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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노라! 보았노라! 행복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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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승민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조승민 이름으로 검색
댓글 6건 조회 10,988회 작성일 2007-01-03 01: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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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 발 : 2006년 12월 31일 늦은 밤 11시 30분에
* 어디로 : 지리산 천왕봉을 향하여
* 날 씨 : 제법 착하고(기온이 마이너스 7도), 이쁨(해가 복스러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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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멎고(먹고?) 앳듼(애띈?)얼~굴~ 솟아~라~...
80년대 대학가요제 출신 그룹 마그마(보컬:조하문)의 '해야'라는 가요가 문득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노래다. 조하문 노래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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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을 30분 남겨놓고 부산을 떠났다.
버스 안 위성 TV를 통해서 2007년 정해년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이내 잠이 들었다.
잠시 눈 붙인 사이에 벌써 중산리에 도착했다.
예상 시간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다.
예상대로 산 아래엔 새해 해맞이 인파들로 재래시장이 명절 대목을 맞은 것처럼 붐볐다.
삥 둘러 서서 인원 파악을 하고 새해답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라는 인사말과 함께 일찍 출발하는 만큼 천천히 느긋하게 진행을 시작했다.

날시도 상쾌하고, 발걸음도 가볍고...
새해부터 국립공원 입장료도 없고... 기분 좋~다.
국립공원관리소에서 걸어놓은 현수막!
'2007년 새해부터 국립공원은 국민들 것입니다.'
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래 고맙다.
그리고
관리소 직원들이 모두 나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외친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반달곰 인형을 입은 분과 기념사진 한 장 찰칵!
또 조금 더 올라가니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가라고 확성기로 알린다.
관리소 직원들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드린다.
그렇게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도 든든 마음도 훈훈...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진행이 더뎌진다.
우려대로 정체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정체현상은 천왕봉 정상과 장터목 산장까지 계속 이어졌다.
천왕봉을 오르는 동안(장터목까지) 군데군데 결빙구간과 병목현상으로 일어나는 구간엔 관리소 직원들이 한 쪽엔 텐트를 쳐 놓고 우리들을 랜턴으로 비춰가며
밤새도록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맨트와 함께 친절히 안내를 했다.
정말 추운데 고생 많이 하시더라.
瀏린 기분이 흐뭇해하면서도 정체현상이 자주 생기니 사실 짜증도 났다.
사실 난 해 뜨는 거 보는 건 큰 관심 없다.
올라가서 있음 보고 아님 말고...
근데 막상 정상에 다가오면서 저쪽 너머에 처음엔 하얗다가 다음엔 노랗다가 자꾸 붉은 색깔로 변하면서 나중엔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달아오르는 모습을 보니 이 놈도 어서 그 놈의 해를 봐야겠다는 욕망이 마음 한 구석에서 자꾸 부채질을 하더니 이내 발걸음도 빨라졌다.
겨우겨우 쉴 틈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하여 기어코 정상에 다달았다.
도착 한지 채 1분도 되기 전에 해가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면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나온다. 나온다. 와~~~~"
나도 모르게 함성이 나왔다.
정말 아름답다.
정말 휘항 찬란 삐까 뻔쩍.
모두들 난리 부르스다.
저마다 새해 소망들을 빌었으리라...
근데 이 많은 사람들이 언제 다 올라 왔다냐?
천왕봉 전체가 사람들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다.

사랍들과 새해 덕담을 나누고 장터목으로 향했다.
장터목 가는 길은 응달이라 눈이 녹질 않아 등산로가 많이 미끄러웠다.
장터목에서 얼른 일처리(밥 먹는거)를 했다.
이 놈은 밥 먹는 작업이 가장 하기 싫고 귀찮은 일거리로 여긴다.
특히 겨울엔.
그렇지만 이 놈의 마음과 몸은 서로 의사가 틀리니 먹어야 살지...
조금의 타협도 없이 대충 어서 빨리 해결해 버린다.
장터목도 당연히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후미를 기다리다 이 놈의 급한 성격을 통제못해 백무동을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산 중턱 아래로 가면서 미끄러운 눈길은 사라지고 찰기 가득한 꼽꼽한 산길이라 이 놈 특유의 줄행랑 하산법으로 사진 찍으시는 대장님을 뒤로 한 채 냅다 달리다시피했다.
백무동 0.7km푯말을 지나치니 빗방울이 몰래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꼭 지리산이
"인간들아 이제 그만 어지간히 소란스럽게 괴롭히고 빨리 집에 좀 가거라"는 무언의 압박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기야 산도 특히 오늘 만큼은 고생 많이 했으리라.
내려오는 길에 어느 산꾼이 오늘 지리산에 6,000명이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 그래. 지리산 니도 오늘 마이 피곤할끼다. 욕 봤데. 미안하다.
다음에 또 올 때까지 단도리 잘 하고 있어라. 빠이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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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돌쇠네 가족 덕분에 쫄깃쫄깃한 절편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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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래치님의 댓글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승민씨 오랜만에 보는 듯 합니다.
지리산의 일출을 느낄 수가 있네요~
가까운 산에 오르자 도무지 해가 나오질 않아서 애태우다가 나온것이 흐리멍텅 온통 구름으로 아쉬움만 있었는데 ~
상세한 그날의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ㅎㅎㅎ~  1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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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u님의 댓글

maru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일출 산행후기 즐감하고 나갑니다 ^^ 캄솨합니다. 조승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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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대장님의 댓글

감자대장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올해는 조승민씨 산에서 시작했으니 산에 많이 가겠네요ㅋㅋㅋ 저도 산에서 많이 뵙도록 노력할께요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좋은하루되시구요 항상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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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님의 댓글

튼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누구나 잊지않고 때마다 찾아주는 것은 매력이 없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곳에서 나만이 독차지 하고 싶다.

헌년 버리고 새년 맞이할 때
헌년 버리는 것이 죄인듯하여 내내 용서를 빌었다.

헌년님!
지난 한해 불성한 이 놈을 용서하시고 새년엔 쭉쭉빵빵,삐까뻔쩍 새년을 보내주시옵소서!

하고 열라 빌었다.

 
비슬산 대견사지에서 옆에 집사람과 애들을 옆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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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님의 댓글

포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일출을 멋지게 보시고 오셨네요^^ 좋으셨겠습니다^^덕을 많이 쌓으셨나봐요^^
감자대장님 말씀처럼 보기 어렵다는 천왕봉일출 그것도 새해 일출을 보셨으니
올 한해 산으로 많이 달리셔야겠습니다^^
힘들게 오르셔서 뿌듯하니 해님도 보시고 2007년 금돼지띠니 복 많이 많이 받으셔요^^
건강하셔서 좋은 모습으로 자주 뵈어요^^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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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님의 댓글

지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귀차니스트님^^*
시작이 좋은듯 합니다^^*
새해에도 즐산하시옵구...언제나 행복하시길..^^*요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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