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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천관산은 기기묘묘하고,신령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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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사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박사 이름으로 검색
댓글 18건 조회 1,830회 작성일 2002-12-05 2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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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초입! 살아가는 일이 가끔 주춤거려질 때 남도의 산을 찾는것도 퍽 괜찮다싶어 찾은 그곳.12월1일 전남 장흥 천관산은...아! 3월의 어느 봄날처럼 따스한
햇살 아래 졸고 계신 것 같았다. ( 중식사진자료참조-반팔 T 입은 두분 확인 )

호남 5대 명산가운데 4개의 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지만, 유독 천관산은
도립공원으로 뒷전에 밀려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덩치가 작기 때문이리라.
(능가산이 솟아있는 변산반도는 채석강 등 해안가 명승지까지 포함되었기
때문에 국립공원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천관산은 대덕면쪽에서 바라보면 그저 사발을 뒤집어 놓은 듯, 별볼일
없는 야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들이 찾은 길, 관산면 소재지를 지나
천관사쪽으로 방향을 틀면(산행대장님께서 이때쯤 차창을 보시면서 소개함)

눈이 휘둥그레지고 만다. 우선 기기묘묘하고 신령스럽기 까지한 형상의
구정봉(九頂峰)의 암봉군에 혀를 차고, 그다음 구정봉에서 정상인 연대봉
(煙臺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미끈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지제산(支提山), 천풍산(天風山), 풍천산(楓天山) 이라고도 불리는 천관산
의 영묘한 모습을 극찬한 글들을 <신증동국여지승람>과 같은 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천태산 기슭에서 태어나 9살의 어린나이에

"천관사를 떠나 허공을 사다리 삼고 봄 하늘에 올라서서 허리굽혀 사람 사는
곳을 내려다보니 티끌에 덮힌 세상 넓기도 하네" 라는 시를 지은 조선영조때
실학자 존재(存齋) 위백규(魏伯珪)는 천관산 인물지리서랄 수 있는 <지제지

(支提誌)>를 펴내면서 서문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큰 산은 여러 고을에 걸쳐있고, 작은 산은 한 고을을 진수(鎭守)하니
천관산 같은 산은 지극히 작은 산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특히 신령스럽고

기이하다고 해서 두류산(頭流山:함남 서천에 소재한 三神山중 하나)이나
서석산(광주 무등산의 다른 이름)이 높고 크다고 하나 천관산보다 자랑
할 수가 없다".....

★초입 수동마을에서 불영봉->연대봉으로 할딱 거리며 오를 땐 개척등반 하는
기분이었고... 정상을 향한 또 한순간의 절정을 위하여 머리맡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치며 오르다 뒤를 돌아 보았을땐...해무(海霧)가 살짝끼인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아! 저 끝없이 빼어난 풍경... 파도의 자유조차도 가둬버린
진짜 호수 같은 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세상을 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이 도시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나는 섬이되고...

무거웠던 발걸음도 이때부턴 가볍다. 돌멩이도 봄날엔 기지개를 켠다고 했지?
12월 초겨울인데도 오늘이 봄날 같아서인지? 군데군데 철쭉이 변신하여
황홀하게 꽃을 피우고 있으니 봄 마중 나왔는지? 산꾼들의 탄성으로 눈과
발걸음이 자꾸 멈춰선다. 살다가 나도 저렇게 몸 한번 바꿔볼 수 없을까?

★정상 연대봉에는 봉수대가 잘 축조돼 있었다.(기념사진 찰칵 한 곳)
밤에는 불, 낮에는 연기로 급보를 전달키위해 세워진 천관산 봉수대는
고려의종 3년 (1160년대) 장흥 억불산(518m)과 강진 병영의 수인산(561.2m)
이 교신하기 위해 축조된 것이라 전해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단석만 남고
허물어진 것을 86년 마을사람들이 다시 쌓아올린 것이다.

옛날 제주도 한라산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던 곳인데 지금도 날이 좋을때면
한라산이 보인다나?.. 하지만 오늘은 약간의 박무현상으로 하늘이 뿌연탓인지
기대했던 한라산은 보이질 않았다...

정말 이곳에서 휘둘러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다. 우선 동으로 고흥만 건너로
팔영산이 뚜렷하고, 남으로는 완도의 신지도, 고금도,약산도등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 방향으로 한라산이 가물거리며... 남쪽에서 시계바늘 방향으로는

해남 두륜산이, 서쪽으로는 주작산, 그 오른쪽으로는 영암 월출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북으로는 무등산과 담양 추월산이 시야에 와 닿는다.
(큰 지도를 펴놓고 확인 바랍니다.)

