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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돌아보기]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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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866회 작성일 2005-04-02 12: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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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찬사 듣는 4일간의 트래킹 루트

밀포드 트랙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이라 표현되는 최고의 산행 코스로, 뉴질랜드 남섬의 서남쪽의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에 자리 잡고 있는 트래킹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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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정에서 보는 클린턴 캐년. 피요르드 지형의 웅장함이 대단하다.

밀포드 트랙은 총길이 53.5km의 3박4일 코스로, 전 코스에 걸쳐 얼음 같이 차갑고 깨끗한 물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며 반기는 산새들, 그리고 수정 같은 강물과 송어, 구름다리가 있다. 그리고 무려 580m 길이의 서덜랜드 폭포(Sutherland Falls)의 장쾌함과 빙하에 의해 깎인 피요르드 계곡, 야생화의 은은한 향기까지 모두 맛볼 수 있다. 세계유산지역(World Heritage Area)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아름다움을 글과 사진으로 온전히 표현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루트 상 최고 높이는 1,100m밖에 되지 않아 등정의 성취감을 좋아하는 분들은 쉬운 코스라 생각하고 시작한다. 물론 위험한 길은 아니어도 그 환경의 다양함과 난이도는 가히 예술적이다. 코스에서는 반드시 3박4일을 머물러야 하고, 코스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도 안 된다. 개인 여행자는 하루에 40명만 허가하기 때문에 약 5개월 정도 전에 산장을 예약해야만 입산을 허락받을 수 있다.

트랙에서 캠핑할 수 없고, 당연히 텐트를 사용할 수 없다. 입산시 가져가는 쓰레기는 100% 회수해서 나와야 한다. 트랙 끝부분에 있는 밀포드 사운드는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다. 가볍고 질 좋은 방수투습성 비옷은 필수. 신발도 가벼운 운동화나 샌들 한 켤레 정도 더 가져가는 것도 좋다.

우선 테아나우(Te Anau)에 최소한 하루 전에 도착하거나,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은 퀸스타운에서 머물다가 12시 정도까지는 테아나우에 가야 한다. 이곳에서 빠진 물건을 체크한 후 입산 티켓을 확인해야 한다. 이 트랙에 관련된 기상과 각종 정보를 테아나우의 인포메이션센터에서 제공하며, 혹시나 준비하지 못한 물건은 현지에서 어렵지 않게 대여 혹은 구매할 수 있다.

음식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가벼운 건조식품으로 하루치를 추가로 더 준비해야 한다. 또한 배낭 속에 물건은 라이너(Liner?방수용 질긴 비닐봉투)로 싸넣어야 침낭이나 식량이 퍼붓는 비에도 젖지 않는다. 음식물은 주로 뉴질랜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택했다.

이번 여행은 산을 좋아하는 부산 등산인들의 모임인 숭악회원들과 함께 했다.

첫날 : 테아나우호수~클린턴 헛(Clinton Hut) 5km

아침 늦게 출발한 우리는 모스번에서 푸짐한 브런치를 먹었다. 햄버거와 닭튀김, 우유, 커피로 먹은 약간 느끼한 음식이지만, 산행 전에 먹기에 이만한 음식은 없다.

테아나우에 있는 자연보호국 사무실에서 트랙 시작점까지 갈 버스와 배편, 그리고 트랙 끝에서부터 다시 돌아오는 배와 버스를 예약했다. 간단하게 슈퍼에서 이동식을 산 후 모두 오렌지 주스를 한 병씩 들이킨다.

우리 차는 테아나우 호수를 가로질러 밀포드 트랙의 입구로 갈 배가 출발하는 테아나우 다운(Down)으로 간다. 표를 확인한 후 배낭을 실은 후 드디어 출발. 1월이라 한여름인데도 산 위쪽에는 눈이 수북하다.

남섬에서 가장 큰 테아나우 호수는 최고 수심 400m, 호수 주변 총연장 500km에 육박하는 엄청난 호수다. 맑은 물 위에서 배낚시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바다 같다. 1시간 이상 가서 드디어 도착한 곳이 밀포드 트랙의 시작점이다. 오후 3시13분 도착, 이곳에서부터 53.5km 후에나 도착지점이 나온다.

배는 클린턴 강의 하구에 닿는데, 강물의 색이 엷은 홍차색이다. 이것은 땅에서 탄닌이라는 색소가 배어 나왔기 때문인데, 홍차 색을 내는 것과 같은 성분이다. 이러한 색은 땅에 영양이 많고, 산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엄청난 양의 비치(beech?너도밤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밀포드 트랙의 울창한 숲은 그 바닥마저도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우거진 숲의 바로 밑에는 조그만 난이나 양치식물들이, 그리고 그 밑에는 이끼류가 붙어 있어 온통 녹색으로 어우러져 있다.

