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가을 소풍을 떠난 지리산 피아골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댓글 11건 조회 1,896회 작성일 2005-10-25 19:14:00

본문

가을 소풍을 떠난 지리산 피아골
가을 소풍길이 밀리고 복잡하고 하여 산에 가나마나 하고는 어정거리다가 홈페이지 확인결과 차량이 두 대나 다 예약이 끝났는걸 보고서는 포기하기로 하고는 혹시나 빈자리라도 있는가 싶어 대장께 연락을 해보지만 없다는 말에 가까운데 가서 억새풀밭에서 놀아볼 거나 하였는데, 결원이 생겼다는 통보를 받고는 ‘얼씨구나 모르겠다, 가보자’ 하고는 따라나선 소풍이다.

이젠 날씨가 제법 차다는 기분이 든다. 설악에는 눈이 17센티나 쌓이고 영하 8도까지 내려갔다는데 싶어 벌써 겨울이 오나 싶기도 하다.

지리산으로 달리는 고속도로변의 노랑 단풍으로 변한 은행잎을 보자 가까이서 보면 더 좋을 텐데도 싶다. 너무 맑고, 곱고,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성삼재 오르는 구간은 밀린다. 휴게소에서 소변보는데도 줄을 서야 하는 기현상에 예상은 하였지만~
능선으로 치면 8부 능선 정도에서 차에서 내려서는 모두 걸어서 가기로 한다.
올라가는 길이 왜 이리 밀리나 싶었더니, 좁은 2차선의 길에다가 내려오는 오른편에 승용차들과 승합차들이 길게 주차를 해두어서 서로 교차하여 운행하기가 힘든 것이 주원인이다.
51023jr01.jpg


‘피아골’ 이라, 이번에 처음 가는 곳이라서 총무께서 하는 말이 “빼딱구두” 신고도 가는 길이라고 하는 바람에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식은 죽먹기고, 노고단에서 임걸령까지도 거의 내리막이라 그보다는 더 쉽고, “빼딱구두” 신고도 갈수 있는 길이면 오늘은 완전히 소풍기분으로 편안히 갈수 있겠구나 하고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는 덥지도 않고, 약간은 선선하여 움직이기엔 전혀 부담이 없는 날이다.
노고단을 지나서 임걸령으로 가면서 지난 종주산행 때는 밤길을 걸었는데, 훤한 길의 주위는 벌써 앙상한 가지가 겨울의 느낌을 주는 것도 있고 밤새 추위에 떨었는지 갈색이나 회색 빛을 띤 잎사귀들이 돌돌 말린 것도 보인다.
51023jr02.jpg


가는 곳곳의 조금 넓은 공터나 헬기장은 등산객들이 꽉 들어차서 점심식사를 하는 김치냄새와 웅성거림이 시장통과 같다.
오늘의 산정에는 매표소에서 잠시 옆에서 올라가는 등산복 차림도 아니고 운동화 신은 어린 두 명의 아가씨가 눈에 들어온다.
너무 부러워진다. 나도 저 나이 때는 운동화신고 허리엔 교련탄띠에다가 수통을 차고는 약간은 장발로 다녔었는데 싶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청춘은 등산복도 필요가 없고 등산화가 아니어도 잘도 다녔는데~, 그 어떤 눈요기보다도 자연과 더불어 숨쉬는 긴 시간을 같이 하면 너무나 아름답고 좋은데, 처녀총각은 장가가는걸 잊어먹고, 나 같은 사람은 어떤 욕심이 없어질까 두려움이 생긴다. 원래 세상은 겅걸(애살)이 많아야 되는데, 자연을 벗삼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신선이 되려 하는 건 아닌지 싶어서 좀 겁나기도 한다. 산행기 두드리다 실데없는 소리를 지껄였네, 하여간에 당일산행에서 가이드가 있는 곳에서는 단촐 하게 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51023jr03.jpg

노고단 지나면 이름도 희한한 돼지령이 있다. 뭣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재미獵 이름이다.
임걸령(이것도 특이한 이름이다)에서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이 넓고 쉬울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접어야 한다. 아주 가파른 거의 대부분이 돌길이다. 아마도 밑에서 올라온다면 고생께나 하는 ‘골뱅길’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51023jr04.jpg


왠 약장수가 왔는지 녹음기를 틀고 가는 할아버지 한 분이 옛날노래를 들으며 가는 것이 보인다. 산에서는 가능하면 자연의 소리가 좋은데 싶어 재빨리 추월을 하여 지나간다. 아마도 뒤따라 오는 사람에게는 공해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51023jr05.jpg

