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에 정신이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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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산바람
작성일 : 2004/03/11 13:44
조회수 : 2
광양 백운산, 2004년 3월 7일 일요일, 바람 세차고 추운 날씨, 아내와 함께.
진틀 ~ 병암계곡 ~ 병암삼거리 오른쪽 능선 ~ 정상 아래 억불봉 갈림길
~ 정상 ~ 억불봉 방향 헬기장 ~ 억불봉,노랭이재 갈림길 ~ 노랭이재
~ 광양제철연수원 ~ 동곡리 동동 주차장
산정산악회, 새부산고속관광 버스, 44명 참여.
08:05 시민회관 출발. 7시 50분까지 오라고 해서 42분경 도착했는데 역시 8시 이전 출발은 안 된다.
09:10 문산휴게소. 18분 쉬고. 막힘 없이 잘 달린다. 광양 시내를 지나고, 목적 지인 진틀 가까이 오니 김홍수 산행대장님이 차창으로 백운산을 보고는 산에 하얗게 눈이 덮여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10:25 진틀이라고 쓴 표지판이 보이고 곧 이어 산행길 초입에 닿는다.
지명에 '틀'자가 들어간 것은 처음 본다. '진틀'이라는게 무슨 뜻일까?
10:40 산행 시작. 산길초입이 산의 북사면 쪽이라서 눈길이 미끄럽고 바람도 세차다.눈이 많이 쌓여 있다. 이미 앞 서 간 사람들이 있어서 길은 잘 다져 져
있다. 좀 미끄럽지만 아이젠 없이 그냥 간다. 초입에서 올려다 본 능선이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데 그 풍경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늘은 멋진 눈
산행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인다. 눈이 많이 와서 인지 본시 그런지 겨울인데도 계곡물이 풍부하여 흐르는 물 소리도 맑다. 오를수록 눈산의
풍경이 눈을 어지럽힌다. 겨울나무를 화려하게 장식한 게 상 고대인지 눈꽃인지 구별은 못 하겠으나 아무튼 눈부시게 아름다와 사진 한 컷 찍고. 한 30~40분
오르니 병암삼거리(진틀삼거리?), 진틀에서 올라 좌우 다른 능 선길로 봉우리(정상)에 으4 갈림길이다. 지도를 보니 왼쪽은 병암폭포와 신 선대를 경유
하여 정상에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병암계곡을 끼고 오르는 능선 길이다. 우리 길은 오른쪽 방향인데 올려다 보이는 등로가 가파르고 왼쪽 방향 은 오른쪽
방향 등로보다 가파르지 않다. 그래서 인지 왼쪽 길로 오르는 사람 이 훨씬 많다. 아내가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왼쪽길로 잠시 오르는 걸 불러 내 려서 아이젠
을 차고 하느라 우리 회원들과 사이가 또 벌어져 버렸다. 가파른 등로이다. 다행히 철계단이나 위험한 길은 거의 없다. 아내의 속도가 자꾸 떨어진다. 오르면서
한번씩 돌아서서 둘러 보는,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봉우리와 능선이 연출하는 파노라마가 참으로 장쾌하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현란하게 펼쳐 지는 눈꽃
의 향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 이런 풍경을 즐기고 누리려고 힘 들게 힘들게 고생하며 겨울산을 오르는 것이렸다. 어느덧 정상아래 억불봉 갈림길 삼거리
에 올랐다. 삼거리 인지라 오가는 사람 들과 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 5분 더 오르니 바로 정상 턱 밑이다. 백운산 봉우리는 뾰족한 바위를 가운데 두고 비스
듬한 경사면을 이룬 바위무리 가 그 아래를 두르고 있다.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는 구간이 짤막하여(5~6m) 철 계단은 없다. 봉우리가 뾰족하기 때문에 면적(?)
이 좁고 이 쪽 저 쪽으로 오르 내리는 산객들로 체증이 심하다.
12:50 꼭대기에 올라 서긴 했으나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몰려 든 산객들로 발을 옮 기기 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대장님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기도 하여 얼른 한 번 휙 돌아 보고 내려 온다.
봉우리에 올랐던 방향으로 도로 내려 정상 바로 아래 조그만 공터에서 기다리
고 있는 대장님에게 (항상 느린 우리가) 정상에 도착했다고 알리고... 당초
계획은 정상을 넘어 가서 동쪽으로 매봉을 거쳐 고사리, 매화마을로 하산 하기로 되어 있었고, 그래서 산행안내에도 "백운산 매화산행" 으로 되어 있었 다.
