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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땅 진도! 동석산 기암절벽 등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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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승민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조승민 이름으로 검색
댓글 7건 조회 2,513회 작성일 2009-04-28 22:10:05

본문

* 언 제 : 2009년 4월 26일(일)
* 어 디 로 : 진도 동석산(240m)
* 산행 코스 : 종성교회 - 178봉 - 칼날능선 - 동석산 - 가학재 - 셋방마을
* 산행 시간 : 5시간


기적의 땅! 신비의 바다! 진도를 간다.
근데 많이 멀다.
그래도 가고 싶다. 꼭!

길고 지루한 이동거리를 이기려 단단히 마음을 먹고 버스 안에서 잠을 청한다.
전날부터 눈물겹게 노력한 덕분에(일부러 잠을 두 시간 밖에 자질 않았다. 차에서 실컷 자려고)
금방 진도대교 아래 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 바라 본 진도의 풍경은 이 놈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바닷바람에 날씨는 꽤 쌀쌀했으나 진도 땅을 밟는 설래임으로
이 놈의 흥분된 마음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진도를 본 첫 소감이다.

다리난간 위 거대한 아치형으로 칼라풀하게 잘 지어진 진도대교를 건너
본격적으로 진도에 입성한다.
진도에 들어서면 우선 우리나라 토종 명견인 '진돗개' 짓는 소리로
온 마을이 개판(?)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이 놈의 짧고 단순한 예상과는 달리
아무리 눈을 비비고 살펴봐도 그 흔하디 흔한 변견 한 마리 돌아 다니질 않는다.
너무 조용하다.
뭣시여 시방 여그가 진도가 맞다고라고라?
간혹 '진돗개 혈통보존지역' 이라고 쓰여진 조그마한 팻말이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휙 지나며 보인다.

5시간의 긴 이동 끝에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다.
여느 시골마을과 마찬가지로
이 곳 또한 평화롭고 조용하다 못해 적막이 흐를 정도다.
진행한다.
어디로? 산으로...
산행의 시작은 푸른 숲 사이를 가르는 평범한 산길이다.
얼마 가지 않아 숲 사이로 하늘이 열리고
우리 앞엔 봄 햇살에 비친 하얗고 거대한 바윗 덩어리가
긴 밧줄 하나 달랑 내려 놓은 채 올라 오라는 듯 떡 하니 버티고 있다.
거의 수직에 가깝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밧줄 하나로 온 몸을 의지한 채 살기 위해 오른다.
이 표현이 적절하다. 정말 살기위해 올랐다.

암릉의 표면은 조개껍질 처럼 매우 거칠고 칼날처럼 예리했다.
약간의 스침으로도 짧은 상의를 입은 이 놈의 여린 양팔은
어느새 지그재그 붉은 빗살무늬로 변해 버렸다.
검은 복면의 쾌걸 조로한테 채찍을 맞은 느낌이다. 따끔따끔.
허나 그 불쾌감도 잠시,
시원한 바람과 함께(솔직히 조금 추웠어요) 멀지 않은 발 아래에는 심동리 마을이,
오른편 저 멀리에는 가운데 동그란 홈이 푹 파인 중업바위가 눈에 확 들어오고,
그 뒤로 하얀 봉암 저수지가 수줍게 살짝 내비친다.

점심식사는 조금 편안한 곳을 찾느라,
그리고 또 밧줄타느라,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갖 용(?)을 다 쓰다보니
배가 고플 여유도 없어 조금 늦게 먹는다.
주위 애주가 분들도 이번 산행은 위험구간이 많아
술을 가져 오셨음에도 쉽게 드시질 못하고
밥 한 술 뜨고 술병 한번 쳐다보고, 또 밥 한술 뜨고...
원치 않은 자린고비(?)를 몸소 행하시더군요.