51023jr06.jpg

51023jr07.jpg

피아골대피소까지의 길은 울창한 수림이 삼림욕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풍이 물든 곳도 많이 있지만 왠지 모르게 지리산의 가슴속에 파묻히는 느낌을 가진다고 나 할까, 피아골 대피소에 도달하자 여기에서도 무지 많은 사람들이 와글거린다.
51023jr08.jpg


울창한 수림에 푹 빠져가는 산행은 어쩜 지겹다는 느낌을 갖지만 능선을 타면서 하늘을 보고 작은 나무들 사이로 갈 때와는 다른 알 수 없는 숲 속에 빠져서 있는 어떤 힘을 느낀다고 나 할까, 그래도 아름답다라고 하려면 울창한 나무들, 단풍, 바위와 물이 어우러지는 그런걸 보면 사람들이 환장을 하는데, 단풍의 잎 대부분이 곰보가 났다고 해야 되나 아니면 까막 딱지가 붙었다고 해야 되는지 어쨌든 그런 모습을 많이 보고 내려온 것 같다. 어쩜 그런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기도 하겠지만 밤이면 기온이 많이 차가워 지는지 벌써부터 잎사귀가 말라지고 퇴색되는 것도 있다.
피아골 대피소에서부터 내려가는 계곡을 바라보는 느낌은 정비가 안된 울툭불툭한 바위들과 졸졸 흐르는 물과 계곡위로 걸쳐 진듯한 나무들의 무정형적인 모습이 더욱 원시적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51023jr09.jpg

51023jr10.jpg

51023jr11.jpg

51023jr12.jpg

51023jr13.jpg

51023jr14.jpg

51023jr15.jpg

51023jr16.jpg

51023jr17.jpg


구계포계곡의 팻말이 있는 곳에 이르자 여긴 약간은 인간의 때가 묻은 듯이 보이기 시작을 하고 구계포교의 철재 출렁다리는 3인 이상 통행금지라고 적혀있는데도 약4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곳의 단풍을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에 담기가 바쁘다. 지는 단풍이 많이 썩였지만 절정이다.
51023jr18.jpg

51023jr19.jpg


피아골 대피소에서 위쪽으로 30분 거리와 아래로 구계포다리로 하여 삼홍소 못 가서 40분 거리의 단풍이 이곳의 클라이맥스라고 하기로 한다.
51023jr18.jpg

51023jr19.jpg

51023jr20.jpg

51023jr21.jpg

51023jr22.jpg

51023jr23.jpg

51023jr24.jpg

51023jr25.jpg

51023jr26.jpg

51023jr27.jpg


임걸령에서의 길고 긴 내리막길을 마감할 때가 다되어 가는지 널찍하고 편안한 도로가 나온다.
하산지점이 다되어 가는 듯, 태양도 기울어 가는 듯 힘이 없고, 선생님 따라가는 어린아이들마냥 약간은 피로하기도 하고 “피아골” 하길래 얼마나 피처럼 붉으면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까 도 연상을 하고 왔었는데, 너무 엄청난 단풍을 생각해서인지 좀더 봤으면 하는 아쉬움, 미련이 남는다.
더 내려가면 발 씻을 때도 없을 것 같아서 계곡의 바위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 쪽으로 간다.
벌써 발을 씻고 갈 준비를 하는 사람이 보인다. 옆으로 가서 오늘 고생한 발의 피로를 풀 량으로 담그 보지만 계절 탓인지 차가워서 30초도 못 견디지만 ‘우둑 우둑’ 씻고서는 새 양말을 갈아 신고는 직전마을에서 막걸리 마시는 산정님들과 합류하여 하산 주를 하고는 산행의 마무리를 한다.

관광버스 자리 땜에 조금 시끄럽다. 작년 산정의 설악에 왔을 때 하산하여 남의 자리에 앉자 뽁사장이 “출발 때 자리는 갈 때도 그자리”라고 하는 바람에 얼른 본 자리로 돌아갔었던 일이 있어서 나와 비슷한듯하여 마지막 두드리는 이 순간 미소를 짖게 한다.
총무가 아마도 “빼딱구두” 신고도 올라간다는 말이 노고단을 두고 한 말은 아닌가 싶어서 그런 생각도 들게도 된다.
앞뒤 두서없이 너덜너덜 두드린 산행기를 읽고서는 날보고 뭐라 할까 싶지만 그래도 갔다 와서 남기지 않으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두드립니다.