그러나 눈이 많이 쌓여서 포기하고 산행로를 바꿔 남쪽 억불봉 방향 능선 을 타고 가서 억불봉에 올랐다가 동곡리로 내리기로 했다고 한다.
13:15 정상 바로 아래 대장님이 기다리던 자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는, 오를 때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아 다소 불편했던 걸 생각하 여 스패츠까지 착용하고, 꼭대기에서 조망을 못 했으니 여기서 조망을 한다.
동쪽으로 기다랗게 늘어 선 산줄기가 예사롭지 않은 산인가 보다 하며 보고 있
으니 어떤 산객이 곁에 와서는 지리산 줄기라며 탄성을 지른다. 동쪽(오른쪽)
끝에 우뚝한 봉이 천왕봉이고 거기서부터 서쪽(왼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지리
산 봉우리와 능선이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 왼쪽 끝이 노고단, 그 조금 오른쪽
뒤에 반야봉.. 말씨를 들으니 이 지역 사람인 듯 한 이 산객이 "지리산 줄기가 이렇게 또렷하 게 드러나 보이는 때가 좀처럼 없다."며 연신 탄성을 내면서 오늘
여기 오른 산객들은 축복 받은 사람들이라는 말도 덧 붙인다. 과연 웅장한 산이라는 느낌. 그 산객이 지리산 줄기를 배경으로 사진 찍어 달라고 해서 한 컷 찍
어 주고 나 도 우리 한 컷 눌러 달라고 하며 사진기를 꺼냈는데 젠장! 사진기가 작동을 안 하네, 배터리 체크램프에 불이 안들어 온다. 배터리 넣은 날짜가 2001
년 8월로 되어 있으니 아마 배터리가 다 되었나 보다. 정상 아래 삼거리에 닿기 직전까 지도 촬영이 되었는데 아쉽네...
13:50 출발. 다시 삼거리 갈림길로 내려 서서 좌측 억불봉 방향으로. 이 길은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흙탕길이다. 눈이 쌓인 눈길과 흙탕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헬기장인 듯 평편한 곳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있고 우측으로 백운사, 직진 억불봉 표지판이 서 있는 갈림길. 우리는 직진 억불봉 방향으로 들어 서는데 백운사
방향으로 내리다 되돌아 올 라오는 우리 회원 네명과 마주쳐 함께 간다. 정상 부근과는 달리 이 길에는 산객이 아주 적다. 힘 들지 않은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
다. 이 길에는 정상으로 오르는 등로에서 본 눈꽃은 안 보인다. 한 번씩 뒤돌아 보면 정상의 봉우리와 또아리봉 도솔봉 형제봉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지리산 줄
기가 좀 더 멀게 그러나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보이고... 참으로 긴 능선길이다. 두 시간을 걸으니 억불봉 아래 노랭이재로 내리는 삼거
15:50 리 갈림길 쉼터에 닿는다. 억불봉 정상이 올려다 보이는데 어림잡아 니 봉우 리에 올랐다 복귀하려면 40분은 걸릴 것 같다. 아내는 힘들어 안 오르고
여기 서 기다리겠다고 하여 나 혼자 올랐다 와야 겠다고 생각하며 시간 계산을 해 본다. 버스 출발 시각을 알려 주지 않았지만 17:30이나 18:00에는 출발 할
것 이라 짐작이 되는데, 억불봉에 올랐다가 내리면 거의 18:00가 될 것이니 오르 기를 포기하고 그냥 내리기로 한다. 한 5분 쉬고 노랭이재로 내린다. 10여분
내리니 노랭이재다. 직진하여 오르면 노랭이봉이고 우리는 우측으로 내 린다. 미끄러운 흙탕길이 계속 되어서 한참 내리다가 아이젠을 벗고... 내리는 길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 얼마쯤 내리니 포장도로가 나오고 이 도로를 따라 내린다. 멋들어진 건물이 나오는데 지도를 보니 아마 광양제철 수련원인 가 보다. 포장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지니 지루하다. 수련원 입구 주차장에 있는 산수도 시설에서 물병에 물 넣고, 도로 가에 쌓인 눈에다가 스틱 끝에 묻은 흙을 비벼 닦으려
고 얼어 붙은 도로가로 가다가 꽈당 넘어졌는데 왼 손 엄지손가락 손톱에서 세로로 1Cm쯤 찢어져서 피가 나고 아프 다. 쳇! 흙탕길 내려오며 우리 부부와
같이 내리는 한 부부의 아주머니와 아내 가 듣도록 "다 된 밥에 코 빠진다." 고 산행 끝 무렵에 미끄러지는 일이 없도 록 조심하라고 하고서는 내가 미끄러지
는 모습을 그들에게 보이다니... 반창고를 붙이고 지루한 포장길을 계속 내리자니 짜증이 난다.