약 2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글레이드 하우스가 나온다. 이곳은 조금 더 많은 비용을 내고 가이드와 함께 등산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경험이 많지 않거나 단독 산행을 원하는 사람은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글레이드 하우스를 지나니 첫 구름다리가 나온다. 구름다리를 지나 본격적인 숲길로 들어가니 아름다운 클린턴 강과 송어떼, 다소 습한 길이 이어진다. 나무에 가득 붙은 이끼를 보면 뭔가 썩는 냄새가 날 것도 같은데, 맑고 신선한 공기는 오히려 박하 향이 나는 듯하다.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첫 숙박지인 클린턴 산장이 나온다. 산장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팬테일(Fantail) 새가 반긴다. 산행 중간에 몇 번은 만날 이 새가 주위로 가까이 한다는 뜻은 주위에 샌드플라이라는 벌레가 득실댄다는 뜻이기도 하다.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사람을 괴롭히는 벌레 샌드플라이(Sandfly)는 밀포드 트랙에서 가장 깊이 기억에 남는 놈이기도 하다.

뉴질랜드 남섬의 서부 여행에서 샌드플라이에 대비하지 못하면 여행은 짜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곳에 대한 여신의 질투의 대가로 뿌려진 것이라고 마오리 전설에 전한다. 마오리 말로는 나무(Namu)라고 한다. 2m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날벌레로 피하기가 어려운데, 물린 뒤 가렵더라도 절대 긁어서는 안 된다. 긁으면 가려움이 거의 한 달은 가기 때문이다. 살갖이 검은 사람과 습하고 따듯한 기온을 좋아하는데, 특히 종아리와 허벅지를 잘 문다. 이놈들과 싸우기 위해 벌레 쫓는 스프레이(Repellent)를 미리 준비해서 트래킹 내내 피부에 뿌리며 다녀야 한다.

산장 근처에는 수영하기 알맞은 물웅덩이가 있다. 또한 바로 옆 습지 위로 길을 낸 간단한 산책 코스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습지를 싫어하지만, 이러한 습지는 자연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습지는 일종의 거대한 스폰지 역할을 해서 홍수 시즌에는 홍수를 막아주고, 가뭄 때 서서히 물을 배출해 주는 좋은 저장고 역할을 한다. 또한 습지에만 사는 특별한 곤충류와 풀들이 있어 자연생태계에 더 없이 중요하다.

저녁식사로 가져온 스테이크를 먹었다. 첫날 걷는 길이가 길지 않기 때문에(약 5km) 무게를 감수하고라도 스테이크와 과일을 가져올 만하다. 산장에서 가스레인지가 제공되므로 짐이 한결 작다. 산장에서는 매트리스가 제공되며, 날이 추울 때에는 난로를 켜준다. 저녁 7시경에 산장지기가 산장티켓을 검사하고 주의 사항을 알려준다.

가져온 촛불을 켜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삼삼오오가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해도 모두가 친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우리는 독일에서 온 커플과 자리를 함께 했다.

제2일:클린턴 산장-민타로(Mintaro) 산장 16km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트래킹이 시작된다. 일행은 30대부터 정년퇴직을 하신 분까지 함께 왔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했다.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지만 수세식 좌변기라 깨끗하다. 뜨거운 물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샤워는 할 수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을 서두른다. 숲속의 전 구간에서는 새들이 가득 해서 트래킹 하는 동안 내내 새소리가 들려온다. 새들의 먹이인 샌드플라이가 가득 있으나 샌드플라이의 먹이(?)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으므로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샌드플라이가 어김없이 달려든다. 샌드플라이는 좋은 날씨를 만난 대가이기도 하다(샌드플라이는 비 오는 날에는 없다).

길은 계곡으로 나 있고, 좌우에는 해발 2,000m에 가까운 산들이 빙하에 의해 깎여 직벽처럼 서 있다.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산꼭대기에서 여러 개의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오고, 눈에 보이는 모든 물은 수정같이 맑고 깨끗하다.

점심때가 되어서 길 오른쪽으로 흐르는 개울가에서 물을 끓였다. 물은 당연히 개울물을 퍼서 그냥 마신다. 라면의 매콤한 냄새에 배고픈 속이 견디기 힘들어한다.

점심식사 후 충분한 휴식을 한 다음 한참을 가니 버스정류장(Bus Stop)이 나온다. 이름만 버스정류장인 이곳은 정류장이 생긴 이래 한 번도 차가 도착하지 않은 정류장이다. 조그만 정자각만 하나 있고, 엉덩이를 걸치고 앉을 수 있는 긴 나무의자가 놓여 있다.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어떻게 비도 오지 않는 산꼭대기에서 물이 떨어지는가 하는 의문이 풀린다. 한여름인데도 쌓여 있는 눈이 녹으며 큰 폭포를 수십 개 만든다.

