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안개등을 켜고 봐도 팔영산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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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일욜 아침!
시민회관을 향한 차창엔 우려했던 봄비가 뿌리기 시작한다(07:10) 지금부터 햇님 볼일 없구나. 그럼 아름다운 상상의 여행을 떠나자!...설렘속에 만나러가는, 기다리는 ㅇㅇ친구와 함께...한산해져버린 시민회관의 풍경을 뒤로 한 채 "산 참 좋아하시는 25명의 회원님"만 모시고 전남 고흥 팔영산을 향하여 부릉부릉...(08:00)
김 서려있는 차창을 휴지로 열심히 닦는다. 젖은 차창을 내다본다. 바깥은 안개속에 푹 잠들어 있는 풍경이다. 수묵화를 보는 기분! 가히 환상적이다. 그래! 난 오늘 저 그림에 푹 빠져보자! 이 고운 아침에 눈길 줄 곳 너무 많다는 거 아마도 몰랐을거야... 촉촉한 아스팔트도 아름답기만하구. 남도의 오는 봄 맞고 싶어서 차는 숨이 차도록 달린다.
어느덧 문산휴게소다.(09:25) 화장실은 초만원이다. 어느 님 말씀. 노인뒤엔 줄서지 말란다. 철부지 옵빠 동기생(?)님들은 피해 재빨리 줄섰다. ㅎㅎ..... 줄 못선 남정네들은 비 내리는 노천변소로(?) 나가란다.
문산에서 휴식중 꼬마회원님(?)을 만났다. 함께한 어머님은 안보이시고 뒷좌석 이쁜이모가 지난번 무박산행한 달마산에 온 꼬마라고 귀띔한다. 내 늦둥이(5학년)생각나서 어찌나 용기가 대단해 보이는지? 벅찬 가슴 억누를 길 없다. 몇학년이니? 하니 3학년 10살이란다. 오늘 고생 좀 해야겠는데... 하필이면 산정에서 2번째 찾은 산도 험한 바위산일까?... 저 녀석은 산은 온통 바위로 만 된 산만이 있는 줄 여기겠는 걸하고 걱정이 미리 앞선다.
아침이슬 같은 비님(?)의 속삭임이 추운 겨울을 이겨낸 들풀 위에 사랑을 심어주나요? 비는 하염없이 대지와 입 맞추고 있고 그 대지는 사랑을 잉태하여 봄의 새싹을 쑥쑥 뻗어나게 하는가보다. 오늘 팔영산에서 새로운 봄을 맞이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닌 것 같은 예감이든다.
그러나 봄의 향연에 취해 베시시 미소짓는 목련, 노오란 산수유, 하이얀 매화들이 즐거운 것 같아보여 봄비에 감사도 해본다. 모든 새싹들에겐 양식 같은 봄비이지만, 봄·바·람 나서 이 곳까지 온 나에겐 도착할 때쯤 걱정거리로 둔갑한다.
고흥 농협주유소(11:35∼11:45)지나 우리기사님 오늘 손수 멘트는 참 잘도 하셨는데 길눈이 진짜로 넘 어둡다. 그동안은 능가사에서 정상(1∼8봉)까지 다녀오는 원점회귀산행이 있었는데 올해는 보다 좀 좋은 코스로 안내하기 위해서 산행대장님 물어물어 발품 열심히 팔면서 뛰어 다니신다.
무척이나 헤매고 헤맨 후 우리가 찾는 강산리 곡강초등학교(2002. 9월폐교) 앞에 도착했다.(12:31) 또 산행 들머리 못 찾아 고추먹고 맴맴하다가 초등학교 좌측 100m전에서 산행이 드디어 시작된다.(12:55)
여기서 초보 회원님 5명이 하산시간에 못 맞춰 민폐(?)끼칠까봐 능가사에서 원점회귀 산행하실려구 하산지점으로 향한 버스에 다시 몸을 싣는다. 이제 21명의 회원님이다. 가랑비속에 땀흘리며 약 20분쯤 숲속 소롯이 난 산행로를 오르니 강산폭포 앞이다. 여기서 오버트라우져 윗옷·비옷만 걸치고 대부분 후끈함에 옷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숨고르기를 약 5분간한다. 저는 노란비닐 비옷 꺼내 오늘의 특별회원 꼬마 어머님께 드리고...
좁은 소로, 너덜, 큰 암반길... 빗물에 젖어 미끌미끌한 이 길... 조심조심 밀고 당기고 약간의 휴식도 취하며 오르다보니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다.(13:55) 다행히 비가 잠시 멈춰 여기서 옹기종기 모여 함께 둘러앉아 라면도 끓여가며 맛있는 점심식사를 한다.(14:20분까지)
식사중 단연 꼬마가 최고 인기다. 햐! "우리아기 장하다"라고 감탄사를 연신 하는데... 당당히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아기가 어찌 산을 올라 오느냐구요??... "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그래 '맞습니다 맞고요'다. 대한민국 최고의 새싹둥이 씩씩한 어린이 손영훈군으로 불러야 함을 어른들이 반성한다.
그리고 또 밝히는 것은 그 녀석 참 효자다. 뒤에서 제 어머님이 약간만 미끄러지면 "어머니 괜찮으세요"를 연발하며 한없이 어머님 걱정하면서 뒤를 꼭 지켜보고 혼자 그냥 가지를 않는다. 참! 자식농사 멋지게 지었구나하고 속으로 영훈이 부모님이 부럽기 그지없다.