17:15 동곡리 동동 주차장 도착. 한 쪽 끝에 공중화장실이 있는 꽤 넓은 주차장에 우 리 버스만 달랑 서 있을 뿐 막걸리 집 하나 안 보이네. 어차피 억불봉을 포
기 하고 내려 왔으니 막걸리라도 한 잔 할 요량이었는데 섭섭하기 짝이 없다. 해가 저물면서 날씨가 쌀쌀하니 모두 차에 들어 앉아 있고 저 쪽 주차장 언저 리
에 얼른 보아 10명 쯤 되는 사람들이 앉아 라면을 끓이고 있다. 차에 올라 정리를 하고 쉰다. 사진기가 혼자서 차르르 소리를 내며 필름(너댓 장 밖에 찍지 않은)을 감고 있 다.
줌 작동도 저절로 되고 렌즈가 열리고 난리다. 이러다가 몇 장 되지 않는, 찍은 사진까지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 된다. 다시 생각 해 보니 아마 기온이
낮고 바람이 불어대는 꼭대기인지라 배터리가 꽁꽁 얼어 작동을 멈췄던 것인가 보다. 대장이 인원점검을 해 보고는 인원 수가 모자란다며 찾아다니고... 주차장에서 좀 내려온 곳에 있는 주막에 들어 앉아 있던 사람들 불러 내고
17:50 버스 출발. 도로 체증이 전혀 없으니 빠르게 간다. 사천휴게소에서 찐빵으로 요기를 하고,
20:05 구덕터널 아래 학장 네거리 도착. 택시로 집에 와서 만두라면 끓여 먹으며 막 걸리 한병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손가락 상처때문에 샤워도 못하고 잔다.
* 지난 번 월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눈꽃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만족 스러운 산행이었다.
*오늘 산행길에는 절(사찰)이 없었다. 절이 없는 산행도 드문 일인 듯.
작성일 : 2004/03/11 13:44
조회수 : 2
광양 백운산, 2004년 3월 7일 일요일, 바람 세차고 추운 날씨, 아내와 함께.
진틀 ~ 병암계곡 ~ 병암삼거리 오른쪽 능선 ~ 정상 아래 억불봉 갈림길
~ 정상 ~ 억불봉 방향 헬기장 ~ 억불봉,노랭이재 갈림길 ~ 노랭이재
~ 광양제철연수원 ~ 동곡리 동동 주차장
산정산악회, 새부산고속관광 버스, 44명 참여.
08:05 시민회관 출발. 7시 50분까지 오라고 해서 42분경 도착했는데 역시 8시 이전 출발은 안 된다.
09:10 문산휴게소. 18분 쉬고. 막힘 없이 잘 달린다. 광양 시내를 지나고, 목적 지인 진틀 가까이 오니 김홍수 산행대장님이 차창으로 백운산을 보고는 산에 하얗게 눈이 덮여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10:25 진틀이라고 쓴 표지판이 보이고 곧 이어 산행길 초입에 닿는다.
지명에 '틀'자가 들어간 것은 처음 본다. '진틀'이라는게 무슨 뜻일까?
