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님과의 첫 입맞춤(한라산 백록담 초보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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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 김훈 에세이 "자전 여행" 중에서 -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단지 내 생애 엄청난 산행의 달디 단 꿀맛을 맛보았음을 하루가 지난 지금도 좀처럼 흥분이 가시지 않은 이 주책스러움(?)을 주저 앉히고자 짧은 기억을 더듬어 고민 끝에 "명품산정"의 명망높은 산행후기란에 감히 졸필을 몇자 적어 봅니다.
... 떠나기 4일전
전날 소백산을 다녀왔는데 벌써 25일이 기다려진다. 성탄절을 이렇게 손꼽아 기다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기 예수님의 성스러운 탄생을 기다리기보다 님과의 만남이 더 기다려진다. 사실.
... 성탄절 이브
어젯밤에 잠을 무척 설쳤다. 어릴 적 소풍가기 전날 머리맡에 소풍꾸러미를 올려놓고 잠들지 못하고 깨어서 몇 번이고 꾸러미를 뒤적거리던 기억이 난다.
딱 그 기분이다.
그렇게 잠 못이루는 긴긴밤을 겨우 보냈는데도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 아니 밤새 깨어있었으니 일어난 것도 아니네 뭐.
낮에 일은 바빴지만 시간은 왜 이리 안가는지... 그래도 때는 오는 법.
얼른 일과를 후다닥 마치고 여객선 터미널로 향하여 열심히 뛰었다.(진짜 지하철 안에서 뛰었다. 오늘따라 전철은 왜이리 느린거야. 초고속 지하철을 만들든지 해야지 원.)
... 그 날!
국내 처음으로 순 국산으로만 만들어진(산정님 중 누군가 그러더라. 설봉호 직원한테서 들었다고)설봉호에서 또 잠을 설치고 제주항에 도착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동양고속버스 2호차에 몸을 옮기고 님을 향해 달렸다.
성우처럼 굵은 목소리의 버스 기사님의 안내말씀대로 "환경단체가 선정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 을 아직 세상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어둑한 차창 밖을 기어코 머리를 대 밀며 감상하는 보너스도 받았다. 님에게 다가갈 수록 도로는 제설차로 붐비며 우리의 버스는 서행을 했다. 아! 이토록 님을 만나기가 어렵단 말인가. 수 많은 온갖 시샘에도 우리의 님을 향한 갈망에는 당하지를 못했다.
드디어 님의 발 밑에 도착했다.
님의 치마자락을 붙잡고 얼른 안기고 싶었다.
차마 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위로 치켜보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첫날밤 꼬마실랑이 각시의 옷고름을 살푸시 잡는 그 떨림, 기대감, 설레임, 망설임, 두려움... 그런 심정이다.
대장님의 선창에 산정님들의 인사와 동시에 님을 향한 즐거운 행진이 시작되었다. 빨리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조심해야 된다. " 섣불리 님에게 다가 갔다간 님을 보지도 못하는 수가 있어. " 몇번이고 속내 다짐을 하면서도 님을 향한 발걸음은 빨라졌다.
한 시간을 걸었나? " 어라? 이거 왜 이래? 뭐 이래 쉬운거야?"
"내가 님을 만나기 위해 두려움을 갖고 얼마나 준비를 했는데 그냥 쉽게 걸어지네? " 근데 참 초보는 어쩔 수 없나보다.
다른 산정님들은 님의 아름다운 자태를 구석구석 하나도 빠짐없이 살펴보고 감탄을 하면서 님을 향했는데 난 그저 땅만 쳐다보며 오로지 님과의 섣부른 입맞춤에만 관심을 가졌으니 이 얼마나 창피하고 속보이는 모습인가?
군데군데 튼튼님의 배려와 관심으로 님의 모습을 속속들이 훔쳐보았다.
"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아름다운 님과 이놈의 몰골을 튼튼님의 앵글에 미안함도 모르고 마음껏 담았다.
이미 난 님의 품속에서 푸-욱 빠져 그런 사소함에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드디어 님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나 님은 아름답도다!
님의 얼굴을 뒤로하고 돌아보았더니...
" 오 마이 갓!"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가!!!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어디인가!!!
별천지로다!!!
난 순간 어떤 표현이 어울릴지 짧은 머리로 막 지어 짰다.
"경이롭다. 환상적이다. 감동적이다. 예술이다..."
어떤 화려한 말을 내뱉어도 우리 님의 모습과는 대언할 수 없는 이 놈의 한계된 언어가 불만일 뿐이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는 것만이 최고의 표현임을 깨달았다.
멍하니 한참을 서 있었다.
그렇게 님에게 미치는 사이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다 달았다.
흰옷을 곱게 차려입은 님의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또 다시 님을 향한 행진이 시작되었다.
이제 한 시간 후면 님과의 떨리는 입맞춤을 할 수가 있겠구나...
