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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포드 트래킹, 월간 마운틴 08.3월호 등제될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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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kking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트랙
테아나우~글레이드 하우스~폼포로나산장~매케논 패스~퀸틴산장~샌드플라이
신마저 시샘하는 자연 그대로의 길

글․사진 김홍수 부산 산정산악회 등반대장

아름다운 산길로 알려진 밀포드 트랙은 아직 한국의 산꾼들에게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곳 밀포드에 관해서는 지난 2007년 4월 8일과 15일, KBS1 다큐멘터리 <산>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밀포드트랙 1.2
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방영하고, 재방송까지 내보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촬영 때 기상 협조를 얻지 못해 좋은 기자재의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자연적이면서 산 꾼 적인 식견 없는 내용과 코스 소개가 안타까운 방송이었다.

하지만 공중파의 위력은 대단했다. 방송 후 필자에게 밀포드 트랙에 관한 여행 정보를 얻고자 하는 전화나 이메일 문의가 엄청나게 와서 일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됐었던 것. 필자가 2005년 11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8박 9일간 밀포드 트랙을 다녀온 사진과 글이 인터넷에서 관심을 끌며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그 연장선상으로 산정산악회 회원님들과 두 번째로 아름다운 밀포드 트랙을 찾아가게 되었다.

아름다운 밀포트 트랙의 시작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밀포드 트랙에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많이 갈아타야 한다. 2007년 12월 18일 10시 55분, 우리를 태우고 김해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비행기를 환승하여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을 거치고 또 한번의 뉴질랜드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1박 2일의 비행 끝에 퀸스타운 공항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날부터 시작될 트레킹을 위해서는 밀포드 트랙 주관 사무실에 신고를 하고 각국에서 참여한 트레커들과 함께 브리핑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서 퀸스타운으로 연계되는 국내선 에어뉴질랜드 비행기가 연착되어 브리핑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 일행들은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나 혼자 트랙사무실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아침 8시 30분까지 트랙사무실 앞에서 집결하기로 약속하고 숙소로 돌아온 후, 퀸스타운 다운타운 가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고 산책을 즐긴다.

저녁 무렵에는 아름다운 바에 들어가 창 너머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음미하는 위스키는 내 마음마저 붉게 물들인다. 퀸스타운의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이국의 아름다움을 향유하고 밀레니엄 호텔에서 다음날 시작될 트레킹 짐을 꾸려두고 수면에 들었다.
12월 20일, 약속한 8시 30분에 밀포드 트랙 사무실 앞에는 각국에서 참가한 트레커들이 배낭을 메고 모여 들었다. 매년 11월 15일 즈음부터 이듬해 4월 15일까지만 허용되는 밀포드 트레킹은 시즌 시작의 첫 그룹부터 번호로 순서를 표시해놓는다. 우리가 속한 그룹은 50번째 그룹으로 27명의 트레커들과 가이드 4명을 포함해 31명, 비교적 작은 그룹이다.
모든 사람들이 모인 후 우리를 태운 전용차량은 퀸스타운을 출발해 끝없는 벌판과 목장, 호수, 들꽃들이 어우러진 길을 달렸다. 가끔 양떼들이 한 무리씩 지나가 멈춰서 비켜가기도 하며 3시간여를 달려 테아나우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은 후 기념촬영을 하는데 우리 그룹 면면을 보니 옛瑛括 우리 산악회 일행 9명과 일본인 1명이 전부이고, 미국 스위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등 외국인이 주류를 이룬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버스로 30여분 달려 더 이상 차가 접근할 수 없는 밀포드 트랙의 뱃머리에 도착했다. 밀포드 트레킹의 시작은 반드시 이곳 테아나우 쪽에서만 허락하고 반대방향에서의 시작은 불허한다. 우리를 실은 배는 높은 산군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산봉우리의 연호를 받으며 밀포드 트랙 들머리로 향한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산군들 또한 비경이다. 2시간여 달려온 배에서 내리면 4박 5일 일정인 밀포드 트랙의 56km 트랙워킹이 시작되는 곳이다.
선착장에서 첫 숙소인 글레이드 하우스까지는 2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아 금방 도착한다. 그리하여 첫날 일정은 산장 뒤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 간단한 산책을 하고 디너파티가 열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글레이드 하우스에 도착하여 방 배정을 받은 후, 유물관과 방명록 게시판을 살피는데 지난 2005년 11월에 필자가 남겼던 흔적을 발견했다.

