로 까서 입에 넣어준다.....
발이 감각이 없어 계속 제자리에서 걸어본다....
근데 왠지 눈물이 난다.....
"엄마......"
등을 돌려 몇 방울을 눈물을 훔치고는
다시 발을 내디뎌보지만 힘겨워 보인다.....
아!! 괜히 오자고 해서 애만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아니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하고 있다...
신애 얼굴을 보니 할말이 없다....
한쪽 볼은 얼었는지..... 하얗게 굳어있다.....
" 엄마 어떡해......."
몇발작 올려보내고 돌아서서 울었다.....
도대체 니가 뭔데 산을 올라오겠다고.....
산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척을 하고 건방지게.....
뭐 한다고 올라 오노...
친구를 데려올꺼면 준비라도 단디 해오든지.....
친구도 힘들게 하고 니도 힘들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왔는지....
나의 한심함에 감정이 북받친다....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신애어머님께 너무 죄송스럽다....
지리산에서도 다리를 다치고....
설악에서는 얼굴에 동상 걸리고....
나 때문에 산에 暠� 다치기만 하고....
너무 죄송스럽다....
앞으로도 내가 산을 계속 타야하나???
이런 정신으로 등산을 계속 해도 될까.....
한철규님을 위로 중간에 신애가 내가 마지막으로 올라간다.....
얼마 못 가 다시 앉아서 쉬는데
계속 허기가 지나보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밥이라도 먹고 가겠구만.....
출발할 때 철규님께서 주신 영양갱이랑 모나카를
먹는다....
나는 암 생각도 없다.... 배가 고픈지도 모르겠고....
계속 발을 동동 굴리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한철규님께도 너무 죄송스럽다....
옥시 : 미야 그냥 내려가면 안 되.....
포포 : 벌써 반을 넘게 올라왔는데.... 거의 다 왔다....
조금만 힘내자.... 이제는 내려가는 길이 더 멀다....
이까지 왔는데 대청봉을 보고 가야지.....
힘이 다 빠져버린 얼굴을 보니 할말이 없다.....미안함밖에는...
다시 힘내서 오르는데
아까보다는 제법 올라간다....
앞에서 철규님께서 끌어 올려주시기도 하고....
등 뒤로는 눈꽃이 만발한 설악의 능선이 쫙 펼쳐졌다....
아름다움에 반하고 싶으나 그럴 상황이 아니다....
뒤따라 오르는데.... 눈물이 또 난다....
아 이게 뭔가....
오르다보니 위에서 내려오시는 분이
장갑도 없이 어떻게 오르냐고
걱정하신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 장갑을 빌려드려서 없다고 괜찮다고....
장갑을 줄테니까 끼라고 하시지만 괜찮다고...."고맙습니다"
그러고는 오르는데 밑에서 전달전달해서 장갑을 주신다....
받아서 "고맙습니다" 인사드리고 바로 신애 장갑을 빼고 끼운다....
아!! 이런 산정뺏지라도 빼버릴걸...
산정에 이미지가 나빠지는 건 아닐까....
이런 날씨속에 대원들 준비도 제대로 안시켰다고....
아... 이를 어짜노....
얼마전에 게시판에 초보산꾼에 대한 배려의 글이 봤을 때
이정도 산악회에 따라 올려면 등산학교를 다니든지
책을 보면서 경험도 쌓고 자기가 알아서 준비를 해야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했으면서 난 왜이럴까...
내 얼굴에 내가 침을 뱉는다^^
눈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앞서 가신 분들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이
몇 번 불지도 않는 바람에 다 덮혀 버렸다....
그러니 더 오르기 힘들고 미끄러지고 있다....
이쪽으로 올라가라 거기에 발을 디뎌라....
이런 말을 하면 뭐하나....
이미 애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놨는데....
드디어 눈 앞에 산이 하나 보인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눈 덮힌 능선이 펼쳐진다....
나무도 온통 하얗고..... 지난 겨울의 하얀트리가 생각난다...
내려오시는 분이 점점 많아지고 서로 오르고 내리려니...
오늘은 내려오시는 분을 보면서 좋겠다는 생각도 없다....
옥시 힘내서 한발 한발 디디는데.....
괜찮은지 쉬자는 말을 거의 안한다...
드디어 중청이 보인다^^
포포 : 신애야 저기 봐봐 다왔다.... 저기가 중청이다.
바로 옆이 대청봉이다^^ 조금만 더 힘내자....
한철규님 : 예 이제 다 왔습니다^^
이제야 신애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지어지는 듯 하다....
근데 이때 대장님으로부터의 한통의 무전기
대장님 : 아!! 후미 지금 대청봉에는 강풍이 불어 못 올라갑니다...
