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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산행의 절정을 설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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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댓글 4건 조회 2,148회 작성일 2005-02-21 18: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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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산행
일자: 2005년 2월20일 (조방앞 출발 2월19일저녁22시)
내가 가본 우리나라의 산중에서 아름답기로는 설악산을 제일로 꼽고 싶다.
지난해의 추석전에 산정인들과 간 설악공룡의 산행의 감회는 지금도 머리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설악의 겨울산행을 더 많이 기다려 왔는지도 모르겠다.
올 겨울의 마지막 눈 산행을 설악산에서 마무리한다는 마음으로 일주일을 주택복권의 기대감처럼 설악속에서 보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매일 설악산 국립공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갈 때마다 폭설로 인한 탐방로의 폐쇄가 계속 나오길래 자칫 이번 일요일은 올라가지도 못하고 마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는데 일주일 일기예보는 일요일의 날씨는 맑다고 하는 데에 안도를 하지만 그래도 못 가도 대청봉은 올라갈 수는 있겠다 싶어 토요일 저녁 일찌감치 조방앞으로 갔다.

산행코스:오색-설악폭포-대청봉-중청봉-소청봉-봉정암-가야동계곡-오세암-백담사-용대리 [11시간소요]는 기상악화로 갈수가 없고 대청봉을 거쳐서 중청봉-소청봉- 회운각대피소-천불동계곡-신흥사-매표소로 가는 걸로 변경을 하는데 이것도 불확실하다고 하는 산행대장의 안내가 이어진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서 일단은 대청봉에 올라가서 결정하겠다는 말씀과 함께 출발, 설악가는 길이 얼어서 엉망인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서 생각보다는 빨리 새벽4시 조금 넘어 오색에 도착을 한다. 잠은 거의 깨어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잠이 오지를 않는다. 37인승의 넓은 차량인데도 불구하고 조금 자는듯하다 또 눈을 뜨고 그렇게 하다가 3시 조금 넘어 마지막 휴게소를 지나자 여기저기서 부스럭대기 시작을 한다. 산행을 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른다.
싸늘한 새벽공기를 호흡하며 산행대장님의 짧은 산행의 이야기가 끝나고 4시10분에 매표소를 출발한다. 평소 같으면 뒤에서 출발할 텐데 매표소 앞에 서있어서 그런지 선두그룹에서 따라간다. 아이젠이 눈에 박히는 빠드득하는 소리를 들으며 계단이 나오면 핸드레일을 잡고 다리에 가능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하여 메달리듯 팔로 당기며 올라간다. 뒤에서 올라오는 헤드램프의 불빛들이 겨울산행의 묘한 느낌을 가지게 하고, 지난해 올랐을 때 무척 힘들어서 정상 거의 다가서 나오는 오르막을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갔기에 힘의 분산을 위하여 애쓰며 올라간다.
5시 제1쉼터에 도착하자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나무에 있던 눈이 날리는지 간간히 헤드램프의 불빛에 비치기도 한다.
6시30분 제2쉼터에 도착 내 뒤에 줄 곳 따라오는 키가 큰 산정 아가씨 한 분이 발이 시렵다고 한다. 벌써 발이씨려우면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정상으로 가면 갈수록 추워지면 산행의 어려움 때문에 고통이 오니까 안쓰럽기도 하다. 동녘의 하늘은 해가 올라오려는지 불그스레 변하고 있다.

다른 산악회에서 온 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눈에 띈다. 오르막을 오르다가 지쳐서 쉬는 사람들 비켜주는 사람들을 추월하면서 가는데 유독 가지 않는 한 팀의 산행인들이 눈에 띈다. 내 뒤에 따라오는 우리산정의 아가씨는 머리로 내 뒤를 몇 번이나 부딪친다. 두발 걸으면 한발 쉬고 어떤 때는 몇 번을 호흡을 하고 쉴 정도로 서있을 때도 있다. 열명은 넘어 보이는 한 줄의 산행인들인데 제일 앞사람을 보자 부지런히 걷는 것 같은데도 도무지 앞으로 진행이 되질 않는다. 웬만하면 옆으로 잠시 비켜주면 좋으련만 아무데서나 추월도 어렵다. 등산로 옆으로 들어가면 무릎 이상으로 빠지기에 한 10여분을 따라갔을까, “먼저 가겠습니다. 미안합니다”를 중얼거리며 추월하며 나가야 했다. 그분들은 무척 힘이 빠진 모양이다.

사진을 찍기 위하여 디카를 작동시키자 렌즈가 나오는 게 어째 좀 심상찮다. 전지가 얼어서 그런지 반쯤 나와서는 다시 들어가고 해서 카메라 집과 분리하여 살갗이 닫는 부분의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니자 한참 후에나 작동을 한다.