이후 산정님들, 안개여! 차라리 나를 삼켜라... 팔영의 세상은 모두 감추어버렸고 미궁 속으로 가두어버렸나? 시계제로 상태의 눈앞엔 촉촉이 젖은 거대한 바위덩어리만 남고 내눈엔 안개등을 켜고 아무리봐도 팔영산은 찾을 길 없다...
오늘의 행복은 이렇게 일직선상으로 엉금엉금 기고 걷는 것인가? 거친 숨소리 곱게 접고, 한치의 이탈도 허용치 않고 등골이 오싹한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 모두 한마음되어 밀고 당기고... 산행대장님은 씩씩한 영훈이를 가까이서 보호하면서 책임감에 불타시고... 오늘은 안개가 우리가 봐야할 권리를 완전히 강탈해간 느낌이다. 참으로 야속하다.... 안개속 나뭇가지 위에 오늘 내 작은꿈은 걸쳐두고 내려가련다...오호,애재라...
암릉길 끝! 작은 표지석이 나타났다. 선녀봉(518m) 제 10봉이라고... 이때 시계를 보니 14:50분이다. 모두들 어리둥절 한마디씩 한다. 8영봉에 왠 10봉이라니?...이제부터 젖은 낙엽 밟으며 육질의 평범한 산길이다. 이정표가 첨 나타났다. 옥녀봉(0.8km) ← 현재위치 → 성주봉(0.3km)라고, 현재위치에서 좌측으로는 →휴양림(0.7km)... 우린 성주봉을 향하여 고(go)다.(15:18)
이 후론 큰 바위 밑엔 잔설도 약간 남아있는 모습도 있는데... 갑자기 이정표에서 2봉이 나타난다. 도무지 헷갈린다.(이제 생각하니 방금 걸었던 길이 암봉을 피한 안전한 우회도로로 추측됨) 아! 안개속 미로를 헤메고 있는 이 기분! 짙은 안개에 휩싸여있는 이 산의 얼굴을 끝내 보지 못하고 뱅뱅 돌아서 하산한다.
선두 박ㅇ태 대원님과 함께한 회원님은 다시 8봉을 향하여 떠났다네.... 우린 휴식 후 사진 찰칵하고 무조건 하산한다. 지금까지 타 산악회팀을 오늘 한명도 본적이 없었는데, 여기서 첨 만나 인사도 나누면서 진창길이 되어 버린 지루한 하산길 조금 느긋하게 한발한발 걷다보니 어느덧 산행종료지점 능가사에 도착했다. (16:44)
무사산행 고마워 부처님을 옆문으로 살짝 뵙고 합장 한번하니 오늘 정말 허무했던 산행끝이다! 이후 대형 주차장 한켠에서 훈훈한 시골할머님의 인심 덕분으로 뜨거운 불 피워 젖은 몸 말리며 하산주 파티가 푸짐하게 펼쳐진다. 막걸리+쇠주에다 이 총무님께서 즉석 가오리 회무침으로 허기진 입맛 얼큰하게 돋구고... 취기 좀 올라 능가사 출발(17:39)→섬진강 휴게소(19:20)→시민회관도착(21:39)
※오늘 참여하신 회원님, 마음 조였다 풀었다. 정말 정말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멋진 우리의 꼬마 마스코트 영훈이도 수고 참 많이 했데이...친구들은 컴퓨터게임이나 T.V보고 있을텐데,참 장하다.장차 꼭 훌륭한 사람 되리라 믿는다...
그럼 회원님 담에 뵈올 때까지 부디 옥체 보존하시옵소서...
댓글목록
철부지님의 댓글
철부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안개와 구름과 그림자만 보셨다구요, 그래도 행복한 하루를 씩씩한 우리들의 새싹과 함께 하셨네요. 부릅습니다. 소유한 다리 모두모두 힘 바짝올려 "사량도"에 다녀 올려 했는데, 오늘 철부지 옵빠는 죽음을 선고 받았습니다. 요추 4번 5번이 제구실을 못하게 생겼다네요. 나 참 더러바서. 높은 산 오르지 마라, 헬스 하지마라, 스트래칭 조차도 하지마라.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것 모두를 금지하니 이것이 바로 죽음 아니겟슴둥. 산정인님, 박사님, 걸어서 하늘까지님, 저니님, 로저님, 유니님, 마스코트님, 임미선님, 김숙희님, 그리고 모든 산정님들..... 제 몫까지 보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모두 모두 건강 하---이---소. 철부지 옵빠 드림.
박사님의 댓글
박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철부지 옵빠!!아니 ㅇㅇ을 선고 받았다니 이렇게 황당하신 말씀을 맘대로 하셔도 됩니까?고통은 정신의 양식인데..어찌? 난 형님의 어려움도 모르고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을 철부지옵빠님을 비유해서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은유시인 휴내 한번 내다 그만 폐(?)를 끼친점 사려깊지 못한 이 못난 동상을 용서하옵소서.그리구 행님!'한가한 마음이 가장 큰 즐거움이답니다'하루라도 마음이 맑고 한가롭다면 그 하루동안은 신선이 된답니다.항상 주의하시구 건강챙기셔서 부디 건강하신 용안 다시 뵈옵기를 기도하렵니다.성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