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즉사한다는 성전환 첫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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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노인봉을 지나 소금강으로 가다보면 처음 나타나는 폭포가 낙영폭포라는 곳이 나옵니다.여기서 식사하고 사진을 찍다가 글쎄 스틱을 놓쳐버렸습니다.
스틱은 당연 폭포의 중간 움푹한 곳에 멈추었고 저는 스틱을 가지러 아주 조심스럽게 나무들을 붙잡으며 내려가서 다시 가져왔습니다.그러는 도중 아주 빨간 열매 하나가 하늘로 솟구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습니다.혹시 불노초는 아닐까하고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원래 저는 산에서 나는 것은 잘 손대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두고 폭포 위로 올라왔습니다.오늘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천남성의 열매였습니다.아래를 참조하세요.먹으면 즉사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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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전환하는 '천남성'
[한국일보 2003-05-11 17:31]
요즘 숲에는 천남성이 한창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름이 참 독특하지요.
이 식물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첫 남성’으로 잘못 알아듣고 첫사랑 연인과 관련된 얘깃거리가 있을 것으로 지레 짐작했습니다. 물론 생김새도궁금했구요.
천남성은 그 꽃이나 열매, 잎까지도 다른 식물은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로독특한 생김새를 가져 처음 본 순간 ‘이런 식물도 있구나’라고 크게 감탄합니다. 하지만 이름이 첫 남자와 상관없는 ‘천남성(天南星)’이라는사실을 알고 남몰래 즐기던 상상의 나래가 꺾이는 바람에 다소 김 빠졌던스무 살 시절이 생각납니다.
천남성이 다시 관심을 끈 것은 독성 때문입니다. 특히 열매는 울긋불긋한옥수수 알처럼 생겨 먹음직스러운데 독성이 아주 강해 생명을 위협할 수도있습니다. 간혹 섬 지방에 가면 염소 때문에 풀이 큰 해를 입고 있는데 유독 천남성만 무성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동물도 이 풀의 독이 얼마나치명적인지 알기에 먹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나 한방에서는 귀한 약재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풀도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아무튼 우리 같은 보통사람은 함부로 만지면 안됩니다. 무심히 잎을 따기만 해도 가렵고 물집이생기니까요.
그런데 정작 재미난 것은 이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천남성 꽃은 녹색빛이 돌고 모양도 모자뚜껑 같이 이상합니다. 우리가 꽃잎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이 겉 부분은 꽃차례를 싸고 있는 포(苞)이며 꽃은 그 속에 들어있지요. 암꽃과 수꽃이 따로 말입니다.
사람은 XY염색체가 있어서 성(性)을 결정하며 은행나무 같은 일부 식물도처음부터 암나무와 수나무가 결정돼 자랍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더 많으며 아직 어떤 방법으로 암수가 결정되는지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무궁무진하답니다.
천남성은 그 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방식을 채택합니다. 식물체가 작을 때에는 자주색 꽃밥이 있는 수꽃이 주로 달리지만, 커지면 암꽃들이 모인 암꽃차례를 만들며 성을 바꿉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한번 암막 달려열매를 잘 맺고 나면 이듬해에는 꽃을 피우지 않거나 아니면 다시 성을 전환해 수꽃만 피운다는 것이지요.
왜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체계를 가지는 것일까? 어려운 세상에 스스로최선을 다해 적응하며 생존하기 위한 방편이지요. 식물 입장에서 에너지를가장 많이 소모하는 것은 결실입니다. 식물 스스로 튼튼하고 영양상태가좋을 때 암꽃이 돼 알차고 좋은 씨앗을 맺고, 이렇게 온 힘을 다하여 후손을 만들어 내고 나면 스스로 부실해지니 수꽃이 되어 다시 때를 기다리는것입니다.
옛 어른들이 호박을 심을 때 호박 구덩이에 뒷간에서 삭은 인분을 넉넉히함께 묻으며 암꽃이 많이 피어 호박이 많이 달리도록 하셨던 것이 무지가아니라 놀라운 과학이라는 것을 이제 잘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