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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눈산행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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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시:2/28~29일 무박2일
▶총 산행시간 : 약8시간 (아침포함, 사진촬영포함)
▶총 산행거리 : 약 13.3Km
▶산행코스요약 : 한계령~서북능선~대청~오색


▶설악산행을 위해 몇일전 부터 마음이 들떠있었다. 너무나 명산에 산행 한다기에...산행 하기 하루전부터 설악현지 산장을 비롯하여 여러군데 전화를 하여 현지 눈 사정과 둥산로 상태를 미리 알고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부산...정확한 시간에 시민회관에 도착을 하니 대장님께서 반겨주신다. 나와 같이 동행한 직장상사와 더불어 관광버스에 탑승을 하였다. 얼마쯤 갔을까. 잠결에 눈을 떠보니 어지러울 정도로 버스가 좌우로 휘청인다.

버스가 좌우로 많이 휘청인다는 것은 도로의 커브의 각도가 크다는 얘기다. 바로 한계령에 다 왔다는 결론이다. 역시 나의 직감이 맞았다. 버스는 이미 한계령에 진입하고 있었다. 눈을 떠서 대장님의 여러가지 말씀을 듣고 한계령에 내렸다. 어둠속의 한계령은 고요한 적막감이 감돈다. 따스한 오뎅국물로 식혀진 몸을 데웠다.

【한계령~서북삼거리】(05:10~06:40) (1시30분→2.3Km)
▶난데없는 오뎅국물 벼락도 맞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사방이 온통 어둠에 쌓인 한계령...등로 초입에는 눈이 얼어붙어 있었다. 얼어붙은 등로 에다 야간산행 인지라 안전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고 잠시만 긴장을 늦추면 돌이킬수 없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을 했다. 아이젠을 하고 올라간 지점부터 코가 땅에 닿일정도의 급경사와 너덜지대의 연속이다. 그러나 산행진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이젠 밑에서 전해오는 눈 산행의 촉감은 그야 말로 꿈길속에서 걷는 기분이다. "뽀드득~뽀드득" 한계령 6~7부능선 부터는 그야말로 생각치도 않았던 눈의 천국이다. 해더렌턴에 반사되어 눈은 빛을 더 발했다.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속에 긴나긴 일자행렬의 불빛은 마치 오랜정체로 몸살을 앍고 있는 고속도로의 차량 행렬같이 아득히 보였다. 하늘을 보고 별바라기를 하니 잦 나무 끝에 걸려있는 눈꽃이 유난히도 선명하게 보인다.

어둠이 서서히 가시기 시작하는 동녁 저편 부터 붉은 여명이 조금씩 튀어오르기 시작한다. 아~!!! 중간에 길이 조금 헷갈리어 잠시 우왕좌왕 했지만 우리는 이내 길을 찾아 계속 이어지는 급경사와 너덜지대를 지났다. 그런후 드디어 서북능선 삼거리가 나왔다. 이제부터는 조금 마음이 놓인다. 작년 가을 매미가 오기전 남교리에서 대승령으로 귀때기청봉을 경유하여 서북능선을 타고 소청으로 공룡능선으로 종주한적있어 이 능선의 장,단점은 익히 알고있었다.

【서북삼거리~끝청봉】(06:50~08:40) (약1시간50분→4.3Km)
이제서부터는 여기까지 온 것처럼 체력소모는 그다지 소모되지 않는다. 설악의 주 능선을타기에 체력안배를 충분히 할수있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도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이제 저편 능선에서 부터 어둠은 서서히 가시고 붉은여명이 타오르고 있었다. 전망좋은 능선에서 내설악의 능선을 살폈다. 구곡담능선 밑으로 뻗어내린 수렴동 능선이 쫙~펼쳐져 있다. 아~! 감탄사가 연발로 나온다. 남설악 쪽을 보니 가리봉, 주걱봉, 주위에 짙은 운무들이 산 정상에 둘러져 있다. 환상적인 장면이다.

운무~즉 구름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한줄기 바람이 휘몰아 치는곳에 운무들은 바람을 타고 서북 주 능선을 온통 휘감아 돈다. 산 전체가 아침여명을 받아 불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찌 이 감동을 말로 표현 하리오. 산인들은 이렇게 짜릿한 감동을 맛보기 위하여 산을 떠나지 않는것일지도 모른다. 약 6개월 만에 다시찾은 눈덮힌 서북능선 이 주능선이야 말로 내설악과 남설악의 진면목을 모두다 만끽하며 산행을 할수 있다는 크나큰 장점이다.