밀포드에 처음 왔던 것이 어제같이 느껴지는데 벌써 2년이란 세월이 지나 버렸다. 바람처럼 물처럼 사라져간 시간은 보이지 않고 오래전 남겨둔 흔적만이 지난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산속 산장임에도 글레이드 하우스의 시설은 훌륭하다.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할 수 있고 수세식 화장실과 6인실 침대 모두 자연친화적이며 정갈하다. 소고기나 양고기 중에서 선택해 저녁을 먹고 내일 패스할 코스설명을 들으며, 국가별로 참여한 트레커들과 함께 참가동기와 의미를 말하는 파티를 즐기고 산장에서 숙면에 들었다.

개척자 퀸틴 매케논을 기리다
다음날 아침, 점심도시락을 준비해 각자 배낭에 넣고 글레이드 하우스를 뒤로 하고 출발했다. 클린턴 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 눈을 이고 있는 2000m급의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강기슭을 따라 본격적인 트레킹이 이어진다.
물에 비친 하늘과 구름은 마치 하늘과 강이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주는 듯하고 투명한 강물 속에는 송어가 유영한다. 눈 녹아내리는 물이 곳곳에 폭포를 이루고 봄꽃들이 피어나는 길을 걷고 있으니 한 영국 시인이 밀포드 트랙을 가리켜 ’지구상에 가장 아름다운 산길’이라고 노래한 심성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가다가 힘들면 쉬면서 아름답게 떨어지는 폭포를 올려다보기도 하고, 차가운 물속에 발 찜질로 피로를 씻어주기도 하며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 어우러지니 아름다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하다.
글레이드 하우스를 출발한지 4시간여의 트레킹 끝에 하이리에 폭포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가이드들이 커피, 홍차, 쥬스를 제공해준다. 글레이드 하우스에서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 담소를 나누며 중식을 마치고 트랙 두 번째 숙소로 향한다.

클린턴 캐니언의 웅장한 협곡을 지나 큰 계곡 앞에서 ‘버스 스테이션’이라 적힌 허름한 건물을 만난다. 정말 버스가 서는 곳은 아니고 단지 우기에 비를 피하는 장소이다. 만일 비가 많이 와 물이 불어 건널 수 없게 된다면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비를 피하라는 뉴질랜드 식 조크인 듯하다.
6시간여 트레킹 끝에 하루 트랙을 마감하고 폼포로나산장에 도착했다. 방 배정을 받고 땀에 젖은 옷을 빨래터에서 씻어 건조실에 널어둔 뒤 다음날 일정코스 설명회를 가졌다. 이후는 낮에 걸어온 행복감과 내일 패스할 아름다운 구간을 상상하며 자유로이 파티를 즐긴다.

12월 22일 트랙 셋째날, 아침에 일어나니 일본인 친구가 신발이 없어졌다며 당황해한다. 필경 기아의 짓이다. 기아는 뉴질랜드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새인데 생김새는 독수리를 닮았고 사람을 두려워하지는 않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이상하게도 등산화를 좋아해서 방 밖에 신발을 벗어두었다가는 지금 경우처럼 등산화를 기아의 장난감으로 헌납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다행히 일본인 친구는 근처에 떨어져있는 등산화를 발견하고 찾아올 수 있었지만, 이곳을 찾을 때면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폼포로나산장을 출발하면 매케논 패스~퀸틴산장을 향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이 코스에서 밀포드 트랙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라 할 수 있는 매케논 패스를 오르게 된다. 클린턴 강 상류 끝부분의 막다른 분수령에는 마운트 하트가 솟아 있다. 마운트 하트를 바라보며 오른쪽 기슭의 비탈진 구간을 40여분 오르면 매케논 패스에 당도한다.