7시20분이 지나자 뒤돌아서 보는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는 자리에 왔다. 작년 추석 전에는 온통 하얀 구름이불로 아래를 덮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더없이 맑고 장엄한 눈 덮인 산들을 나타내어 주위의 경치에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잠시 동안 몇 장의 사진을 촬영하고는 몇 분만 걸어가면 나오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나오는데 그 위에서 엄청난 강풍을 피하며 우리일행을 기다린다. 산에서 내려와서 알았는데 그곳이 대피소라고 하였다. 한때의 군사시설로 생각하고는 콘크리트 슬라브 위에서 바람과 함께 있었는데 괜히 산정의 아가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춥다거나 손이 씨리거나 그렇지는 않아서 잘 버티고 있는데 정상에 같다가 내려오는 사람마다 여기서 하산을 하라고 충고를 한다. 바람이 세다고 한다.
수분을 기다리자 우리의 산정대장 산정인들 이 올라온다. 대장님은 오늘의 산행은 예상했던 대로 엄청난 강풍으로 더 이상 진행을 할 수가 없다고 하산을 하란다. 자신 있는 분들만 정상에 올라갔다가 오자고 한다. 여기서 정상까지야 한 100m나 될까 싶다. 참으로 멋진 경치를 두고 정상에서만 있다가 하산을 한다는 게 아쉽기가 보통이 아니다. 그러나 잠시 후면 그런 생각도 없어지게 된다.

7시56분 정상도착 바람은 불지만 한 2분 정도 있었을까, 건방진 놈들 맞좀봐라고 하듯 강풍이 바닥에 있는 눈을 날리며 정상에 있는 사람들을 날려버릴 듯 세차게 불어와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바위를 움켜잡고 피하고 순간 피하지 못한 몇몇은 잔뜩 긴장하여 허리를 숙이며 급히 정상의 표지석과 떨어져 내려와야 했다. 그래도 동수친구의 사진을 밑에서 찍고서는 다시 정상으로 올라갔다. 여기까지 와서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주위의 경치를 담아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너무 커서 강풍과 맞서서 몇 장을 찍는데 순간 손이 얼어옴을 느낀다. 웬만해서 이렇게 빨리 손이 언다는 것을 느낄 수 없는데 체감온도가 아마도 영하30도는 훨씬 웃도는 것 같다. 정상에 도착부터 불과 4분도 머물지 않았는데(뒤에 카메라에 찍힌 시간으로 추정) 손에 감각이 없어져 두려움을 느끼며 이렇게 한 10여분을 있으면 손에 동상이 걸릴 것 같기도 하고 자칫 몸에 한기를 느낀다면 얼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려오면서 언 손을 풀기 위하여 손바닥을 두드리며, 무서운 강풍과 찬바람을 손으로 느끼며 내려온다.

군생활을 경기도 가평에서 하였는데도 이렇게 순간적으로 내 딴에 방한장갑을 끼었는데도 갑자기 손이 씨려운 것은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처음일정대로라면 아침식사는 중청대피소에서 먹기로 하였는데 싶은 아쉬움 소청봉으로 가는 길을 떠올리며 아침식사도 하지 않고 하산 길을 내려온다. 아마도 한 시간이나 지나면 쾌청한 날씨 덕에 아까와 같은 그런 차가움은 좀 가라앉을 것 같은 미련이 남는다.