튼튼님과 포포님, 그리고 **007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님과 빨리 입맞춤을 하고 싶었던 탓일까 평소 산행과는 다르게 선두를 유지했다. 님의 얼굴이 가까이 보이면 보일 수록 마음이 바빠졌다.
드디어 그렇게 설레이게 기다리던 님과의 찐한 입맞춤을 할 수 있는 황홀한 순간을 맛보았다.
님과의 입맞춤이 이렇게 짜릿할 줄이야!! 정상에 들어선 것이다.
이 순간을 되도록 길게 계속 끌고 가고 싶었다.
성격 급한 이 놈이 이 순간만큼은 실컷 오래도록 마음껏 즐기고 싶은 것이다.
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에게 활짝 웃어주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을 수가!!
님의 품은 우리를 억세게 끌어 안았다. 너무 포근했다.
난 님에게 자꾸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 정말 난 복 받았어. 행운아야. 정말!!"
!!!!!!!!!!!
님과의 행복한 만남을 뒤로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근데 자꾸 님이 나의 바지자락을 붙잡는 것 같았다. 님과의 이별이 아쉬워서일까 이젠 빨리 가고싶지 않다.
님과의 만남에 포만감에 젖어 배고픈 것도 잊었는데 헤어지려니 속이 쓰리고 배가 고파왔다. 우리 일행은 왕관릉 뒤편에서 준비해온 주먹밥을 주섬주섬 꺼내 먹었다. 평소엔 늘 모자랐는데 오늘은 다 먹질 못하고 우리 주위를 맴돌던 까마귀 손님에게 인심(?)을 베풀었다. 예전 식욕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님과의 헤어짐에 이렇게 식욕이 떨어지다니...
님의 발 밑을 향하는 동안에도 님의 아름다운 자태는 여전했다.
님의 잘록한 허리도 느낄 수 있었다.
님의 허리가 너무 매끄러워 몇 번을 미끄러질 뻔한 적도 있었다. 님의 치마자락을 조심조심 붙잡고 내려왔다.
이제 님의 발과 1.5킬로미터를 남겨두고 화장실이 급하다.
" 에구 걸음아 나 살려라 !"
님은 날 못가게 다리를 거는지 무릎에 통증이 온다.
초능력을 발휘했다. 막 간다. 그냥.
관음사 공원에 도착했다. 아니 정확히 관음사 공원 해우소에 도착했다.
" 님이여 용서하소서!!!"
승민이의 한라산 처녀 산행기 요기까지! 끄 -읏!!!
- 님과의 짜릿한 만남에 행복한 후유증에 시달리며 -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 김훈 에세이 "자전 여행" 중에서 -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단지 내 생애 엄청난 산행의 달디 단 꿀맛을 맛보았음을 하루가 지난 지금도 좀처럼 흥분이 가시지 않은 이 주책스러움(?)을 주저 앉히고자 짧은 기억을 더듬어 고민 끝에 "명품산정"의 명망높은 산행후기란에 감히 졸필을 몇자 적어 봅니다.
... 떠나기 4일전
전날 소백산을 다녀왔는데 벌써 25일이 기다려진다. 성탄절을 이렇게 손꼽아 기다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기 예수님의 성스러운 탄생을 기다리기보다 님과의 만남이 더 기다려진다. 사실.
... 성탄절 이브
어젯밤에 잠을 무척 설쳤다. 어릴 적 소풍가기 전날 머리맡에 소풍꾸러미를 올려놓고 잠들지 못하고 깨어서 몇 번이고 꾸러미를 뒤적거리던 기억이 난다.
딱 그 기분이다.
그렇게 잠 못이루는 긴긴밤을 겨우 보냈는데도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 아니 밤새 깨어있었으니 일어난 것도 아니네 뭐.
낮에 일은 바빴지만 시간은 왜 이리 안가는지... 그래도 때는 오는 법.
얼른 일과를 후다닥 마치고 여객선 터미널로 향하여 열심히 뛰었다.(진짜 지하철 안에서 뛰었다. 오늘따라 전철은 왜이리 느린거야. 초고속 지하철을 만들든지 해야지 원.)
... 그 날!
국내 처음으로 순 국산으로만 만들어진(산정님 중 누군가 그러더라. 설봉호 직원한테서 들었다고)설봉호에서 또 잠을 설치고 제주항에 도착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동양고속버스 2호차에 몸을 옮기고 님을 향해 달렸다.
성우처럼 굵은 목소리의 버스 기사님의 안내말씀대로 "환경단체가 선정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 을 아직 세상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어둑한 차창 밖을 기어코 머리를 대 밀며 감상하는 보너스도 받았다. 님에게 다가갈 수록 도로는 제설차로 붐비며 우리의 버스는 서행을 했다. 아! 이토록 님을 만나기가 어렵단 말인가. 수 많은 온갖 시샘에도 우리의 님을 향한 갈망에는 당하지를 못했다.
드디어 님의 발 밑에 도착했다.
님의 치마자락을 붙잡고 얼른 안기고 싶었다.
