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속리산은 자연이 빚은 웅혼한 대서사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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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제법 비가 내렸지만 박사(?)약속대로 건조한 사회생활 청량제 음료를
마시기 위해 일요일(20일) 속리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모두들 차안엔 기분좋은 열살배기 웃음이 번진다...속리산엔 비가 오지
않아야 할텐데하고 기대하면서...옷이 낡은 새쫒는 넓은 들판의 허수아비,
탐스런 사과나무는 주렁주렁...가지가 버티기 힘겨워 안스럽고...
누런 황금들판엔 곳곳에 추수한 흔적과 추수하는 풍경이 보이고 포도밭,
인삼밭, 붉은감 주렁주렁등등 차창커텐 제껴 바깥 풍경 열심히 가을가슴에
담고....아!속리산 가는길이 이렇게 마냥 즐겁다!
길눈 매우 어두웠던 기사님 덕분(?)에 좀 늦게 시어동(출발지)도착!(12:50)
대장님 주의말씀 짧게 듣고 ,서둘러 산행시작(12:55)!!...초입부터 숲빛이
어둑해지면서 가는 빗방울이 후둑이기 시작한다. 비가 계속오면 큰일이다.
그러나, 약 5분뒤 신갈나무 잎새에 약하게 떨어지는 빗소리는 뚝 그쳤다.
지금부턴 내앞엔 단풍세상이다. 사람과 산이 너나없이 붉어하나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위해서인지?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산은 경치만 보여주는곳이 아니라 전국의 사람도 이렇게 만나게 해주는
곳이구나....성불사 이후... 길이 허리를 펴고 일어서기 시작했지만
나는 절로 허리를 굽히고, 시지프스가 바위를 밀어올리듯 나를 밀고 올라간다.
산길 오르다보니 금방 후끈한 더위...아까 약간의 빗방울땜에 걸쳐입은 윗옷을
벗어버리고 걷는다....계곡옆 산길은 핏빛으로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곱디고운 빛깔에 등산객들의 환한 얼굴과 웃음소리도 단풍으로 물들고...
다람쥐들의 성찬이 되는 도토리등이 떨어져 뒹굴고, 가을날 붉을싸한 잎들은
벗기시작해 지난밤 비땜에 떨어진 낙엽이 되어, 길위에 떨어져 구르기도 한다.
문장대 올라가는 길이 단풍을 즐기는데 더할나위없이 좋은 길인것 같다.
약 8부능선쯤 올라서니, 벌써 겨울의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정말 겨울의
전령이 도착한 것이다. 길 양옆 산죽(山竹)사이로 싸아하니 맵찬 냉기가
사정없이 엄습한다. 이윽고 이곳은(8부능선) 속리산 수목들의 변색조짐으로
부터 겨울 화면이 점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간밤에 무서리가 내리고
삽시간 단풍은 타버렸는가보다... 산죽군락 천지 사잇길로 위에서 산꾼들이
코가 빨개져 내려오신다. 넓은 안부의 쉴바위가 있었지만 그냥 통과...
혼자서 침묵과 고독산행으로 문장대가 보이는 정상휴게소까지 제일먼저
허겁지겁 올랐다. 지금부턴 이곳은 한 겨울이다. 그리고 정상 휴게소는
바글바글 와글와글...인산인해다. 하지만 우회전하여....
세번 오르면 극락에 갈수 있다는 전설이 있는 문장대를 향하여 go.....!!!
문득 눈앞에 막아서는 무려 수십계단의 가파른 사닥다리...세찬바람,인파
이기며 한층계 한층계 기어오르는 마지막 발걸음!...윗옷 다시 꺼내입고...
오!여기가 해발 1033m의 문장대 !...
시야는 일망무제(一望無際)로 탁 트인다. 산 전체가 요원(燎原:불이번진 벌판)
같은 화원(花園)이요 , 우러러 볼수록 찬란하다!!...
아! 우리의 산하가 이렇게도 광활하고 웅장하고 숭엄하던가!
시선을 낮춰 아래로 굽어보니 발밑은 낭떠러지 천인단애 ! 무한제(無限際)로
뚝 떨어진 준봉(峻峰), 그 계곡엔 단풍이 선혈처럼 붉다....아! 눈앞에 펼쳐진
별천지... 이 산은 그 현란한 미모는 갖추지 못했어도, 거클스런 덩치의
기암들로 엮어진 산등성이로 말미암아 돐援欲駭 무슨 경쟁을 불허하는
과연 "속세를 떠난다"는 속리산 다운...단연 압도적인 위세에 휩싸였다.
산에 대한 산행기는 아무리 신중한 것일지라도 애초에 변죽만을 더듬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 아닐런지? 자연이 빚은 저! 웅혼한 대서사시에는 모든
은유와 표현이 외람스런 불경이 되는 언어무용(無用)의 경지라는 것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과장과 허세도 소멸하고 마는 대자연의
무진장(無盡藏)에 이르러, 사람은 다만 거기에 동화될 의무만을 부여받을
뿐이다! 문장대의 붐비는 인파도... 아! 숨이 멎어질만큼 가슴 속 탄성만
연신 부른다. 정말 속리산 중심부의 사방팔방 황홀한 풍색의 절경속으로
빨려드는... 출렁이는 인파들의 마음도 사방으로 기묘하게 치솟은 암봉
들과 함께 계곡 속으로 시잇 시잇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아! 감탄사는 속리의 숲으로 흐르고...
아! 속리산이 사람을 모으지 않는다면 속리산의 미덕에 어긋나는 모양이다.
맛있고 향기로운 술이 주객을 초대하듯 속리산은 그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이렇게 불러들이는 모양이다. 저! 발 밑에 펼쳐진 불꽃처럼 타오르는
산자락도 무서리 몇번 내리고, 몇 차례 바람이 불어 불타는 잎새들을
거두고 나면, 헛헛해진 산자락을 백설이 뒤 덮을 것이다. 그때에 속리산의
진짜얼굴을 만날 것이다... 열린 입 추워서 굳게 닫고 아쉽게 내려와서
점심 식사함.(추워 손이 시려워 옹기종기 붙어서 맛있게 얌얌짭짭, 대장님
라면 끓여주셔서 나누어 먹음) 온몸 덜덜 너무추워 서둘러 굳은 몸 일어서서
천황봉으로 향하여 go... 청법대-->입석대-->비로봉-->천황봉으로 ...
마지막 천황봉에서 장쾌한 능선 절경 감상하면서 찰칵 기념사진 한장 찍고
무조건 하산! 문자 그대로 무궁무진한 능선길 아름다움을 아쉽게 뒤로한채...
이른 바 단풍은 저런 것인가보다 하고 산색(山色)은 붉을 대로 붉은
세심정계곡의 단풍길을 서둘러 내려왔다. 땅거미가 짙어가는 시간....
산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우리에겐 어둡지 않다. 무엇과도 바꿀수도 없을
것 같은 감동이 길눈마져 밝게 해준다.캄캄해서 법주사는 전혀들어갈 여유없이
(다녀온 분도 많음)은행단풍잎 늘어진 거리를 서둘러 걸어 법주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저녁 6:20분... 오늘 감동 산행 끝!
그럼 다음 뵐때까지 회원님 부디 옥체보존 하시옵소서
※길눈 어두워 고생하신 기사님 수고하셨고요! 아침에 불편하신 몸 이끌고
플래카드 들고 계셨던 박ㅇ태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김대장님, 이총무님
최대원님 많이 애썼고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