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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웅의 지도 이야기] 등산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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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xmsxms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xmsxms 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3,719회 작성일 2005-02-17 1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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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웅의 지도 이야기] 등산과 지도

[월간 산 2005-02-15 16:24]



'등산은 과학'… 지도 보는 습관 길러야

1993년 3월 초, 아직 북풍한설의 냉혹함이 채 가시지 않은 설악산에 인천의 한 중소기업체 직원 28명이 봄철 야유회 겸 설악산으로 향했다. 남설악에 도착한 이들은 4명씩 조를 짜서 대청봉을 다녀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이 잡은 코스는 오색을 출발해 설악폭포를 거쳐 대청봉에 오른 후 끝청에서 남릉을 타고 오색으로 하산하는 비교적 무난한 코스였다.

이튿날 아침 이들은 등산을 시작해 선발조가 가장 먼저 대청봉에 도착했는데, 대청봉 일대는 적설량이 1m나 되었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스가 심하게 낀 상황이었다. 선발조인 J씨(남 29세), M씨(여 25세), J씨(여 25세), K씨(여 27세) 등은 서둘러 하산 지점인 끝청을 향해 출발했다. 러셀이 되지 않은 심설을 헤쳐 나가던 이들은 끝청을 지나친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눈을 헤쳐 나아갔다. 이 날 서북릉 상에는 심한 강풍까지 몰아쳐 이들이 지나간 러셀자국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참 뒤 이들 중 등산 경험이 가장 많은 M씨는 일행들이 탈진해 주저앉자 상황이 잘못된 것을 판단하고 일행들을 놓아둔 채 한계령으로 구조를 요청하러 떠났다. M씨가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위기의식을 느낀 남자 대원 J씨가 다시 구조를 요청하겠다고 현장을 떠났다. 서북릉 상에서 이들이 고전하고 있는 동안 기상상태가 나빴던 탓인지 이 날 따라 서북릉을 지나는 등산대는 한 팀도 없었다.

선발조의 뒤를 이어 등산을 계속한 나머지 24명은 대청봉에 올라 끝청을 거쳐 오색으로 무사히 하산했다. 뒤늦게 선발조가 도착하지 않은 것을 알고, 설악산적십자구조대에 구조를 요청했다. 구조대가 출동해 수색한 결과 능선 상에서 탈진했던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맨 먼저 구조요청을 떠난 M씨는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길도 찾지 못한 채, 두 번째 구조요청을 떠난 J씨는 석고덩골 상단 300m 지점 계곡에서 각각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당시 마운락 구조대장 증언).

이 조난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심설과 기상악화로 하산 포인트인 끝청을 찾지 못하고, 방향감각을 상실한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등산기술 서적이나 각급 등산학교의 교육과정을 보면 어김없이 ‘독도법’이 들어 있고, 등산입문서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등산의 계획과 준비’에서도 지도는 목적하는 산의 등산계획, 실지 산행, 산행 후의 기록정리까지 등산에서는 꼭 필요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동안 필자는 여러 등산학교에서 독도법을 강의한 바 있고, 요즘도 한국등산학교 정규반에서 독도법을 강의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수강자들은 독도법을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강의에서는 지도의 기초, 등고선 읽기, 지도 정치 등 생소한 지도이론 보다는 일상에서 지도의 효용성과 등산에서 지도의 필요성을 더 강조하면서 알기 쉽게 강의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산에 가 보면 지도를 가지고 등산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우리 등산계의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산이 그다지 높지 않고, 위험성이 크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등산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과학적인 등산보다는 유산(遊山)의 인식이 깊이 배겨 과학적 방법에 의해 제작된 지도의 이용을 귀찮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매년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어 선진국에서는 날로 인기를 더 해가고 있는 오리엔티어링(지도를 가지고 포스트를 찾아 뛰는 경기)이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야외에 나와서까지 왜 골치 아프게 머리를 쓰냐는 것이 그 이유다.

심지어 히말라야 같은 고산을 원정등반하면서도 지도 한 장 없이 계획을 세우며 원정을 떠나는 등반대를 보면 어의가 없다. 물론 히말라야 등산은 현지 안내인인 셰르파가 따라 붙어 지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도 한 장 없이 고산등산에 나선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알피니즘적 등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프스에 기원을 두고 있는 알피니즘도 초창기에는 가이드 등산으로부터 시작해 가이드리스(guide-less) 등반, 새로운 산, 더 높은 산을 찾아 대상을 넓혀 나갔고, 급기야는 더욱 곤란한 루트로의 등반을 지향하는 스포츠적인 알피니즘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같이 알피니즘은 과학적 사고를 지닌 서구인들에 의해 시작됐고, 과학적 방법에 의해 발전됐다는 것을 우리 산악인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인도어 클라이밍(indoor-climbing)이란 등산용어가 있다. 한 마디로 실내 등산이다. 책상에서 지도를 펴놓고 산의 지형을 살피고, 이리저리 코스도 잡아보고, 실내에서 등산하는 기분을 낸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면 산행에 나설 때도 지도와 나침반을 지참하고 산행 초입서부터 자기 위치를 파악하고, 산행 중에도 계속 지도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나간다면 어렵다고 여겨지는 독도법도 저절로 익힐 수 있다.

또 산행을 마친 뒤에도 지도상에 다녀온 루트를 기입하고, 소요시간이나 산의 경관, 교통편 등을 기록해 두면 자신의 등산기록도 정리하게 되고, 나중에 좋은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고, 위성으로 위치를 알려주는 GPS기기가 있어 길 잃을 염려가 없다고 하지만, 유사시 전원이 소진된 기기는 무용지물이라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2004년판 <山書(산서)>에 게재된 “설악산 조난사고의 유형분석”(김진성 편)을 보면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설악산에서 발생한 조난사고를 등반사고, 실족추락, 급류익사, 탈진 등으로만 분霞構 길을 잃고 조난당한 유형은 아예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1999년 월간山 3월호에 기획특집으로 실린 “설악산 국립공원의 조난사례 및 대책”(이용대 편)에서는 “설악산에서 발생한 여러 유형의 사고 중 길을 잃고 조난하는 사고가 전체 사고의 25%로 집계되어 있다”고 나와 있고, 최근 필자가 조사한 설악산적십자구조대와 한국산악회 설악산구조대의 구조일지에 따르더라도 이 기간에 길을 잃고 조난당한 사례가 10건 이상이나 나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길을 잃지 않는 산행, 연구하는 산행, 기록을 남기는 산행을 하려면 등산할 때 항상 지도를 가지고 다니는 습관을 길러야 된다.

/글 최선웅 한국산악회 부회장·매핑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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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xmsxms 님 유용한 자료 많이 올려 주시길 기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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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님의 댓글

망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좋은 글을 누가??? 했더니  천기자님이 퍼다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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