다시 돌아내려 갑니다....
지금 못 올라가니 다시 올라왔던 길로 하산합니다...
댕!!!! 이기 무신 말이고....
기껏 힘들게 올라왔드만 다시 내려가라꼬....
포포 : 아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되는데.... 신애야 어쩔래.....
갔다가까????
신애 : 여기까지 왔는데.... 가보자....
포포 : 신애야 정말 미안하다... 준비도 제대로 못해서 힘들게 하고
정말 미안하다.... 나 때문에 고생만하고..
옥시 : 미야.... 니가 미안한 것 보다......
옥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나의 부족했던 생각에 대한
미안함은 말로 못할 것이다....
그래 이까지 와서 다시 내려간다니....
그래서 오르기로 하고 푸르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는
하얀 눈밭에 빠진다....
내려가시는 분께
한철규님 : 얼마나 더 가면 됩니까??
사람 1 :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포포 : (아!! 아저씨 조그만 더 가면 된다고 해주시지
안 그래도 아 힘들어서 걱정인데... 그리 말씀하시면
힘빠지구로....
3명이서 한 줄로 오르고 있는데....
산정님께서 내려가신다....
설마했건만....
그러고는 또 한 팀이 내려가시는데
신동수님 : 아! 지금 거기 못 올라간다꼬...
바람이 엄~~~청나서 못 올라가(말투가 좀 비슷하지 않나요^^)
총무님 : 다시 내려갑니다.... 대장님이 다 돌아 내려가라고 하니까 내려가요....
추워서 못 가요...
기러기아빠 : 어 이제 올라와요....
그렇게 망설이고 멍하게 서있는데
대장님께서 내려오신다....
한철규님 : 대장님 위에는 아예 못 갑니까??
대장님 : 예 지금 바람이 엄청납니다...
내가 설악산에 78번 와봤는데요 98년인가 그때도 바람이 너무 불어서.....
백암산에 기왓장이 날라 와서 버스유리가 깨지고.....
전신주가 넘어가는.....
이 멘트는 버스에서도 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못 가니 내려가야 됩니다....
지금 다 내려가라고 했습니다....
안 그래도 내려오시는 분들 얼굴을 뵈니 얼어서
얼굴빛이 검다....
총무님은 코끝이 얼었는지 옥시처럼 하얗다....
신동수님, 대장님 등 다들 얼굴이 장난 아니다...
포포 : 신애야 안되겠다. 내려가자....
옥시 : 그럼 가야지....
나중에 알고 보니 정상은 영하 30도를 넘는다고 한다^^;;
근데 먼저 올라간 버찌님이 안보인다...
위에서 우리 기다릴낀데....
어쩌나하고 있는데 멀리 언니 옷이 보인다....
다행이다 싶어 이름을 불렀다....
포포 : 언니야
버찌님 : 어 내는 대청봉까지 갔다왔다^^ 만족감인지 웃는다^^
대단혀.... 바람이 그리 분다는데.....
버찌도 신애걱정부터 한다.....
근데 버찌님도 배가 고파 현기증이 난다고 한다.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기상 때문에 빽....
올라왔던 길이 험했던 만큼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려가면서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흘러내린다^^
처음엔 내려가는 길도 신애한테는 힘들드니
점점 미끄럼도 타고 하니 얼굴이 펴지는 것 같다....
다행이다 싶다....
옥시 : 내가 향후 3년안에는 설악산에 때리지기도 안올끼다^^
가이네 지리산에 가서도 그라드만^^
내가 태어나서 이런 고생은 처음한다는 옥시^^
정말 힘들었을 거다.....
가파른 길은 아예 미끄럼을 타고 쭈르륵 내려간다^^
많은 어른신들이 그러하신다^^
그러면서 신나 하신다^^
내려가다가 아까 중청이 보이는 자리에서
산정님이신데 누군가 사진을 찍어주신다^^
근데 그때 사진을 찍는 분이 누군지도 모르고 찍었다^^
손발이 얼어 암 생각이 없었다^^
철규님이 다시 한판 찍어주시고
부탁하시는 분이 계셔서 찍어주지만...
손을 내밀기만 하면 얼어버리니....크...........
조금 내려가다 배가 고파서 안되겠다 싶어
옆이 4명이 한 줄로 서서 모나카를 입에 털어넣는다^^
그리고는 다시 내려간다^^
가다보니 프리윌드님이 계신다^^
다른 산악회에서는 라면을 끓이시는지....