일정
2005년 10월23일
07:30 지나서 부산 시민회관 앞 출발
10:55 지리 성삼재 오르다가 차가 밀려 걸어가기 위하여 중도에 내렸음
11:15 성삼재 도착
11:29 매표소 출발
12:00 정도 노고단 대피소 도착 후 중식
12:38 노고단
13:30 임걸령 삼거리
14:30 피아골 대피소(해발850m)
15:07 구계포 계곡 이정표(해발700m)
15:10 구계포교(삼홍소 1.5km지점)
15:25 삼홍소(해발 600m)
15:49 넓은 도로가 나옴
15:55 계곡으로 내려가서 발 씻음
16:16~ 직전마을 도착, 하산주
17:00 주차장으로 출발
17:23 지리연곡사
17:25 주차장 도착
17:40 약간 지나 부산으로 출발
22:30 이정도에서 시민회관 도착(고속도로가 많이 밀렸음)

총 움직인 거리: 차에서 매표소20분+산행 4시간45분+주차장까지25분=5시간30분
차에서 보낸시간: 가는데 3시간30분+오는데 5시간=8시간30분

댓글목록

profile_image

江湖애 病이 깁퍼님의 댓글

江湖애 病이 깁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올려주신 산행기덕분에 단풍구경은 물론 病치료 잘~ 하고 갑니다

profile_image

튼튼님의 댓글

튼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저는 고구마 캐고 감 따고 바쁜 휴일을 보내고 귀가하던 중에 동서고가로 범냇골 램프 부근에서 지나친 차량이 산정 차량이었나 봅니다. 그 좋은 단풍 때깔에 눈이 호사하였겠습니다. 내장산은 어쩔라나...멋진 산행기 감사합니다.

profile_image

산마루님의 댓글

산마루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감미로운 글과 아름다운 사진으로 한 번 더 단풍에 흔들리는 피아골을 다녀온 듯 합니다. 즐겁게 산행기를 읽고 나갑니다. 캄솨합니다 ^^

profile_image

신동수님의 댓글

신동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친구야 산행기 및 좋은사진 덕분에 잘보고 간다

profile_image

신동수님의 댓글

신동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친구야 산행기 및 좋은사진 덕분에 잘보고 간다

profile_image

신동수님의 댓글

신동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언제나 구수하고 소박한 냄새가 풍기는 산행기를 읽고 나면 무언가 떠오르는것이 마침 어릴때 즐기던 모습이 지나가는 것같이  ..... 잘보고 간데이 만날때까지 몸건강히

profile_image

지수..님의 댓글

지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사진 자료실이랑 매~님산행기 읽으면서 머리에선 다시 피아골 산행이 시작됩니다.차암 좋았지유~~하늘만큼 땅만큼^*^튼튼님!고구마랑 감은 어디 동네 것이유?맛좀 비이주이소?예?그라고 승학 갈대는 우째됐슴꺼?매~님!국밥 드시고 가셔서 귀가길이 퍼떡이지예?체육대회..산타시는 실력으로 열심 하시소예.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profile_image

라일락님의 댓글

라일락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매래치님 모습 닮은 구수한 산행기와 멋진 사진 덕분에 지리산 정기를 둠뿍 받고 갑니다. 늘 즐거운 산행 하세요 ^^*

profile_image

포포님의 댓글

포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안녕하십니까^^ 산정님 그리고 매래치님^^

profile_image

포포님의 댓글

포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진짜 바본가봐요^^ 산정님께서 피아골산행하실 때 저는 전날 임곡에서 백운산을 올랐드랬습니다^^ 일요일에 피아골을 못간다 생각하고 피아골 대신으로다 백운산에서 망운산을 돌아 내려왔지요^^ 멀리 달음산이랑 철마산이 한번 살피고 기장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머리속에 넣고 왔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양산으로 가는 버스에서 산이름을 모르겠지만 도로와 함께 이어지는 낮은 산에 운무가 심하게 깔려 있더군요^^ 바람때문인지 움직임이 빠른 운무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하니^^ 지도 피아골, 주왕산, 내장산 가고 싶어예^^ ㅋㅋㅋ 암쪼록 항상 조심히 안전하게 즐산하시구요^^ 조망간 산에서 뵐수 있을 듯 합니다^^ 감기조심하시구요^^ 매래치님^^글 잘 읽고 갑니다^^

profile_image

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정감 넘치고 아름다운 사진이 곁들여진 매래치님 산행기 접하니 따뜻함이 느껴집니다,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의 하루,함께한 피아골....좋은 추억으로 간직 할렵니다, 감사합니다,

Total 45건 3 페이지
  • RSS
산행후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열람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1897 2005-10-25
14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2799 2005-10-04
13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2768 2005-09-26
12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3326 2005-08-22
11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5063 2005-08-16
10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1864 2005-07-11
9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2152 2005-05-30
8 매래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 2005-04-26
7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3659 2005-04-06
6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1292 2005-03-30
5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1550 2005-03-14
4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2176 2005-03-06
3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1935 2005-02-21
2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2178 2005-02-14
1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2802 2005-02-0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