차마 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위로 치켜보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첫날밤 꼬마실랑이 각시의 옷고름을 살푸시 잡는 그 떨림, 기대감, 설레임, 망설임, 두려움... 그런 심정이다.
대장님의 선창에 산정님들의 인사와 동시에 님을 향한 즐거운 행진이 시작되었다. 빨리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조심해야 된다. " 섣불리 님에게 다가 갔다간 님을 보지도 못하는 수가 있어. " 몇번이고 속내 다짐을 하면서도 님을 향한 발걸음은 빨라졌다.
한 시간을 걸었나? " 어라? 이거 왜 이래? 뭐 이래 쉬운거야?"
"내가 님을 만나기 위해 두려움을 갖고 얼마나 준비를 했는데 그냥 쉽게 걸어지네? " 근데 참 초보는 어쩔 수 없나보다.
다른 산정님들은 님의 아름다운 자태를 구석구석 하나도 빠짐없이 살펴보고 감탄을 하면서 님을 향했는데 난 그저 땅만 쳐다보며 오로지 님과의 섣부른 입맞춤에만 관심을 가졌으니 이 얼마나 창피하고 속보이는 모습인가?
군데군데 튼튼님의 배려와 관심으로 님의 모습을 속속들이 훔쳐보았다.
"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아름다운 님과 이놈의 몰골을 튼튼님의 앵글에 미안함도 모르고 마음껏 담았다.
이미 난 님의 품속에서 푸-욱 빠져 그런 사소함에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드디어 님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나 님은 아름답도다!
님의 얼굴을 뒤로하고 돌아보았더니...
" 오 마이 갓!"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가!!!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어디인가!!!
별천지로다!!!
난 순간 어떤 표현이 어울릴지 짧은 머리로 막 지어 짰다.
"경이롭다. 환상적이다. 감동적이다. 예술이다..."
어떤 화려한 말을 내뱉어도 우리 님의 모습과는 대언할 수 없는 이 놈의 한계된 언어가 불만일 뿐이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는 것만이 최고의 표현임을 깨달았다.
멍하니 한참을 서 있었다.
그렇게 님에게 미치는 사이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다 달았다.
흰옷을 곱게 차려입은 님의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또 다시 님을 향한 행진이 시작되었다.
이제 한 시간 후면 님과의 떨리는 입맞춤을 할 수가 있겠구나...
튼튼님과 포포님, 그리고 **007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님과 빨리 입맞춤을 하고 싶었던 탓일까 평소 산행과는 다르게 선두를 유지했다. 님의 얼굴이 가까이 보이면 보일 수록 마음이 바빠졌다.
드디어 그렇게 설레이게 기다리던 님과의 찐한 입맞춤을 할 수 있는 황홀한 순간을 맛보았다.
님과의 입맞춤이 이렇게 짜릿할 줄이야!! 정상에 들어선 것이다.
이 순간을 되도록 길게 계속 끌고 가고 싶었다.
성격 급한 이 놈이 이 순간만큼은 실컷 오래도록 마음껏 즐기고 싶은 것이다.
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에게 활짝 웃어주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을 수가!!
님의 품은 우리를 억세게 끌어 안았다. 너무 포근했다.
난 님에게 자꾸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 정말 난 복 받았어. 행운아야. 정말!!"
!!!!!!!!!!!
님과의 행복한 만남을 뒤로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근데 자꾸 님이 나의 바지자락을 붙잡는 것 같았다. 님과의 이별이 아쉬워서일까 이젠 빨리 가고싶지 않다.
님과의 만남에 포만감에 젖어 배고픈 것도 잊었는데 헤어지려니 속이 쓰리고 배가 고파왔다. 우리 일행은 왕관릉 뒤편에서 준비해온 주먹밥을 주섬주섬 꺼내 먹었다. 평소엔 늘 모자랐는데 오늘은 다 먹질 못하고 우리 주위를 맴돌던 까마귀 손님에게 인심(?)을 베풀었다. 예전 식욕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님과의 헤어짐에 이렇게 식욕이 떨어지다니...
님의 발 밑을 향하는 동안에도 님의 아름다운 자태는 여전했다.
님의 잘록한 허리도 느낄 수 있었다.
님의 허리가 너무 매끄러워 몇 번을 미끄러질 뻔한 적도 있었다. 님의 치마자락을 조심조심 붙잡고 내려왔다.
이제 님의 발과 1.5킬로미터를 남겨두고 화장실이 급하다.
" 에구 걸음아 나 살려라 !"
님은 날 못가게 다리를 거는지 무릎에 통증이 온다.
초능력을 발휘했다. 막 간다. 그냥.
관음사 공원에 도착했다. 아니 정확히 관음사 공원 해우소에 도착했다.
" 님이여 용서하소서!!!"
승민이의 한라산 처녀 산행기 요기까지! 끄 -읏!!!
- 님과의 짜릿한 만남에 행복한 후유증에 시달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