이어지는 내리막...... 가다 안되어 다시 떡을 먹지만
다들 손이 시리니 먹는둥 마는둥^^
와 진짜 손이 떨어져나갈 것 같다^^
통증이 심해 잠시 손을 배에 감싸고 있는다^^
정말 무서운 추위다^^
이젠 옥시 얼굴에도 미소가 이어지고
썰매를 타면서 내려가는데
돌 때문에 공중부양도 하고 엉덩이도 몇 번 찍지만....
서로 재밌다고 난리다^^
조승민님께서 내려가신다^^
뭐라 말씀하셨는데 기억이 안 난다^^
앞서 가신 분이 썰매길을 만들어놓으셨으면
놓치지 않고 타고 내린다^^
아저씨들도 재밌다고 소리 지르시고 야~~~~후^^
길이 꼬불꼬불하면 수영장미끄럼틀을 타듯.... 너무 재밌다^^
어느 분이 그러신다^^
"꼭 봅슬레이를 타는 것 같다"
진짜 그랬다^^
어쩔 땐 3명이 같이 붙어 타고 내려오기도 했으니까^^
아예 길이 험하고 미끄러울 것 같으면 바로 앉아버린다^^
엉덩이가 찍히고 아프지만 좋기만 하다^^
옥시 : 내가 3년 동안 탈 눈썰매를 오늘 다 타는 것 같네^^
가다보니 썰매길이 너무 잘나있다^^
어느 분이 비닐을 타고 내려 가셨나보다^^
포포 : 야 앉아서 내려와^^
슝~~~~~~~~~~ 끝장이다^^
잘못하다가는 옆 낭떠러지로 튕겨져 나갈 것 같다^^
나무에 브레이크를 걸기도 하고^^ 너무 재밌다^^
야^^ 조심해^^
뒤에서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발로 밀어주기도 하고^^
나는 내려가다가 구르는 바람에 거꾸로 누워 썰매를 타기도 했다^^
다 큰 처녀들이 하시면서 다들 한심해 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저씨 아줌마 가길 것 없이 다들 재밌게 타신다^^
조심하라면 걱정도 해주신다^^
한철규님 : 엄마한테 옷이 이게 뭐나며 혼나겠다^^
고 웃으신다^^ 어린애들이 놀다가 엄마한테 혼나듯이^^
난 신발 안으로 눈이 한 가득이지만 오를 때는
눈덩이들이 들어와 양말사이사이에 꾭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웠지만
여기서는 크게 신경도 안 쓰인다^^
옷은 온통 하얗다^^
내려가고 있는데 튼튼님이 지나가신다^^
튼튼님 : 와!! 뭐합니까^^ 이렇게 타고 내려오면 뒤에 내려오는 사람이 위험하잖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이런 재밌다고 우리생각만 했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고는 이제는
걸어서 내려가시는 분들이 다니시는 길은 두고
옆으로 썰매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있으면 타기도 한다^^
튼튼님께서 썰매타는 모습을 찍어주신다^^
손을 빼서 승리를 V룰 그리고 싶지만
소매자락이 얼어서 손을 내고 넣기만 힘들다^^
조금 있으니 김종학님도 내려오신다^^
난 두 분다 내려 가신 줄 알았는데....
하긴 하산 하실 때 두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대피소에서 식사를 하고 오셨단다^^
내려오는 길은 정말 재밌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하긴 오를 때만 하겠는가만^^
그렇게 내려오니 출발지점이였던 오색매표소다^^
이렇게 힘들고 재미났던 설악의 산행이 끝이 났다^^
한철규님 수고많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매표소 앞에서 옷을 털고 아이젠을 벗는데
눈이 털리지 않는다^^
차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데 다들 쳐다본다^^
차에 올라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털었는데
얼어서 안 털린다^^
기사님께서 빗자루로 털어 보지만 안 떨어진다^^
어쩔 수 없이 녹아 내리는 수 밖에^^
가방에도 눈이 한 가득이고 옥시 잠바주머니 안에도 한 가득이다^^
정리를 끝내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식당에 들어서니 대장님, 신동수님, 삼촌님, 김은숙님, 기러기아빠, 등등
산정님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셨다^^
근데 아저씨가 주문한 음식 말고 우리가 가져온 음식을 먹는다고
뭐라 하시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먹는다^^
철규님께서 가져오신 닭야채볶음밥에
내가 가져온 과일에 ㅋㅋㅋ
자연송이 해장국에 해물파전에 머루주를 마시고 있으니
신동수님께서 양주를 한잔 주신다^^
덥썩 받아서 먹는다^^
다들 온천을 안 한단다^^
나는 도저히 추워서 안되겠기에 혼자서 들어간다^^
알카리탕, 녹차탕, 탄산온천탕도 있고 여러 가지 많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푸니 음^^ 기분 죽이는 구만^^
혹시나 시간에 늦지 않을려고 1시 반이지만
1시에 맞춰가니 많은 분들이 아직이다^^
1시반에 모든 산정님들께서 차에 오르시고 출발한다^^
다들 얼굴에 광이 난다^^
좋다^^ 땀빼고 온천하고^^
맑고 푸른 설악의 모습을 뒤로하고 돌아간다^^
차에서는 술이 몇 잔 돌고
주무시는 분들도 많으시다^^
차에서의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튼튼님께서 물으신다^^
튼튼님 : 산에는 어떻게 오르게 됐어요^^ 그게 참 궁금하데^^
이런저런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말씀드렸지만.....