작은 개울과 물을 건너 숲으로 들어가니 닭 만한 새 한 마리가 우리 앞을 막는다. 웨카(Weka)라는 새로, 키위와 닭의 중간 모양으로 생각하면 된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잠시 쉬기 위해 내려놓은 배낭 위에는 로빈(Robin)이라는 새가 앉아 불과 1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물끄러미 쳐다본다(실제로 이 작고 귀여운 새는 사람에게 관심이 매우 많다).

계속해서 걸어 오후 3시경 오늘의 숙박지인 민타로 산장에 도착했다. 오늘 걸은 총거리는 16km로, 초반은 완경사 오르막이지만, 마지막 2~3시간은 상당히 경사가 심했다.

산장에서 보는 주변 모습은 절경 그 자체다. 이 산장은 풀 한 포기 없는 거대한 암벽의 산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어서 아무리 심한 폭풍이라도 범접할 수 없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산꼭대기에서 흘러내린 듯한 한기가 땀에 배인 몸을 서늘하게 식혀준다. 이 산장에는 신발을 밖에 놓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쓰여 있다. 키아(Kea)라는 커다란 앵무새가 신발이나 양말을 물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은 뉴질랜드제 동결건조식품에 물을 부어 먹는다. 끓는 물을 부어 약 10분 정도 두면 멋진 저녁식사가 된다. 모두가 피곤했는지 저녁 8시 즈음부터 잠들기 시작한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일행인 김덕환씨와 함께 산장 밑에 있는 민타로 호수에서 멱을 감았다. 얼음처럼 찬 물이어서 10초도 물속에 머물기 어렵다.

제3일:민타로산장-덤플링(Dumpling) 산장 15km

새벽 5시부터 날아온 짓궂은 키아 떼가 산장의 양철지붕 위에 올라가 못을 뽑으며 시끄럽게 우는 바람에 산장의 모든 사람들이 새벽같이 일어났다. 새의 울음소리를 들어보면 왜 이름이 키아(Kea)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바로 "키-아, 키-아" 하고 울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가려고 밖에 나갔더니 거의 20마리가 넘는 커다란 녹색 앵무새들이 산장 주변에 가득 있다. 녀석들의 소음에 새벽 단잠을 포기한 사람들이 새 주위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한여름인데도 아침이 매우 차다. 오늘은 매키논 패스(Mackinnon Pass), 즉 이번 트래킹 코스에서 가장 높은 곳을 지난다. 30분 정도 평지와 몇 개의 다리를 건너가면 바로 앞에 벼랑 같이 높은 벽이 나온다. 여기에 길이 있을까 싶은 절벽에 오르기 위해서는 모두 11번 지그재그로 꺾인 길을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면 갈수록 햇빛과 구름, 하늘과 눈이 어우러진 황홀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무숲은 보이지 않고, 독특한 고산식물들만이 나타난다.

산 위에 올라가니 여기저기에 작은 연못(tarn·산 위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웅덩이)이 있다. 이곳의 높이는 약 1,100m밖에 되지 않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의외로 일기와 시계가 매우 좋아 정상에서 보이는 아름다움에 모두 배낭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는다. 주변에 보이는 발론(Ballon) 산과 젤보이스 빙하, 그리고 거대한 빙하가 만들어놓은 클린턴 캐년(Clinton Canyon)의 모습은 ‘신이 만든 작품’이다. 이곳에 1888년 이곳을 최초로 지난 탐험가인 퀸틴 매키논을 추모하는 기념비가 서 있다.

계속 오르막이어서 그런지 12시가 되지 않았는데 벌써 배가 고프다. 산 정상부를 지나 조금 내려가자 매키논 패스 쉘터라는 간이대피소가 있는데, 여기에 가스레인지와 물이 준비되어 있다.

대피소 바깥의 작은 평지에서는 클린턴 캐년 풍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야생화가 가득 피어 있고, 이 야생화 가운데 앉아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간단한 차와 빵으로 끝내는 이곳 문화에 비해 번거롭지만, 이런 아름다움 속에서 먹는 따끈한 국물 맛은 기막히다. 매콤한 냄새에 주위의 부러워하는 시선이 관자놀이로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오늘 도착할 덤플링 산장까지는 내리막만 남아 있다. 맑은 하늘에 천둥치는 소리가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건너편 산봉우리에서 산사태가 나고 있다. 규모면에서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 데 모아진다.

