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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등정…' 산악인 엄홍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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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비타민B 이름으로 검색 작성자 비타민B 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2,182회 작성일 2003-11-07 2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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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갈리는 것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쉬는 찰나도 안 됩니다. 사람의 운명이란 게 종이 한 장의 차이에 불과하죠"

히말라야 로체샤르봉(8천400m)에서 정상을 150여m 남겨놓고 눈사태로 동료 2명을 잃으면서 등정에 실패, 지난 달 16일 귀국한 엄홍길(44.한국외대 중국어과)씨는 4일 재학중인 대학 교정에서 세상을 달관한 듯 인간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 고인이 된 후배 박주훈(35)씨, 황선덕(27)씨와 운명이 갈리던 순간은 숨을 한번 들이 쉴 찰나만큼도 되지 않았다는 게 엄씨의 설명이다.

엄씨는 "뒷쪽에서 대원 3명과 안내자 1명을 앞에 두고 대각선으로 70도로 경사진 설벽을 오르는데 '앵커'라고 외치는 앞서간 동료의 소리가 들려 반사적으로 우리들을 연결해주던 줄을 잡았다"며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동료들이 유명을 달리했을 바로 그 순간, 잡았던 줄은 장갑 네겹을 낀 손바닥을 뚫고 지나가 없어져 버렸고, 멍하니 위를 바라보니 동료들은 이미 눈에 휩쓸려 3천m 아래로 떨어진 뒤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엄씨는 "동료들을 잃은 강한 충격에 기절했다 깨어난 것처럼 아득해졌다. 겁에 질린 남은 후배대원을 데리고 가까스로 세워 둔 텐트에 도착해서야 울컥 눈물이 났다"라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에 산에 묻고 온 동료를 포함해 그 동안 히말라야 원정 기간 그의 곁을 떠나간 동료들은 모두 10명.
그는 "'산에 갈 때면 언제나 과연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뺑'를 생각하고 등반을 떠나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살려고 발버둥친다. 이번에도 다 죽을 뻔했는데,운명이란 게 내가 대신 죽고 싶다고 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죽으려면 벌써 죽었겠죠"라는 말을 되뇌던 엄씨는 이 세상에서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어주길 바라는 먼저 간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에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0명의 고귀한 희생을 치렀기에 엄씨는 영원히 산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평생 지고 다녀야 할 업'인 동료들의 죽음을 가슴 속에 묻어두고 앞으로도 힘들게 올라야 할 산. 그는 산을 통해 인생을 배웠고,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산과 하나가 되는 묘한 일체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산은 그에게 있어 '정신적 지주'이며, 거역할 수 없는 숙명인 셈이다.
엄씨는 "더 많은 봉우리를 등정할수록 산으로부터 겸손한 마음을 배운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그는 "산을 올라갈 때의 마음은 맑고 순수하고, 깨끗해야 한다"면서 "젊은 시절에는 마음만 먹으면 산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등정의 성공과 실패는 인간의 힘이 아닌 자연의 힘이 결정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1988년부터 15년 간 그가 오른 히말라야 산맥의 8천m 이상 봉우리는 에베레스트(8천848m), K2(8천611m), 캉첸중가(8천586m), 로체(8천511m), 마칼루(8천463m), 초오유 (8천201m), 다울라기리(8천167m), 마나슬루(8천163m), 낭가파르밧(8천125m), 안나푸르나(8천091m), 가셔브룸1봉(8천068m), 브로드피크(8천047m), 가셔브룸2봉(8,035m) 시샤팡마(8천012m) 등 모두 14곳.

2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고도 등정에 실패한 로체샤르봉(8천400m)과 얄룽캉봉(8천505m) 등 2곳에 대한 정복이 앞으로 '숙제'로 남아있다.

내년 봄 얄룽캉봉 도전을 위해 또 다시 네팔로 떠난다는 그는 "히말라야 16개봉을 다 오르고 내려오는 길에는 또 다른 목표가 생각날 것"이라며 "차가운 산 속에서 희생된 동료와 후배들을 생각하면 내 삶이 편안하다거나, 내가 산을 떠난다는 것은 용납이 안돼 죽는 날까지 산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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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B님의 댓글

비타민B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한국의 자랑.. 엄홍길.. 그의 도전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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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인님의 댓글

산정인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생명을 담보로하는 등정 그속에 무엇이 있을까?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는 그무엇이 있을것인데,그것이 언제쯤 깨칫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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