글쎄^^
걷는 것이 좋다고 해야하나^^
그냥 길보다 산에서 걷는 것이 좋다^^
오르고 내리고....반복되는 길들^^
중간중간 여러가지 맛나는 코스도 있고^^
모르겠다^^ 산에서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흥이 나고 신이난다^^
덩달아 몸도 신이 나고^^ 정신도 맑아지고^^
무엇보다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볼수 있으니까^^
정상에서 바라보면 도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정도밖에는^^
하지만 아직 나도 모르겠다^^
왜 산으로 오르는지^^ 나도 그게 늘 궁금했는데^^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튼튼님과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분명하지 않은 나의 구강구조 때문에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듣기 괴로우셨을지도 모르겠다^^ㅋㅋㅋ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9시가 되기 전에 부산에 도착했다^^
저녁식사 겸 소주한잔씩하고 돌아왔다^^
이번 설악산행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기상에 대한 철저한 준비...
물론 자신들이 잘 챙겨야하겠지만
난 장비에 대한 설명과 필요성만 얘기했을 뿐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산에서 동사 한다는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정말 이번처럼 준비했다가 조난이라도 당한다면
바로 목숨과 직결되겠구나 싶다...
나의 실수와 부족한 준비력 때문에 고생했던 친구와 언니....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ㅜ.ㅜ
그래도 무사히 잘 다녀와서 다행이다....
옥시 얼굴이 괜찮아야할텐데.....
늘 부족한 게 많지만 다시 한번 나의 못난 모습에
죄스럽다....
후미에서 너무 고생하시고 희생하신
한철규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신경 써주시고 챙겨주신
산정님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많은 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산정님과 같이 한 무박 설악산행....
하루 사이에 많은 경험을 했던 설악산
정말 기억에 남을 겁니다^^
산정님 모두 수고많으셨구요^^
원래 코스대로는 못 갔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즐거운 한주 되십시오^^
댓글목록
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지난 설악 주말산행이 고스란이 글로 옮겨 왔네요,예쁘고 애띤 미스들이 어디 에서 그런 강한 짐념과 의지가 나오실까? 어아 합니다, 사나이들의 우정 보다도 더 아름다운 숙녀들의 정을 느낄수 있어 감동입니다,대청봉을 눈 앞에 두고 애석 하게 오르지 못했지만 이번 등반 에서 얻은 체험은 소중한 자료가 될것입니다,옥시님 동상 치료 잘하시기 바라며....포포님의 헌신적인 배려는 함께한 많은 산정님들의 귀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혹독한 기상에 속에 함께한 설악 등반의 추억은 오래 토록 기억 될것 입니다,여러분 건강하십시요...
포포님의 댓글
포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방금 친구랑 통화했습니다^^ 다행히 동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화상이라고 하네요^^ 화학물질때문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장갑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그랬나봅니다^^ 친구가 너무 고맙고 죄송하다고 전해달래요^^ 처음 따라온 산정에 폐를 끼친 것 같다고 무지 죄송하답니다^^ 담 산행에도 같이 하고 싶다네요^^ 다행히 설악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못느꼈겠구나 싶었는데 또 산에 가자고 하니 산정에 반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글고 매래치님^^ 이제야 얼굴을 알았네요^^ 산에서 뵙기만 하고 이제야 누군지 알았습니다^^
조승민님의 댓글
조승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포포님도 포포님 친맏筠 모두 아주 값진 경험 하셨습니다. 고생하신만큼 많은 교훈도 얻었잖습니까? 끝까지 책임감 있게 어려운 산행 마치신 포포님 훌륭하십니다. 마음속 깊이 박수를 보내드리지요. 짝짝짝... 개인적으로 저는 창피하지만 설악산이 학창시절 수학여행후론 처음입니다. 물론 대청봉은 생애 처음이고, 무박 야간산행도 처음이고, 모든게 처음입니다.촌놈 완전히 출세했지요.특히 악천후 속에서의 정상등극은 이놈 스스로 큰 자랑거리더군요. 우리 모두 잘 해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산행에서 뵙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