비료푸대 들고 다니는게 왠지 모르게 주책스럽고 하지만 오늘은 드디어 본전을 뽑을 량으로
미끄럼을 탄다. 비료푸대 안에다가는 쌀포대(마대)자루를 하나 더 넣었다. 만약 눈 밑에서 숨어있는 뭔가가 있어 엉덩이를 찌르면 곤란하니까.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타지 않고 들고 내려가다가 없으면 타고 내려간다. 날이 풀려 빙판이 되면 썰매를 타면 더 미끄러워 져 올라오는데 피곤하고 그래도 조금의 예의는 지켜야 하니까.
하산 길에서는 미끄럼을 탈 때가 너무 많아서 좋다.
요령을 적어본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재빠르게 비닐을 엉덩이에서 빼내야 한다. 충돌방지를 위해서
경사지가 심한 곳에서는 마대자루를 타면 마찰이 심하여 속도가 줄어든다.
아이젠으로 브레이크를 잡는데 갑자기 바닥을 찍으면 다리에 충격이 온다-그래도 급하면 바로 찍으면 된다.
바위나 심한 경사지에서는 타지를 않는다.
그렇게 재미있게 타고 내려오는데 내 뒤에서 몇 번이나 부딪치며 오는 아줌씨 한 분이 있었다. 아이젠이 부딪치면 덕될 것이 없기에 왠지 신경이 쓰인다. 내리막을 속도를 줄이며 가는데 아줌씨가 나를 밀고 내려가서는 나무를 사타구니로 싸고서야 멈췄다. 뒤에 나를 밀고온 아줌씨 또한 가관이다. 자기 사타구니로 날 완전히 끌어안고 있으니 쉽게 빠지지도 않는지 빼달라고 난리다. 하여튼 재미있게 어린이들처럼 즐기며 내려온다.
아침을 걸러서 그런지 무척 배가 고파서 간식용으로 가져온 쵸코파이를 한 개 먹자 완전히 꿀맛이다. 하나를 더 꺼내먹고서는 눈길을 내려왔다.
10시25분 오색 매표소에서 아이젠과 스패치를 풀고 우리일행을 찾기 위하여 좀 헤매다가 온천 쪽으로 내려오자 11시가 넘었다. 아침 겸 점심으로 산행대장이 있는 식당에서 가지 고간 김밥을 먹고서는 온천탕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한다.
13시30분 오색을 출발 하얀 주위의 경치를 뒤로하고 피로한 몸이 금방 잠이 든다. 그렇게 오다가 오늘 비료푸대썰매 탄 것이 생각나서 울엄마께 전화를 하였다. 설악산 등산 잘하고 집으로 가고 있다고 하자 “잉~ 할매들이 놀러 와서 놀고 있다고”. 지난 수요일 “비료 푸대 있느냐”고 신도시 때문에 농사를 짖지 않고 새로 지은 집에 살기에 아마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하여 그냥 주위에서 구하려다 전화를 하였다. “잉 한번 찾아보께” 하시더니 있다고 연락이 왔었다. 그래서 퇴근하여 혼자 사시는 집으로 가서는 밥 먹고, 설악산에 가서 눈설매 타려고 한다고 하자 무슨 뜻인지 쉽게 알아듣지를 못하시지만 자식이 왔다는 데에 즐거워 온갖 이야기로 저녁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왔었다.
졸면서 오고 있는데 울엄마의 전화가 왔다.
“오늘 등산하는 사람이 얼어 죽었다고 할매들이 그라든데 괜찮냐고”
“괜찮으니까 집으로 가고 있다 아이가”
“담에 놀러가께 들어가래이”
“잉~
조방앞에는 20시 좀 넘어서 도착을 하였다.

*설악산의 대청봉 정상은 엄청추운 날씨지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피부가 약한지 얼굴에는 아프리카 부족들 얼굴의 그림처럼 마스크한 줄이 눈밑으로 양쪽으로 길게 피부가 얼어서 색갈을 칠한것 같은 훈장을 하나 달았습니다.
사진을 올릴줄을 몰라서 글로만 올립니다.
올겨울의 멋진산행에 감사를 드립니다.
~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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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님의 댓글

포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아^^ 그 비료포대자루의 주인이시네요^^ 눈만보이니 누군지 몰랐습니다^^ 제가 야 이거 준비하셨네요하고 말했었는데 기억나시는지요^^하긴 방금 글을 읽고 매래치님의 아이디와 얼굴이 매치되었네요^^산에서 여러번 뵈었는데....이런저런 인연이 있었네요^^ 이제 잘 알겠습니다^^ 매래치님도 썰매타는 재미에 빠지셨네요^^ 정말 재밌게 탔던 것 같습니다^^ 매래치님 사진 부탁드립니다^^ 멜 주소가 omk007@hanmail.net입니다^^ 제가 찍어드린 사진 잘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정신이 없어 배경도 제대로 못잡고 찍었는데^^ 죄송합니다^^ 정월대보름 잘 보내시구요 산에서 또 뵙겠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매래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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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카메라 따뜻하게 보관 하셨으,혹독한 기상 에도 아름다운 사진 촬영 하시여... 우리의 사진 자료실이 빛남니다,비료포대 썰매 타기 노하우 대단 하십니다,어릴때,뒷동산 잔디 위에 눈이 내리면 비료포대 들고 산으로 올라간 동심이 생각 나네요.....함께한 설악산 기상의 악조건 속에서 함께한 산행 이기에 더 큰 의미가 느껴집니다,매래치 님 함께 하시여 즐거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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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민님의 댓글

조승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혹시 제 옆자리에 앉으신 젊잖으신 분이 매래치님 맞습니까? 저도 별 말없이 있다가 부산으로 오는 길에 말씀을 나눴지요. 아주 차분하시고 섬세하신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조용히 말씀하시는데도 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심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 혹독한 정상에서 사진촬영도 대단하시구요. 사진, 글 잘 감상했습니다. 이번 설악산이 겨울산은 마지막이라 하셨는데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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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래치님의 댓글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마음은 정말 산에 가고싶습니다. 산정님들과의 산행은 많은 즐거움을 주고요, 산정님들과는 그렇게 많이 가지는 않았지만 늘상 같이 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때가 많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그때의 생생한 느낌을 느낄수가 있거든요, 마눌님에게 좀 잘보여 놔야 담에도 마음편하게 갔다가 올수가 있기에 한번씩 집에도 봉사를 해야 합니다.  산정님들과의 즐거운 산행을 기대하면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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