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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찾은 치악 구룡이 노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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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월악 관악 등 "악"을 써야만 오를 수 있다는 산들을 두루 돌아보았건만 치악산은 그리움으로 마음속에 남겨 두고 있었는데 새해 첫 산행지로 산정회원들과 함께 했다.

매표소에서 아스팔트를 지겹도록 밟고 숨을 헐떡이며 입석사 앞을 오르니 스님이 대 빗자루로 눈을 쓸어 내고 있다. "수고하십니다"란 말에 대꾸도 없이 눈만 자꾸만 쓸어낸다. 속세의 찌든 때를 그만 가져오라는 뜻일까?

안부까지 1시간 여 오르는데 동행자가 여간 힘들어하는 게 아니다. "치악산은 이를 악물고 오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고 하니 그 말이 맞는 거 같다며 그만 주저앉고 만다. 잔설이 얼어붙어 미끄러움으로 힘이 들었는데 아이젠을 하고 나니 발걸음이 한결 가뿐하고 한발 한발 찍고 올라서니 비로봉 정상이다.

15:00 정상에는 돌탑 한 쌍이 청명한 파란 하늘을 뚫고 있다. 하산길을 재촉하는 발걸음에 사방 조망을 즐길 겨를이 없다. 구룡사 방면의 하산길은 하얀 눈이 제법 쌓여 겨울 산행의 운치를 맛보게 한다.

건너편 능선에는 해 그림자가 드리우며 우리를 따라 내려오고 있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백설을 파고든다. 산을 찾는 자체가 고행이라고 하는데 난 왜 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할까? 정상을 밟는 희열.. 땀흘린 뒤 오는 쾌감..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오는 어떤 성취감.. 뭐 이런 것들이겠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사다리병창을 내려서 평탄 길이 이어지자 동행자가 아이젠을 벗더니 날아갈 것 같다며 까불더니 그만 "콰당" 하고 만다. 손을 잡아 일으켰지만 왼쪽어깨 통증 때문에 내내 풀이 죽어 있다.

거북이와 용이 함께 놀았던 구룡담을 지나 구룡사에 도착하니 수없이 많은 소망들이 촛불로 태워지고 있다. 산수유동동주 한잔하고 보니 하루해가 저물어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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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님의 댓글

저니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산정의 첫산행... 비로봉과 구룡사를 품은 치악산에 잘 다녀오셨네요..같이 동행하신분 많이 안다쳤셨나요? 긴장이 풀리는 마지막구간을 진짜 조심해야하는데... 반달님..좋은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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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산정의 치악산 가이드 [일간지]안내가 이루어 지지 않은 일정 이 였는데 인터넷 우편물 문자 메세지의..... 효력으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심에 감사 드리며 서울에서 황골 매표소까지와주셨으 함께 산행 에참 여하신 엄정흠 님, 가이드 협조 해주신 홍삼수 님 유용덕 님 지희조 님...주어진 시간에 산행종료 할수 있게 노력해 주신 참여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림니다.산정은 여러분들의 참여로 만들어 지는 산악회 입니다.새해에도 봉사 배려의 솔선수범 하는 산정인들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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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南辰님의 댓글

孔南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겨울 치악산 산행 산정의 많은 분들 봉사로 무사히 잘 다녀오셨네요. 반달님 산행기 감사...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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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님의 댓글

딸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반달님 올리신 사진을 보니 어제 악몽이 떠오르는군요 저번 치악산 산행때도 구룡사에 들리지 못해 아쉬워  요번에 얼음길을 꽁무니빠지게 달려서 구룡사에 가니 본 법당은 불에 타버려 흔적도 없고 예전에 모습이 담긴 그림만 덩그러니....아이젠 때문에  대장님께 수고로움만 드리고 ....하지만  반달님 날씨만은 정말 좋았지요...산행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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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漢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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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이라....올해는 治惡의 해가 되길....모두 순수의 결정체인 산꾼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악이 다스려질텐데....버스 한대에 45명 실고 차떼기로 산에 가야하는데 검은 돈 실고 차떼기하고도 책임지는 도둑님(?)들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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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하늘까지님의 댓글

걸어서 하늘까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반달님 후기 잘 읽었읍니다,,,딸기님 전번 치악산 보다는 더 쉬운산행이엇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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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님의 댓글

딸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용태님^^^치악산 첫산행지의  기억을 잊지 못해 참여한 산행이었지만 그때보다 더 힘들었습니다..얇팍한 지식에 자만하지 말자고 가슴깊이 새기고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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