식사 후 또 진행한다.
스파이더맨이 되어 네 발로 걷다가,
쓰다덤으면서 가다가, 때론 바위를 한껏 안고 간다.
동그란 링을 잡고 오를 땐 마치 체조선수 같은 느낌!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날카롭고 초슬림하게 생긴 칼날 능선!
칼날능선에서는 무속인이 작두를 타듯 능선 끝을 훨훨 걷고 싶었으나
바람도 많이 불고 신내림을 받지 못한 이 놈으로서는
결국 우회를 하는데 우회로 또한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220봉을 지나 동석산 주봉...
정말 이렇게 원 없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양다리가 떨리고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도록 온 몸으로 사랑해보기는 처음이다.
미워도 꼬옥 껴 안으며 죽도록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동석산이여~

그래도 봄은 온다.
힘들고 험한 릿지산행을 끝내고 암릉지대를 완전히 벗어나
조금은 수월하게 능선을 밟는다.
본래 산행계획보다 조금 더 진행을 하여 작은 애기봉을 지나고,
나무 시설물이 있는 큰 애기봉에서 마지막 전망을 보고 하산을 한다.
이미 계획보다 많은 진행으로 해안선 끝까지 종주를 하다시피 산행을 마감하였다.
해안선을 따라 차지한 한적한 도로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다도해의 절경을 눈으로 즐기는 맛!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보는 종주자들만의 보너스!!

버스에 올라 타 또 다른 목적지인 신비의 바닷길로 고고씽~
이 곳은 많은 인파들로 붐비며 축제가 한창 뜨겁다.
실로 이 놈의 작은 눈 앞엔 수 킬로미터의 바다가 갈라져
길게 갈라진 바닷길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이놈도 인파 속을 파고들어
카리스마 넘치는 명화 [십계]의 주인공 찰튼 헤스튼처럼
꼬부랑 지팡이를 들고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갈라진 바다 사이로 가로지르며
현대판 '모세의 기적'의 퍼포먼스를 행했다.
나름 산뜻~

이젠 먹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조선시대 최고 진상품 '진도 홍주' 와 제철맞아 오동통하고 쫄깃한 갑오징어와 함께...

대동여지도로 잘 알려진 조선후기의 지리학자 김정호 선생께서
진도 홍주의 붉은 빛을 두고,
" 홍매화 떨어진 잔에 봄눈이 녹지 않았나 싶고,
술잔에 비친 홍색은 꽃구경 할 때 풍경이로다 " 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전국 각지의 전통주를 즐겼던 김정호 선생처럼
미천한 소생이지만 이 놈 또한
전국 각지의 산을 다니며 전통주를 즐기니그 무엇이 부러울꼬!
자연을 느끼고, 볼거리, 먹거리, 기적까지 체험하니
이 어찌 아니 흥겨울 수가 있겠는가?
흥겨움에 젖어 끝으로 '진도 아리랑'을 불러본다.

~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에~에에~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얼쑤~

조승민님 당신을 진도 홍보대사로 임명합니다. 꽝꽝꽝 ~
참 쉽죠잉? ㅎㅎ
끝.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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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님의 댓글

걸어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후미에서 가신다고 고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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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래치님의 댓글

매래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ㅋ~승민씨 재밋었겠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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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대장님의 댓글

감자대장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후미에서 저때문에 조금 고생하셨죠 ....그래도 좋은경치 좋은공기 참 좋았읍니다
좋은하루되시구요 행복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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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둘분님의 댓글

한둘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상세한 산행후기 덕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산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네요 잘 정리된 글 잘 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쭉~~~~~올리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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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진도 홍보대사+동석산 알림이 님으로 위촉함이 마땅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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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님의 댓글

다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진도 홍보대사님~~산행기 맛깔스럽습니다...
홍주....비록 맛으로는 즐기지는 못해도
눈으로 감상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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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석님의 댓글

정의석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진도 동석산과 신비의 바다 눈에 선 합니다. 정말 감동스런 산행후기 입니다.
덕분에 이렇게 멋진 여행을 함께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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