내려가는 길은 나무로 만든 계단과 보드워크로 이루어져 있고, 아름다운 폭포들과 깊은 계곡이 많다. 다리가 약간 풀릴 즈음 바로 퀸틴 산장에 다다랐다. 이곳은 가이드와 함께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이곳에 배낭을 두고 높이 580m의 서덜랜드 폭포를 보러 간다. 힘든 상태에서 추가로 왕복 1시간30분을 걸어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500m가 넘는 폭포의 굉음이 폭탄 터지는 소리 같다. 주변은 물보라로 모두 젖어 있고 3단으로 이루어진 폭포와 폭포를 따라 나 있는 난과식물과 이끼가 절경이다. 폭포에 도착해 물에 흠뻑 젖어 보았다. 일행 중 몇 명이 용기를 내어 폭포 가까이 접근하기를 원했지만, 고막이 째질 정도의 굉음과 엄청난 바람과 물의 무게에 눌려 근처까지 갔다가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서 되돌아오고 말았다.

덤플링 산장은 취침동이 침대 10개씩 4동으로 나뉘어 있고, 부엌과 취침동이 분리되어 있어서 조용한 취침을 할 수 있다. 이곳은 다른 산장에 비해 수질이 약간 떨어지는 편이다. 피곤함에 눈을 감는데도 서덜랜드 폭포의 장엄함 풍광이 지워지지 않는다.

제4일 마지막 날:덤플링 산장 - 샌드플라이 포인트 21km
오늘은 오후 3시까지 샌드플라이 포인트(Sandfly Point)에 가야 한다. 총 거리가 21km라도 어느 정도 내리막이기 때문에 거리에 비해서 크게 어렵지 않다.
1시간 반 정도 내려가자 보트쉐드라고 하는 작은 쉘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바로 구름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매케이(Mackay) 폭포는 대단히 아름다운 폭포로 뉴질랜드 관련 사진으로 꼭 소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옆에는 종 모양으로 속이 비어 있는 바위가 있다. 이곳을 지나면서 평화로운 아다 호수(Lake Ada)가 시작된다. 벽을 파서 길을 만든 곳을 지나면 아다 호수 바로 옆에 작은 쉘터가 나온다. 웨카 새들이 음식을 얻어먹으려고 트래커들을 쳐다보고 있다.

조금 더 가면 자이언트 게이트 폭포가 나온다. 구름다리 바로 옆에 있는 이 폭포는 가장 많이 걸어야 하는 마지막 날에 아주 좋은 점심식사 자리를 만들어 준다. 거의 모든 사람이 폭포 아래 앉아서 며칠 동안의 트래킹으로 열이 나는 발을 담그고서 점심을 먹는다.

몇몇 구간의 폭포를 제외하고는 우측에 호수를 끼고 내려가는 완만한 길이 대부분이다. 호수를 보니 커다란 송어 몇 마리가 평화스럽게 논다. 완만한 내리막 경사 길은 몸의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하니 걸음이 절로 걸어지는 것 같다. 시간 개념도, 피로도 느끼지 않고 무념의 상태로 걷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초콜릿과 음료수, 마른 과일을 들고나서 마지막 지점인 샌드플라이 포인트에 도착한다. 모기장을 친 조그만 헛간이 마련되어 있어 편안히 쉴 수 있다.

오늘은 아침 9시에 출발해서 오후 2시30분에 도착했다. 총 길이는 53.5Km에 서덜랜드 폭포까지의 왕복 거리를 합하면 정확히 60km다. 3박4일을 함께 걸어온 40명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배에 피곤한 몸을 싣는다. 밀포드 사운드의 약간은 비릿한 바다 내음이 반갑고도 즐겁다.

밀포드 사운드 선착장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지만 교통편이 불편해 일부러 찾아가기는 힘든 곳이다. 여기서 바로 차를 타고 나가지 말고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로 만 내부를 편안히 즐기거나, 배에서 1박을 하는 오버나잇 크루즈를 즐겨보자. 트래킹 후의 주린 배와 피곤한 몸을 신선한 뷔페음식과 샤워로 풀고, 세계에서 모인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다.

밀포드 트랙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트랙(World Finest Track)’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러한 이유의 대부분은 ‘감동’과 ‘느낌’,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에 기인하는 것인데, 글이나 사진으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무언가’여서 아쉽다. 함께 3박4일 트래킹을 멋지게 끝낸 숭악회 회원들께 감사드린다.

/글 사진 김태훈

서울에서 컴퓨터 그래픽사업을 하다가 8년 전 뉴질랜드에 반해 이민간 여행가다. 두 아들, 부인, 어머니와 함께 왕가레이라는 소도시에 정착했다. 그간 뉴질랜드 곳곳을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캠퍼밴(캠핑카) 여행이나 트레킹 전문회사 인포메이션네트워크(Information Network LTD)를 운영하고 있다. 연락처 64-27-2774-113(www.campervan.co.kr).

05. 4월호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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