★연대봉을 뒤로 미루고 대장봉(大藏峰:네모난 바위들이 겹쳐있어서 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것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 환희대 거쳐 구정봉으로
<구정봉-왼쪽부터 대장봉(大藏峰) 천주봉(天珠峰) 문수.보현봉(文殊普賢峰)
대세봉(大勢峰) 선재봉(善才峰) 관음봉(觀音峰) 신상봉(神象峰) 홀봉(笏峰)
삼신봉(三神峰)>

내려서니 갈림길이 두어군데 있어. 결국 장안사와 천관사로 팀이 나누어지는
불상사(?)를 연출했지만... 구정봉 능선에 바위들을 넋을 잃고 열심히 쳐다
보면서 열심히 등반선을 그어보았다. 구정봉 바위들은 정말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환하게 편 얼굴, 일그러진 얼굴, 구부러진 허리 등 천태만상을
다 모아놓은 듯 하다. 하지만 결코 자만스럽거나 거친 모습의 바위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 겸손하고 온화한 모습 뿐이었다. 그렇다. 그 옛날 89암자가

들어섰던 불가의 산이라지만 어쩌면 천관산, 89암자는 모두 부처를 따로
모시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 암봉 하나하나 돌멩이 하나하나가
부처일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바위가 석가모니불 이었다면 그에 비해

조금 작고 온화한 모습의 바위는 관음보살이거나 문수보살이었을 것이다.
진죽봉(鎭竹峰) 석선(石船) 비로봉(毘盧峰) 중수봉(衆秀峰) 등 계곡 건너편
능선의 바위들도 기이한 형상이거나 마찬가지...<지제지>에 나온 불교설화에

의하면 관음보살이 석가모니의 말씀을 따르고자 진불(眞經)을 돌배(石船)에
싣고 바다를 건너 천관산에 왔는데,그 불경을 내려놓은 곳이 대장봉,돛대가
진죽봉,돌배가 석선이라나?...구정봉일원이 현란한 바위꽃이라면 연대봉에서

대장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결코 화려하지않으면서 풍요로움을 느끼게하는
쇠잔등처럼 편안한 모습이다.그리고 이 산은 마치 거대한 공룡지느러미같은
기암괴석이 주능선과 산자락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이 기암들을...

옛사람들은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으로 보고 천관산(天冠山)이라
이름 붙인 것인가?...

★이후 산죽과 잡목으로 어우러진 사이로난 사면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마지막 하산지점 체육공원밑 장천재(長川齋)앞의 동백나무는 산들산들
불어대는 봄바람(?)을 참지못해 봄 햇살(?)을 즐기기 위해 뛰쳐 나왔는지
꽃망울을 터뜨린 송이의 꽃이되어, 아니 꽃 대궁이 되어 장천재 앞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내 작은 등산가방 어깨위로 벌써 천관산의 추억이 업히고 들어붙은
시선을 던지며.....생수로 갈증난 목을 축이고 오늘 기쁨산행 끝!
회원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담에 뵈올때까지 부디 옥체보존하시옵소서!!!

※하행길 시간에 쫓기다보니 회원님들 좀 조급(?)해져서...그래도 안전운행
하신 기사님 퍽 수고하셨습니다.그리고 김ㅇ수산행대장님,책임감땜에 감기
몸살의 몸으로 오신 이ㅇ미총무님,고향순천에서 달려와 기꺼이 산행안내
하시고 다시내려 피곤한 몸으로 손수운전해오신최ㅇ호대원님등 집행부님들
모두 수고하셨음에 감사드립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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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님의 댓글

철부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가히!!!??? 천하의 박사시구려. 자주 좋은 글 부탁 드릴게요.우리 모두 공부 합시다.        감기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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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팬님의 댓글

박사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나도 같은 산 갔었는데 박사님 글 방금 읽고,읽고,또 읽고나니 그날의 기억이 생생...되새김질되어.,이제 천관산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바위하나하나부터..주변배경설명,역사까지/정말 느낌이 팍팍 와닿네요.항상 존음악과 곁들여 고귀한 역사의글까지/님의 생각과 함께 바다에 흠뻑 빠졌어요,캄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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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2님의 댓글

팬~2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박사님을 월매나 기다련는디 이제사 나타나셨남,,밉고 방가방가다.역시 끈내주는 글.매치된 음악 후딱읽꼬가오,,내 다시올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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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님의 댓글

여고시절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박사님 덕분에 다시한번 한자공부.역사공부.사회공부.많이많이 하고갑니다. 아무쪼록 좋은 산행하셨다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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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님의 댓글