10:40 산행 시작. 산길초입이 산의 북사면 쪽이라서 눈길이 미끄럽고 바람도 세차다.눈이 많이 쌓여 있다. 이미 앞 서 간 사람들이 있어서 길은 잘 다져 져
있다. 좀 미끄럽지만 아이젠 없이 그냥 간다. 초입에서 올려다 본 능선이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데 그 풍경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늘은 멋진 눈
산행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인다. 눈이 많이 와서 인지 본시 그런지 겨울인데도 계곡물이 풍부하여 흐르는 물 소리도 맑다. 오를수록 눈산의
풍경이 눈을 어지럽힌다. 겨울나무를 화려하게 장식한 게 상 고대인지 눈꽃인지 구별은 못 하겠으나 아무튼 눈부시게 아름다와 사진 한 컷 찍고. 한 30~40분
오르니 병암삼거리(진틀삼거리?), 진틀에서 올라 좌우 다른 능 선길로 봉우리(정상)에 으4 갈림길이다. 지도를 보니 왼쪽은 병암폭포와 신 선대를 경유
하여 정상에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병암계곡을 끼고 오르는 능선 길이다. 우리 길은 오른쪽 방향인데 올려다 보이는 등로가 가파르고 왼쪽 방향 은 오른쪽
방향 등로보다 가파르지 않다. 그래서 인지 왼쪽 길로 오르는 사람 이 훨씬 많다. 아내가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왼쪽길로 잠시 오르는 걸 불러 내 려서 아이젠
을 차고 하느라 우리 회원들과 사이가 또 벌어져 버렸다. 가파른 등로이다. 다행히 철계단이나 위험한 길은 거의 없다. 아내의 속도가 자꾸 떨어진다. 오르면서
한번씩 돌아서서 둘러 보는,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봉우리와 능선이 연출하는 파노라마가 참으로 장쾌하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현란하게 펼쳐 지는 눈꽃
의 향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 이런 풍경을 즐기고 누리려고 힘 들게 힘들게 고생하며 겨울산을 오르는 것이렸다. 어느덧 정상아래 억불봉 갈림길 삼거리
에 올랐다. 삼거리 인지라 오가는 사람 들과 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 5분 더 오르니 바로 정상 턱 밑이다. 백운산 봉우리는 뾰족한 바위를 가운데 두고 비스
듬한 경사면을 이룬 바위무리 가 그 아래를 두르고 있다.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는 구간이 짤막하여(5~6m) 철 계단은 없다. 봉우리가 뾰족하기 때문에 면적(?)
이 좁고 이 쪽 저 쪽으로 오르 내리는 산객들로 체증이 심하다.
12:50 꼭대기에 올라 서긴 했으나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몰려 든 산객들로 발을 옮 기기 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대장님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기도 하여 얼른 한 번 휙 돌아 보고 내려 온다.
봉우리에 올랐던 방향으로 도로 내려 정상 바로 아래 조그만 공터에서 기다리
고 있는 대장님에게 (항상 느린 우리가) 정상에 도착했다고 알리고... 당초
계획은 정상을 넘어 가서 동쪽으로 매봉을 거쳐 고사리, 매화마을로 하산 하기로 되어 있었고, 그래서 산행안내에도 "백운산 매화산행" 으로 되어 있었 다.
그러나 눈이 많이 쌓여서 포기하고 산행로를 바꿔 남쪽 억불봉 방향 능선 을 타고 가서 억불봉에 올랐다가 동곡리로 내리기로 했다고 한다.
13:15 정상 바로 아래 대장님이 기다리던 자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는, 오를 때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아 다소 불편했던 걸 생각하 여 스패츠까지 착용하고, 꼭대기에서 조망을 못 했으니 여기서 조망을 한다.
동쪽으로 기다랗게 늘어 선 산줄기가 예사롭지 않은 산인가 보다 하며 보고 있
으니 어떤 산객이 곁에 와서는 지리산 줄기라며 탄성을 지른다. 동쪽(오른쪽)
끝에 우뚝한 봉이 천왕봉이고 거기서부터 서쪽(왼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지리
산 봉우리와 능선이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 왼쪽 끝이 노고단, 그 조금 오른쪽
뒤에 반야봉.. 말씨를 들으니 이 지역 사람인 듯 한 이 산객이 "지리산 줄기가 이렇게 또렷하 게 드러나 보이는 때가 좀처럼 없다."며 연신 탄성을 내면서 오늘
여기 오른 산객들은 축복 받은 사람들이라는 말도 덧 붙인다. 과연 웅장한 산이라는 느낌. 그 산객이 지리산 줄기를 배경으로 사진 찍어 달라고 해서 한 컷 찍
어 주고 나 도 우리 한 컷 눌러 달라고 하며 사진기를 꺼냈는데 젠장! 사진기가 작동을 안 하네, 배터리 체크램프에 불이 안들어 온다. 배터리 넣은 날짜가 2001
년 8월로 되어 있으니 아마 배터리가 다 되었나 보다. 정상 아래 삼거리에 닿기 직전까 지도 촬영이 되었는데 아쉽네...
