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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550m 부부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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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550m… 부부는 가장 빛났다

[조선일보 안상미 기자]

작년 11월 26일 오후. 60대 부부 강위동(姜渭東·63·㈜태양전장 회장)·황예순(黃禮順·60)씨는 에베레스트산 해발 5550m지점에서 서로 손을 꼭 잡고 한참을 그냥 서 있었다. 산소가 희박해 숨이 차고, 얼음바람은 손가락을 찢을 듯 몰아쳤다. 하지만 부부는 ‘해냈다’는 기쁨에 벅차 서로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던 그 얼음산의 밤 시간에 우리 부부는 다가올 새해 설계를 모두 마쳤다”고 했다.

나이도 잊은 부부는 세계의 수천미터의 고산(高山)들을 차례차례 찾아다니며 ‘그들만의 재미’에 취해 살고 있다. 벌써 3년째다. 작년 11월 에베레스트행 이전에도 2003년 여름에는 일본 북알프스(3190m), 같은 해 10월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에 올랐다.

“처음엔 네팔에 단 둘이 갔더니 현지인들이 깜짝 놀라 말리데요. ‘전문 산악인들도 잘못하면 사고를 당해 시체도 못 찾는 일이 허다한데, 당신들 같은 노인들이 어딜 올라간다는 거냐’는 거예요. 근데 막상 우리가 5400m 베이스 캠프까지 거뜬히 오르자 ‘별별 사람들이 다 여길 찾아오지만 60대 부부가 히말라야를 휘젓고 다니는 건 처음 본다’며 셰르파들이 감탄하더군요.”

이 부부는 처음부터 산으로 맺어진 부부다. 만나기도 33년 전 산에서 만났다. 청년 강위동은 산악동호회장, 황예순은 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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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선 부부지만 산에 올라가면 지금도 ‘등반대장·대원’ 사이예요. 행여 생길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비하려면 대원이 대장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지.”(강위동)

“이이는 요즘도 내가 바가지를 긁는다 싶으면 날 보고 ‘황 대원!’ 하며 폼을 잡아요.”(황예순)

30여년 결혼생활 동안 이들의 주말 스케줄은 당연히 부부 합동 등반이었다. ‘함께 에베레스트에 오르자’던 연애 시절 꿈은 회갑을 넘겨 결국 이뤘다.

작년 에베레스트 산행은 총 15일 코스였다. 하루 9시간씩 눈길을 걷는 건 상상 이상의 고행(苦行)이었다. 식사는 야크(소의 일종)의 젖에 선식을 타서 먹거나 안남미와 찐 감자로 해결했다. 가끔 산장에서 끓여 먹는 한국 라면이 최고의 진수성찬이었다.

초행길인 아내 황씨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고소증(高所症)이었다. 오르면 오를수록 숨이 턱턱 막히고 얼굴은 고무풍선처럼 부어 올랐다.

“한밤중 각자 슬리핑백 안에 몸을 집어넣고 누우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그냥 ‘헉’ ‘헉’ 숨찬 소리만 내죠. 잠은 오지도 않아요. 가끔 눈사태 소리가 고요한 에베레스트 계곡을 울리면 저절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고 살아갈 날들에 대해 명상하게 됩니다.”

마침내 해발 5550m. 에베레스트 정상이 가장 잘 보이는 칼라파트르에 이르자 황씨는 “천지 간에 대자연과 우리 부부, 이렇게 셋만 서 있는 것 같았어요”라며 “‘고행이 고락(苦樂·수행을 통해 얻는 기쁨)’이라는 말이 절로 입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부부는 “앞으로도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매년 함께 히말라야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새해 3월엔 봄 풍경이 아름답다는 히말라야 랑탕계곡(해발 4000m)에 오르기 위해 벌써 준비를 시작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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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님의 댓글

다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흠~~~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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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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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슬슬~꼬셔야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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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님의 댓글

화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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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님의 댓글

놀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노년을 어떻게보내야 하는지를 보여주시는모델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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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님의 댓글

선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너무 부러워서 같이 다니고 싶네요
우리집 양반은 국내산도 힘들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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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호님의 댓글

박인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런 부부에게 정말로 어울리는 말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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