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명 프랑스 몽블랑 등반후 하산하다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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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전경. 뒤쪽 흰 봉우리가 정상이다. 붉은 선은 인테그랄리시마 능선. 사진 폴란드 등반가 필립 바비츠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807m)을 등반하다 조난한 한국인 2명이 연락이 끊긴 지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9월 10일(현지 시각)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프랑스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1시15분께 몽블랑 정상에서 100m 떨어진 경사면에서 한국인 시신 2구를 발견했다. 이들은 각각 50대 남성과 40대 여성이다. 부산의 모 산악회에 소속인 이들은 등반 뒤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들과 함께 실종됐던 이탈리아 산악인 2명 역시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7일 샤모니 산악구조대(PGHM)는 몽블랑 정상에서 등반 중인 세 팀이 조난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2명씩 구성된 한국인 두 팀(총 4명)과 이탈리아인 한 팀(2명)이었다. 한국인 2명으로 구성된 팀은 조난 이튿날 오전 해발 4300m에서 헬기로 구조됐지만 기상 악화로 다른 팀들은 구조가 불가능했다. 결국 악천후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추측된다.
사고를 당한 이들은 등반 베테랑이다. 20년 이상 종주산행∙암벽등반∙빙벽등반∙고산등반을 해온 이들로 등반능력이 부족하여 사고를 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오랫동안 두 사람을 봐왔던 부산 지역 등반가들의 말이다. 더불어 "산악회의 살림꾼이자 힘 좋고 성격 좋은 등반 파트너였다"고 숨진 50대 남성을 추억했다.
한국 등반팀은 전체 7명이 알프스를 찾았으며, 이중 일부는 그랑조라스(4,208m) 북벽을 완등 후 하산했다. 이들 중 한 명은 몽블랑 등반에도 참여했으며, 브렌바(4,300m)에서 헬기로 구조되었다. 사고자들은 소위 ‘쓰리몽 루트’라 부르는 긴 코스를 택했다. 몽블랑뒤따귈(4,248m)~몽모디(4,465m)~몽블랑(4,807m)~돔뒤구테~구테산장(3,817m)을 잇는 ‘몽’자를 이름으로 쓰는 3개 봉우리를 넘는 코스라 한국 등반가들은‘쓰리몽’이라 부른다. 구테산장에서 정상을 다녀오는 최단 코스 대신 더 어려운 코스를 택한 것.
대부분의 등반팀이 밤 12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출발하여 오전 10시쯤 정상에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9월 7일 토요일 새벽 코스믹산장(3,625m)을 출발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정상 부근에서 악천후로 인해 진행이 어려운 상황을 맞았고, 샤모니 산악구조대에 구조 요청을 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구조대도 수색에 나섰으나 악천후로 접근에 실패했다고 한다. 헬기가 접근 할 수 없는 날씨가 이어졌고, 다행히 한국의 한 팀은 4,300m 지점인 브렌바 부근에서 구조되었다.
알프스 4,000m 이상 봉우리 82개 중 44개를 등정한 알프스 전문 등반가 이진기씨는 “알프스 4300m와 4800m는 날씨가 급격히 다를 수 있다”며 “구조 헬기는 악천후 속에서도 잠깐 틈이 생길 때 빠르게 조난자를 이송해온다”고 밝혔다. 몽블랑 정상을 20여회 오른 경험이 있는 그는 “올해 몽블랑에서만 프랑스인, 독일인, 루마니아인, 폴란드인, 한국인까지 12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알프스 전체로 따지면 매년 평균 300명이 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기에 낙석과 눈사태가 늘면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 등반팀이 유별났거나 안전을 무시한 것이 아닌, 고산등반에서 예상 못한 악천후로 생길 수 있는 일반적인 사고라는 것.
몽블랑 정상을 세 번 등정한 한국등산학교 한필석 교장은 “몽블랑은 날씨만 좋으면 백두대간을 완주한 체력 좋은 산꾼도 오를 수 있는 산이지만, 악천후에는 세계적인 등반가도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곳”이라며 “등반지로 인기 있는 산이지만 감춰진 위험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몽블랑 정상이 막상 오르면 허망할 정도로 운동장마냥 펑퍼짐한데, 여기서 눈보라로 화이트아웃 상태가 되면, 방향 감각을 잃고 속수무책이 된다”며 “한여름에도 기온이 뚝 떨어져서 저체온증이 되기 쉽다”고 몽블랑을 찾는 산악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랑스 산악구조대는 사망자들의 시신을 인근 장례업체에 인계한 뒤 이들과 함께 프랑스를 찾은 일행을 통해 신원을 최종 확인할 방침이다. 한국 대사관은 사망자들의 유족에게 시신 수습 사실을 전했고 추후 필요한 절차를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의 산악회 관계자는 월간<산>과의 통화에서 “대책반을 꾸리고 현지 대원들과 연락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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