13:50 출발. 다시 삼거리 갈림길로 내려 서서 좌측 억불봉 방향으로. 이 길은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흙탕길이다. 눈이 쌓인 눈길과 흙탕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헬기장인 듯 평편한 곳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있고 우측으로 백운사, 직진 억불봉 표지판이 서 있는 갈림길. 우리는 직진 억불봉 방향으로 들어 서는데 백운사
방향으로 내리다 되돌아 올 라오는 우리 회원 네명과 마주쳐 함께 간다. 정상 부근과는 달리 이 길에는 산객이 아주 적다. 힘 들지 않은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
다. 이 길에는 정상으로 오르는 등로에서 본 눈꽃은 안 보인다. 한 번씩 뒤돌아 보면 정상의 봉우리와 또아리봉 도솔봉 형제봉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지리산 줄
기가 좀 더 멀게 그러나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보이고... 참으로 긴 능선길이다. 두 시간을 걸으니 억불봉 아래 노랭이재로 내리는 삼거
15:50 리 갈림길 쉼터에 닿는다. 억불봉 정상이 올려다 보이는데 어림잡아 니 봉우 리에 올랐다 복귀하려면 40분은 걸릴 것 같다. 아내는 힘들어 안 오르고
여기 서 기다리겠다고 하여 나 혼자 올랐다 와야 겠다고 생각하며 시간 계산을 해 본다. 버스 출발 시각을 알려 주지 않았지만 17:30이나 18:00에는 출발 할
것 이라 짐작이 되는데, 억불봉에 올랐다가 내리면 거의 18:00가 될 것이니 오르 기를 포기하고 그냥 내리기로 한다. 한 5분 쉬고 노랭이재로 내린다. 10여분
내리니 노랭이재다. 직진하여 오르면 노랭이봉이고 우리는 우측으로 내 린다. 미끄러운 흙탕길이 계속 되어서 한참 내리다가 아이젠을 벗고... 내리는 길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 얼마쯤 내리니 포장도로가 나오고 이 도로를 따라 내린다. 멋들어진 건물이 나오는데 지도를 보니 아마 광양제철 수련원인 가 보다. 포장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지니 지루하다. 수련원 입구 주차장에 있는 산수도 시설에서 물병에 물 넣고, 도로 가에 쌓인 눈에다가 스틱 끝에 묻은 흙을 비벼 닦으려
고 얼어 붙은 도로가로 가다가 꽈당 넘어졌는데 왼 손 엄지손가락 손톱에서 세로로 1Cm쯤 찢어져서 피가 나고 아프 다. 쳇! 흙탕길 내려오며 우리 부부와
같이 내리는 한 부부의 아주머니와 아내 가 듣도록 "다 된 밥에 코 빠진다." 고 산행 끝 무렵에 미끄러지는 일이 없도 록 조심하라고 하고서는 내가 미끄러지
는 모습을 그들에게 보이다니... 반창고를 붙이고 지루한 포장길을 계속 내리자니 짜증이 난다.
17:15 동곡리 동동 주차장 도착. 한 쪽 끝에 공중화장실이 있는 꽤 넓은 주차장에 우 리 버스만 달랑 서 있을 뿐 막걸리 집 하나 안 보이네. 어차피 억불봉을 포
기 하고 내려 왔으니 막걸리라도 한 잔 할 요량이었는데 섭섭하기 짝이 없다. 해가 저물면서 날씨가 쌀쌀하니 모두 차에 들어 앉아 있고 저 쪽 주차장 언저 리
에 얼른 보아 10명 쯤 되는 사람들이 앉아 라면을 끓이고 있다. 차에 올라 정리를 하고 쉰다. 사진기가 혼자서 차르르 소리를 내며 필름(너댓 장 밖에 찍지 않은)을 감고 있 다.
줌 작동도 저절로 되고 렌즈가 열리고 난리다. 이러다가 몇 장 되지 않는, 찍은 사진까지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 된다. 다시 생각 해 보니 아마 기온이
낮고 바람이 불어대는 꼭대기인지라 배터리가 꽁꽁 얼어 작동을 멈췄던 것인가 보다. 대장이 인원점검을 해 보고는 인원 수가 모자란다며 찾아다니고... 주차장에서 좀 내려온 곳에 있는 주막에 들어 앉아 있던 사람들 불러 내고
17:50 버스 출발. 도로 체증이 전혀 없으니 빠르게 간다. 사천휴게소에서 찐빵으로 요기를 하고,
20:05 구덕터널 아래 학장 네거리 도착. 택시로 집에 와서 만두라면 끓여 먹으며 막 걸리 한병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손가락 상처때문에 샤워도 못하고 잔다.
* 지난 번 월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눈꽃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만족 스러운 산행이었다.
*오늘 산행길에는 절(사찰)이 없었다. 절이 없는 산행도 드문 일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