저니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깊이있는 박사님의 산행기에 감동...또 감동입니다..지난번에 감기에 걸려서 고생하셨다구요... 늘 건강하시고 다음산행때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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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님의 댓글

박사모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박사를 사랑하는 모임을 가칭 제의하고파요.보통사람들은 박사님 글이 어려워 참 해석이 어렵네요,박사님글은 몇번읽어야 그 깊은 뜻,맛을 알수있어 심오한 님의글...얼굴과 함께 보자꾸요.정말 알송달송?박사님은 영원한 전설의 인물인가?....한번 만나 술한잔하면서 님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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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님의 댓글

박사모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박사를 사랑하는 모임을 가칭 제의하고파요.보통사람들은 박사님 글이 어려워 참 해석이 어렵네요,박사님글은 몇번읽어야 그 깊은 뜻,맛을 알수있어 심오한 님의글...얼굴과 함께 보자꾸요.정말 알송달송?박사님은 영원한 전설의 인물인가?....한번 만나 술한잔하면서 님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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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님의 댓글

박사모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박사님 세계를 한번 알고싶군요...님은 침묵과 산정인의 뒤안길에서 측면지원하는....실체를 보고싶다오.님을 한번 뵈는게 우리모두의 영광임을....님은아시나요.필히 님의 존재를 알아 박사를 사랑하는 모임을 한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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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3님의 댓글

팬3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음악 죽犬六...아...음이고 신음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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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의 댓글

나그네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억수로 많은 자료에 놀라고,글 솜씨에 또 놀래고,회원과 집행부전체를 묶어 섬기는 넓은 마음에 또 한번 놀래버렸다.산하나 전달하는 기술자이자 예술가로다.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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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의 댓글

박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넘 과분한 칭찬에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드리며,앞으로는 쉽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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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온듯님의 댓글

아니온듯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산은 산이요. 못내 아쉬움이 있다면  구정봉 아래 금강굴, 천관사를 못 다녀오셨군요. 이곳은 장흥 출신 문인들의 "시"와 "노랫말"을 바위에 새겨 장식해 놓았고 많은 돌탑들이 있답니다. 다음에 방문하시면 꼭 들러보세요. 또하나 장흥의 명산을 소개할까 합니다 봄에는 진달래,철쭉 군락지인 제암산이지요 종주코스는 장동 시목치에서 시루봉, 제암산, 곰재산, 사자봉,사자두봉, 삼산리코스와 사자봉에서 철쭉군락지인 골치능선을 따라 일림산, 아미봉, 한치코스 등 많은코스가 있답니다.  박사님 산행이란 철에 따라 조화가 이루어 져야 맛이 나지요. 요즘은 기암절벽과 낙엽 아니면 눈꽃이 어울려야 제격이듯 박사님은 산정 산악회의 보배인가 봅니다 . 정말 존중합니다. 입술은 다나으셨는지요. 사모님이 뽀뽀하면 났는데요 일요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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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님의 댓글

뚜벅뚜벅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내장산산행기에서 박사님 첨 마주쳔디...마니 기다렸는디 증말 오늘도 디럽게 쥑이주뿌네여.또 음악도 괜찬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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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이님의 댓글

지나가는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산정산악회 회원님들은 수준이 높으신가봐요 전 첨에 읽었을때 이해가 잘 되지않아 읽고 또 읽으니 감이 조금오던데...ㅎㅎㅎ...저 위에 저랑 비슷한 박사모님이 올리신 글 때문에 저도 용기내어 댓글을 달아봅니다...ㅎㅎㅎ....박사님이 앞으로는 쉽게 써준다고 약속했으니 담을 또 기대해봐야지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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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자님의 댓글

다녀온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안다녀온분은 이해안되실지 몰라도 내사마 갔다와서 박사님글 읽으니 한개도 안어려운디...쉽게이해해라꼬 힘든데도 한자까지 일일이써서 감이 진짜루 와 공부많이배우고 갑네다...조습네다.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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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님의 댓글

짝짝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박사님을 장흥군에서 명ㅇㅇ예군민으로 위촉한다.무신 일이든 관심만 있스면안되는기 없는기라.거시기 연구많이 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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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님의 댓글

인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박사님의 글은 향기가나네요/인연심어놓고갑니다.가끔들러 묵었다가도될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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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산님의 댓글

천관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박사님을....천관산 산신령들이...우리를 이렇게 멋있게 소개해주니 고맙니다.님은 천관산도사님으로 모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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