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들의 세레나데\"와 \"한편의 산수화\"를 매화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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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겨울비 치곤 온종일 많은 비가 주룩주룩 했었고,오늘은(2月9日)그 비 핑계로 게으름을 즐기고 싶었는데, 山에 가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아니, 예약약속 지키고 싶어 8년 만에 매화산을 찾았슴돠!(08:00)
등산 들머리 부터 안개가 자욱하다. 그리고 희미한 산 하나가 어렴풋이 나타난다. 이때까진 아름다운 바위들을 보질 못할까? 좀 안타까운 맘도 생기고...하지만, 집행부님들의 정성어린 시산제 음식을 서로서로 나눠 가방에 눌러담고, 37명의 회원님, 산행대장님의 안내말씀 듣고 곧바로 산행시작!(10:30)..뿌연 아스팔트와시멘트길을 걷는다. 청량사밑 저수지가 길옆에 꽁꽁 얼어붙어 보이는데, 희미해서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갑자기 천불산 청량사라고 쓴 절 집 입구가 환히 보이기 시작한다. 매화산을 찾는데 아니, 천불산이라니? 어리둥절...천개의 불상이 능선을 뒤덮고 있는 모습같다고 하여 불가에서는 천불산이라 부른다나?
절집입구 왼쪽 길로, ㅇ님과 함께...어제 내린 비로 인해 잔설과 함께 가끔 질펀해진 길을 걷는다.이후부턴, 산정님들은 모두 절에 가셨나? 보이질 않는다. 다른 산악회 산우(山友)님들의 모습만 보일 뿐!
좀 시끌벅적하다. 외줄기 산길이 매우 미끄러워 비틀비틀 꽈당 나가떨어지는 님도 보이고, 그래서 지금부터 아이젠 찬 님도 생기고...우린 사뿐사뿐 길가 잔설 밟으며 조심조심 미끄러지질 않으려고, 나무와 돌에 의지한 채 안간힘을 쓴다. 절집 뒤뜰에 남은 잔설과 얼음이 이렇게 고통을 주는구나...
직선 외길 듬성듬성 박은 통나무 계단 길은 산행시간 넉넉해 천천히 걷지만,급경사이라서 퍽도 힘이 들어, 중턱에서 첨으로 바위에 걸터앉아 쏟구 치는 땀 훔치며, 타 들어가는 목을 축이기 위해 벌컥벌컥 물도 들어 마시면서 가쁜 호흡 가다듬는다.
이후,정상을 향한 힘이 합치고 마음이 합치고...꼭 그렇게 그렇게 한발한발 힘주어 내 딛다보니 드디어 정상같은 첫능선에 올라섰다.(11:50) 이곳엔 이정표가 이렇게 서 있었다.
매표소 →(0.4km)청량사 →(0.8km)현재위치 →(0.3km)민초정 →(0.8km)남산 제일봉이라고...
뒤를 돌아보니 아! 저멀리 세상 가득 안개가 차 올라 벌써 구름파도가 일고...저마다 산우님들의 가슴엔 꿈 날개가 펼쳐진다. 안개 속에 숨었던 햇님 덩어리가 서둘러 햇살 불러들여 언제,활활 타올라 지금 우리들에게 하나도 막힘 없는 순도 99.9 %의 시계(視界)를 보여娩.
아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이때,공자 후손님께선 열심히 사진에 담는다.)
오!일어서는 땅과 출렁이는 하늘사이 들판가득, 가고픈 "구름바다 궁전"이다. 구름 파도에 몸을 눕히면 몸이 편안해질 것 같애 풍덩 뛰어들고 싶었슴돠! 그렇지만 넘 멀리 있어서.....
정말 갈매기만 날지 않을 뿐이지 그야말로 순백의 푹신한 구름바다가 가득차 넘실 거린다.(이때 roger님께선 "오늘의 압권이다"라고 설파 하였슴돠!)
건너편엔 가야산 정상 자락이 불심을 지피고 있는 해인사 뒤에서 하얀 눈 왕관을 뒤집어 쓴채 헌걸차게 쏫아 있고 눈앞엔 스스로 자랑스런 바위들의 세상이다...예쁜바위와 분재같은 소나무들을 만나니 유명한 화가도 흉내내기 힘든 한편의 뛰어난 산수화다. 정말 조화롭고 다채로운 바위들의 신비스러움에 창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느끼면서.....
중간중간 철 계단을 지나기도 하고, 험한 바위들을 넘기도 하면서 눈앞에 사방팔방 펼친 세상은 일망무제로 확트여.... 저멀리 덕유산 자락과 가야산 그리고 이름모를 산들이 흰붓으로 툭툭 점을 찍어 완성한 한폭의 산수화임엔 틀림없다.또한 바위들은 어떤가? 웅장하기보다는 아기자기하면서....조그마한 바위들이 여러개 모여 만들어진 그야말로 수석 전시장 같다.
감탄과 탄성 속에 바위와 쇠사다리를 오르내리다 보니, 어느덧 매화산 정상 남산 제일봉이다! 이곳에서 올해 산정인의 무사 산행 기원하는 시산제!.... 산행대장님과 여러 회원님 함께 정성 다하여 잔설 위에서 천지신명과 매화산 산신님께 제를 올린다. 그윽한 향불과 함께 산정님의 맑은 영혼이 온누리에 활활 타오르소서......솔바람도 잠이 들었나? 겨울 끝자락에 때아닌 봄볕이 고루 퍼져 싱그럽고 포근도 하다. 이후 음복함께 나누며 긴 시간 담소 즐기고, 점심 식사도 하고.....기념 사진도 찰칵하고......
이제부터 오늘 이 감탄스럽고 신비스러운 바위들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고 속세로 하산한다. 이곳 비탈 하산 길은 음달이라 눈도 제법 많고 미끄럽다. 날등을 벗어나자 오솔길 걷는 것처럼 부드럽고 완만하다. 가끔 진창길, 눈길, 얼음판을 번갈아 밟으면서 회원님 모두 저마다 아름다운 얘기로 웃음꽃 피우며 넉넉한 산길 퍽 재미있게 미끄럼 타며 장난기도 발동하며 내려오다 보니 벌써 속세의 해인사 관광호텔 앞이다.
여기서 온천욕 즐길 님 뒤로하고, 다른 님은 해인사로 향하고, 저는 酒님을 사랑하여 주막으로 go.....
오늘 "바위들의 세레나데"를 듣고 가슴에 안고 온 이 아름다운 풍경은, 앞으로 윤택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꾸리는데 필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확신하며.... 이만 물러갑니다. 함께 하신 산정님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다음 뵈올 때까지 부디 옥체 보존하시옵소서....
※오늘 운동화 신고서 겁없이 매화산 오른, 길 잃은(?) 젊은 남녀 대학생 5명에게 부산까지 우리차량으로 한량없는 친절을 베풀어주신 산정 집행부님 복 많이많이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