1397봉과1459봉의 눈앞에 점점 다가온다. 멀리서 볼땐 마치 괴물처럼 보이던 곳이였는데 이렇게 가까이 보니 아름답기 그지없는 곳이다. 주위에는 고사목들이여기저기 늘려져 있었다. 비록 나무들은 늙어 죽어서도 죽은나무는 또다른 생명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제공해준다. 비록, 그 생명체가 미물일지언정...그리고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선사해주는 겨울설악...이렇게 자연은 늘 거짖없이 찾는이로 하여금 풍요로움을 선사해준다.

동료중 하나가 "끝청봉에서 바라보니 중청, 대청은 별로 특징이 없는 단조로운 산으로 보였다" 한다 그러나...혼자 상상은 금물 중청까지만 가면 그런말이 안나올것이다. 라고 일러주었다. 끝청봉 오르는 마지막 경사길은 그리 급하지않으면서도 대단한 체력이 소모되었다. 왜그렇까 심리적일까? 한시간 이상을 비교적 평탄한 길을 타고 오다가 갑자기 경사길을 만나서일까. 심리적이겠지...우리는 불과 몇시간 되지않는 산행을 해도 이렇게 허우적 거리는데 세계 7대륙 등정에 성공한 한국의 자랑스런 산악인 들은 얼마나 피와 살을 깍아내면서 인내를 했을까.? 하고 생각 하니 세삼 그분들은 우리의 우상이 아닐수가 없었고 그분들의 위업 앞에서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끝청봉~중청봉】(08:40~09:10) (30분→1.2Km)
▶중청봉 정상에 하얗게 빛나는 둥근탑 두개는 작년 가을에 보니 마치 괴물처럼 흉물스럽게 보였는데 오늘 보니 정말 이쁘게만 느껴진다. 그기에다. 주위 눈과 어울려 더욱 하얗게 빛을 발아다. 상고대와 눈꽃들이 어우러져 환상의 길을 만든다. 아이젠 밑에서 전해오는 짜릿한 감촉 "싸그락~싸그락" 은 여기서 극치를 달했다. 환상의 상고대 그리고 고사목 늙은 노송 끝에 걸려있는 눈꽃 두덩이가 바람에 휘날리더니는 급기야 한 덩어리가 무게를 못이기고 내 발밑으로 떨어진다. "우두둑 우두둑~"

여기까지 오니 갑자기 생각이 났다. 작년 이곳 종주시 저 고사목이 너무 아름다워 나의 자취를 조그만한 남기고자 나무가지에 나의 이름을 새긴 손수건을 메달아 놓았는데 혹시? 그 자취를 찾을수 있나 해서 동료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 그 고사목으로 갔다. 그러나 그 손수건은 흔적조차 찾을수가 없었다. 욕심이였을까. 그렇게 말없이 몇백년을 지내온 텃주대감 격인 저 노송들을 바라 보노라면 그냥 자연은 인간에 늘~베풀기만 한다. 상고대는 청아함은 아침햇살을 받아 더욱 찬란하게 빛이난다. 눈이 부실 정도다.

이곳은 온통 하얀세상 이다. 이렇게 모진 겨울 한파를 이겨내고 새봄에 또다른 푸르름을 튀운다니 세삼 자연의 위대함은 가히 짐작조차 못한다. 저 검푸른 동해 바다가 위로 새털구름이 쫙~펼쳐저 있다. 외설악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가을 종주시 또다른 분위기다. 이처럼 설악은 계절마다 각기각색의 얼굴을 하고있다. 설악에서 경관이 제일 아름답다고 얘기하면 나는 서섬없이 이곳 중청이라고 말한다. 내, 외 설악의 경관을 한눈에 볼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저~멀리 철웅성 요새지역 울산바위를 중심으로 용아장성릉과 구곡담, 가야동, 수렴동이 협곡처럼 펼쳐져 있다. 오로지 신만이 창조 할수 있다는 공룡능선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 있고 그 뒤로는 마등령의 봉우리가 가물거린다. 우뚝 쏫아있는 친화대의 웅장한 바위 끝부분이 마치 살아있는것 처럼 꿈틀거린다. 용의 이빨처럼 뾰족한 용아장성의 기묘함이 보면 볼수록 신비스럽다. 아무리 위대한 조각가 예술가 일 지언정 이렇게 정교한 작품을 만들수 있을까. 그래서 자연은 자연인가 보다.