매케논 패스는 우리가 지나온 클린턴 강과 앞으로 진행하게 될 아더 강의 분수령이며, 밀포드 트랙의 중심이자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해발 1100m 고지이다. 밀포드 트랙을 개척한 퀸틴 매케논의 기념비가 인상적이며, 매케논 패스에서 바라보는 마운트 엘리트, 월마, 불륨, 하트. 이런 산군들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오래도록 머물러 있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영국 출신의 퀸틴 매케논은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뒤로 하고, 이곳 테아나우 피요드랜드 찾아 1888년 밀포드 트랙을 개척했다. 개척자의 명성을 기려 ‘매케논 패스, 매케논 캐니언, 퀸틴산장’ 등 밀포드 트랙의 많은 지명들이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자연 보존이 인상적인 9박 10일 간의 일정
매케논 패스가 준 인상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해 점심 포인트인 패스헛에 도착한다. 가이드 샤롯트와 재미있는 일본인 출신 히로의 배려로 따뜻한 커피에 곁들여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마운트 불륨 허리를 가로질러 마운트 엘리트와 월마 위에서 눈 녹아 흐르는 폭포의 포말을 음미한다.

멀리 마운트 하트 봉우리의 오른쪽 서들랜드 폭포 상류를 바라보며 진행하다보면 트랙 세번째 밤을 보낼 퀸틴산장에 도착한다. 방 배정을 받은 후, 카메라만 손에 들고 서들랜드 폭포로 향한다. 산장에서 왕복 90분 거리에 위치한 서들랜드 폭포는 길이가 580m로 세계 5위에 기록되어있는 폭포이다. 퀸틴산장의 분위기는 글레이드 하우스나 폼포로나산장에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저녁을 먹고 모여 앉은 각국의 트레커들은 문화와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함께 어우러져 술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원을 그리며 어깨동무해 춤도 추기도 했다.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걸어온 동지애인가 아니면 자연을 산을 사랑하는 이심전심의 의기투합일까.

12월 23일 트랙 네째날, 퀸틴산장을 출발해 메케이 폭포를 지나 자이언트 폭포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트랙마감 포인트인 샌드플라이 포인트로 향한다. 가는 길에는 ‘샌드플라이’가 기성을 부린다. 우리나라의 하루살이 같은 것인데, 살결에 달라붙어 매몰차게 문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전설에 의하면 샌드플라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시샘한 신이 뿌려 놓았다고 전한다. 가렵더라도 긁지 말아야 한다. 물린 자국은 대개 보름정도 지나면 흔적이 사라진다.

퀸틴산장을 출발해 6시간여 트레킹 끝에 밀포드 트랙 종착지점 샌드플라이 포인트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보트를 타고 30분 정도 걸려 밀포드사운드 선착장으로 이동해 밀포드 트랙 56km 트레킹을 마감한다. 마이트 산장에서 완주증을 받고 흥겨운 디너파티를 갖고 안락한 마이트 산장에서 숙면에 들었다.

밀포드는 트랙 전 구간 어디를 둘러봐도 쓰레기와 오물은 찾을 수가 없고 자연 그대로의 보존 속에 최소한 사람이 지나야하는 구간에만 다리가 있을 정도다. 부러운 관리와 보존이다.
다섯째날은 크리스마스이브이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도시락 준비하면 인접한 밀포드사운드로 크루즈관광을 한다.

트레커들은 파티 패션이었던 어젯밤의 모습과는 달리 오늘은 산타차림을 하기도 하고 크루즈에 탑승한다. 지구상 가장 강우량이 많은 지역답게 어젯밤부터 비가 오락가락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합류되는 밀포드사운드 선상에서의 2시간. 돌고래들이 배를 쫓아오기도 하고 펭귄들의 서식지도 볼 수 있는 즐거운 관광이었다. 특히 산군에서 바닷물로 직하하는 수백 종의 폭포는 기이하기만 했다.

4박 5일간의 밀포드 트랙 전 일정을 마감하고 퀸스타운으로 회귀하여 25일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시내관광과 함께 데카포 호수와 푸카기호 트와이젤 지역에서 1박을 했다. 다음날은 마운트쿡을 조망해보고 히메티지 호텔에 들러 에베레스트 초등한 힐러리경 동상까지 감상하고 나면 모든 일정이 종료된다. 오클랜드 공항에서 중국 상해 포동 공항을 경유해 2007년 12월 27일 김해국제공항을 거쳐 일상으로 돌아왔다. 비행기를 7번 갈아탔던 9박 10일간의 전 일정을 마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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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수님의 댓글

김홍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월간 마운틴에서 밀포드트래킹 원고 부탁해서 사진을 첨부해 보낸
내용을, 노규엽 기자의 편집으로 정리된 글 입니다,
2008년 3월호에 사진과 함께 기고 될 것이나,
우리 홈 산행후기 란 내용보다는 현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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