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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에서 밴 땀 온천물로 씻어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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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가 별유산 산행에 참가하려했으나 시내의 특별한 약속(?)으로 처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더니만 시원이 발목 때문에 산행 도중 내내 가슴 졸여야 했습니다.

최치원 선생이 심었다는 수령 600년의 은행나무 아래 땀을 훔치면서 고견사에 들리지 못했고 쌀굴 향하는 500미터 직전에서 정상을 향하는 조급함에 그곳의 유래를 듣지 못했습니다.

산죽 밭을 지날 때는 시원이 어깨로 떨어지는 땀방울이 햇살에 영롱했지만 “빨리 가지 않고 뭐 하냐”는 아내 투정에는 숨길만 더 가빠 왔습니다.

의상봉을 향하는 철계단 아래 서서 매서운 바람에 땀을 식혀야 했고 난간을 붙들고 오르면서 괜시리 공원관리소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잔설 덮인 산길에서 앵글 맞추다가 뒷사람 눈총에 사진을 놓치고, 양지 바른 바위에 와서 촬영모드에 맞추지 않고 셔터 누르며 날씨 탓만 했던 걸 알았습니다.

장군봉을 향하다 하산 길을 너무 빨리 잡은 덕분에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었으나 “이 길이 맞나”며 몇 번씩이나 다그치는 아내 물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픈 다리를 끌고 내려 온 시원이에게 “이제 다 왔다”고 했다가 주차장을 향하는 지점에서는 땀을 좀더 내라는 말이 변명 아닌 위로로 들리길 바랬습다.

부모자 둘러앉아 동동주 한사발로 건배하며 “다음부터는 따라 오지마라”며 “또 오겠다”는 대답을 기대했습니다.

온천물에 땀을 씻고 저무는 들녘 바라보니 동심이 교차하며 무엇인가 뿌듯함이 가슴 가득 다가왔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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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하늘까지님의 댓글

걸어서 하늘까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반달님 반가워요^^조은후기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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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부모 자 동동주 한사발로 건배하며  다음부터는 따라오지마라"며" 또 오겠다는 대답을 기대 하셨다는 대목이 마음에 와닫네요.... 부모의 사랑이 담겨 있네요,반달 님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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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漢님의 댓글

永漢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시원이가 아드님인가요? 얼마나 사랑하시면 세상에 땀방울마저 - "땀방울이 햇살에 영롱했지만" - 특별대우를 받네요.너무 정겹습니다.혹시 저와 내장산 정상에서 막걸리 같이 드신 공범(?)아니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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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님의 댓글

반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공범 맞습니다. 산정에서 훔쳐 먹던 막걸리 맛 기억이 오래 가네요. 한사발 들이키고 싶었지만 양심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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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님의 댓글

반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산정님들과 정겨운 시간 갖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기회는 도 오겠지요.  永漢님의 발 빠름에 혀가 내 둘러집니다. 한편의 시나리오로 엮어 가는 장면들과 덧붙인 글에서 순간들의 감흥을 불러오게 하고 분위기에 맞는 백사운드는 감칠 맛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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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의 댓글

박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가족끼리 산행 중에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까지 담담히 써내려가시는 산행기에 자신의 느낌과 아버지로서의 바램이랄까?애틋한 사랑까지... 나열하신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그리구 많이 부럽습니다.반달님! "진실하게 맺어진 부부는 젊음의 상실이 불행으로 느껴지지 않는다"하지요" 같이 늙어가는 즐거움이 나이먹는 괴로움을 잊게해준다"라고 하는데...반달님의 알콩달콩 가족애가 듬뿍 묻은 글엔 진한 감동이 전해져 옵니다.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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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님의 댓글

저니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지난달 백양사와 지리산피아골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보여주셨던 반달님이네요.. 가족들과 함께한 정감넘치는 글속에 따뜻한 가족애를 느껴봅니다..그럼 송년회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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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님의 댓글

딸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부모님 두분과 같이 하는 산행이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저도 내년 봄쯤에는 부모님 두분다  모시고 같이 산행 할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이 더 드시기 전에 모시고 다녔어야 하는 후회가 드는군요. 이제는 같이 산행 신청하면 무리가 되시지 않을지 걱정 부터 납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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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호님의 댓글

김원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잘 읽고 느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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