마치 파노라마 처럼 동쪽으로 길게 펼쳐져 있는 화체능선과 화채봉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살짝 숨어있는 천불동 계곡의 비경은 볼수가 없음을 안타까웠다. 지금 겨울의 천불동 계곡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무척 궁금 해진다. 아침을 먹어면서도 나의 시야는 외설악 쪽에 한시라도 눈을 땔수가 없었다. 세계 그 어떤 산 인들...이처럼 천의 얼굴을 가진 우리의 설악보다 아름다운 산이 있을까. 올해는 예년에 비해 적설량이 1/3도 안된다고 한다. 보통 이때쯤이면 설악전체가 온통 눈으로 덮혀 있었는데 중청대피소 역시, 가뭄으로 인하여 식수가 고갈 되어있었다.

【중청봉~대청봉~오색약수】(10:20~13:30) (2시간10분→5.2Km)
▶중청에서 대청으로 올라가는 등로는 거의가 얼음길이였다. 눈녹은 바위표면이 그대로 얼어 붙어 있었다. 대청봉은 역시 쉽게 오를수 없는 산인가보다. 늦게 먹은 아침 탓일까. 적당량의 밥을 먹었다고 판단 했건만 포만감에 움직임이 둔하다. 다리가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도 얼마남지 않는 정상인데...정상에서 바라본 하얀 서북능선은 꿈길 처럼 꿈틀대고 있는듯하다.

그러다가 화채능선을 봤다. 화채봉 끝에서 잠시 눈을 고정 시켰다. 송골매 인듯한 한마리의 맹검류가 주위를 한바퀴 빙글 돌더니 갑자가 수직 하강한후 날렵하게 먹이를 낚아채 가는것 같았다. 역시 높이나는 새가 먹이를 일찍 찾는구나! 하는 진리를 깨우친다. 솔직히 오색으로 내려가기가 좀 싫었다. 그냥 이곳에 좀 오래 머물든지 아니면 소청으로 해서 희운각~천불동~비선대~신흥사 로 가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내 맘뿐이였다.

별 다른 특징이 없고 상,하행시 까다로운 코스 오색 으로 내려갈려니 영 내키진 않았다. 보통 전문가 아닌 우리가 산행을 하면 사찰을 꼭 끼고 산행을 한다. 명산에는 분명 대사찰이 있다. 사찰 관람은 산행시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제 역활을한다. 그러나 이번 산행은 사찰을 경유하지 않는 코스를 택하였다.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천가지의 불상을 하고있는듯한 천불동 계곡을 따라 못가는 아쉬움도 진한 미련처럼 남았다. 대청에서 내려 갈때 마지막 순간까지 공룡능선 에서 눈을 땔수가 없었다.

오색 하산길은 7부능선 까지는 눈으로 덮혀 있었지만 그 밑으로는 나무계단의 연속이다. 철계단이든 나무계단이든지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계단을 타고 오르고 내린다는 것은 피로를 더욱 가증 시킨다. 좋건 싫건 꼭 정해진 보폭으로 걸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능선과 계곡이 교차되는 지루한 하산길...벌써 이곳도 5부능선 밑으로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등로 양지바른 곳에는 얼음이 녹아 제법 시냇물을 이룬다.

설악폭포는 완전 얼음 으로 변해있었다. 이시간에도 올라오는 등산객들은 어디로 가서 언제 내려온단 말인가.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 "네~중청에 오후 5시경 도착하여 일박하고 해돋이 한후 공룡능선을 타고 하산할 계획 입니다." 라고 친절히 답해준다. 나역시 환한 웃음으로 답해준다. "수고하세요! 좋은산행 빌어드립니다." 역시 산인들은 모두다 이렇게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거리에서 낯선 사람에게 길을 물어면 힘드고 지친 몸에 감히 물어볼 엄두도 못낼 것이다. 그러나..이곳은 서로 모르는 사람 들인지언정 마음과 마음을 톻하는 곳 바로 산이다...이렇듯 산인들의 마음은 한결 같다. 우리 산정인 모두 한결같은 마음으로 다시 만나것을 약속한다.

P.S=산행 대장님! 수고 하셨고요.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뒤에서 묵묵히 수고 해주신 몇분의 스텝진님 총무님 그리고 모두 잘 귀가 하셨는지요. 정말 6개월만에 다시 찾은 겨울 설악 즐거운 산행이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뎅국물 세례를 주시 아주머님 (ㅎㅎㅎ) 식당에서 커피대접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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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설악을 예리한 감성으로 정확하고도 현실감 넘치게 스케치 해주셨으 많은 분들에게 좋은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1박2일 동안 함께한 설악산 즐거웠습니다.허정규 회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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